[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 세상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부모님을 만나고, 한 어머니 배(腹)에서 형제로 태어나고, 부부로 만나고, 자식으로 만나고,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인연인가?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그런데 우리는 그 관계를 얼마나 귀히
가난한 국가의 슬픔금방 이것은 부서질 거라고,잠깐 무엇이 잘못되어 쌓아두는 것이라고,그 시절 김 노인은 콘크리트를 약간 붓고, 대충 쌓아두었단다그러나 반세기가 훌쩍 넘어가고,시커멓게 삐져나온 철근 몇 가닥만 북쪽을 응시하고 있다그 옆으로 구절초 돋고, 들풀들 수북하고,잠 덜 깬 사마귀 한 마리 뒤룩뒤룩 눈을 굴리며,수구초심처럼 길게 북쪽으로 목을 뺀다- 김 노인(철도 중단 점에서), 윤재훈 아침에 푸성귀를 지고 타일랜드 국경을 넘어와서 종일 팔고,오후면 다시 넘어가는 소수 민족 ‘아카족’.주머니에 몇 푼, 있지
겨울바람이 분다, 고향이 생각난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歲)밑에.멀리 종소리 들리면 허리에 책보를 두르고,논둑을 가로질러 학교를 뛰어가던 아이들머리가 커지면서 그 안에서는딸그락, 딸그락, 양은 도시락 소리가 났다화덕 난로 위에는 도시락들이층층이 쌓여 있었다.질척질척,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던 검정 고무신유난히 큰 박달나무가 버티고 섰던 교문공습을 피해 일제 시대 때 지어놓았던검정 판자 잇대어 있던 교실- 겨울바람이 분다, 윤재훈“어느 집 담 너머,가지를 늘어뜨린 감나무를 보면,문득 큰 집 뒤란의 감나무와할아버지 생각
도심 개천에서개천물이 맑아지고모래톱이 생겨나니아이들이 개천으로 들어왔다고기들이 알을 낳고새들이 찾아오니아이들이 텀벙텀벙, 개천으로 들어간다도시에서 점점 자연이 사라지고매연과 세재 냄새가 코를 찌르니아이들 동심이 자연으로 간다코로나가 찾아오고너와 나를 단절시키고입까지 막으니본능이 자연 속으로 불러낸 것이다초하(初夏), 온 산이 진녹색으로몸서리치는 계절,아이들이 두 발을 걷고개천으로 들어간다 - 도심개천에서 /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금방 물러가겠지, 금방 물러가겠지하며, 한 달, 두 달, 기다려왔던 것이 이제 우리 곁에 딱
예수님, 부처님 오신 날 훼방질해요.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종교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구극(究極)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 종교를 믿는 것 아닌가? ” 어린 시절, 찬 바람이 몰아치던 겨울날, 높은 탑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의 오색 트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그것은 크나큰 볼거리였다. 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교회에 갔다. 그날 가면 그 시절 귀한 빵과 우유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충무동 교회였던가, 하얀 바탕에 옛 일본식 목조건물로,
미얀마 만달레이에서40도, 무더위가 오르내리는일 년 내내 여름인 나라사람을 잘 삭은피김치로 만드는데,어디선가 좍. 좍, 물 떨어지는 소리듣기만 해도 시원하여 따라가 보니마을 여인내, 남정네들이 모여하루 동안 비오듯 흘린 땀을우물가에서 시원하게 날려 보내고 있다깔깔거리는 웃음소리공동체가 넉넉하게 살아있는 곳잠시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더위를 식힌다주위에 황혼이 몰려오기도 전에하나 둘 빨래감에,두레박까지 챙겨들고우물가로 나오는 사람들약간은 흙탕물도 섞여 있지만양치질까지 하며하루의 피로를 풀어 내린다남자도 여자도, 롱지*를 입고거리 한모퉁이
지하철에서 만난 부부여자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는팻말을 앞에 놓고,석고상처럼 굳어 있다그 뒤에 남편이 목발을 집고한쪽 다리로만 걷는다부스스한 머리감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서릿발 내린 새끼줄 같은 머리칼눈 쌓인 나무 밑에서는사람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외치며흰 썰매를 탄 산타 할아버지가선물을 가지고 오실 것이라고,취기 어린 목소리로,징글벨를 부르며 달뜨는데,부부는 다리는 절뚝이며더러는 졸고 가는,밤 지하철 통로를유령처럼 지나간다냉기가 천지를 감싸는 날,두 사람은 있는 것만으로크낙한 위안이 될 것이다빌딩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