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체인지업] ‘나는 죽지 않았다’...최우수상 이해수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04 12: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을 마련했다. 본지는 이중 우수 수상작을 인터뷰와 더불어 소개한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50대 주부이자 직장인이었던 이해수 씨는 경남 창원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며, 학습지 교사와 학원 운영을 병행했다. 지역 센터장까지 맡을 만큼 인정받고 자신감이 넘치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구조조정과 남편의 사망으로 극심한 우울감을 겪었고, 일상이 멈춘 듯한 생활을 하다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자녀들이 있는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에서도 슬픔과 두려움에 잠시 갇혀 지내셨지만, 결국 중장년 취업 지원사업 중 '돌봄교사 양성사업'을 발견하고 이에 참여했다. 수십 년간의 방문 교사 경험을 살려 '째깍악어'에서 교사로 일하게 됐다. 직장에서 해고당한 충격 이후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됐다.

째깍악어에는 ‘콕찍어’ 라는 메뉴가 있어요. 부모가 돌봄을 요청할 때 기존에 방문했던 교사를 재요청하는 기능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제게 콕찍어를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좋은 점수와 후기가 달리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이가 항상 축 처져 있다가도 선생님이 오면 밝게 웃는다’, ‘한글을 몰라 걱정이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한글을 떼게 되어 정말 고맙다‘, ‘선생님 오는 시간을 아이가 손꼽아 기다린다’ 등 후기를 읽을 때마다 너무 뿌듯합니다.

- '째깍악어' 교사 이해수 씨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나는 죽지 않았다’...최우수상 이해수

<strong>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strong><br>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

50대 후반을 바라보며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일들이 벌어졌다. 한꺼번에 들이닥친 일들은 내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충격과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대구가 고향이고 경남 창원이라는 곳으로 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30년 동안 생활했다.

20대부터 결혼 후까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방문 학습지 교사와 학원운영, 부모상담 등 교육 관련 일을 50대 초반까지 했다. 열심히 노력해 왔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에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그 열정 덕분에 종사하던 회사에서 창원지역 센터장이라는 직책까지 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는 퇴직을 요구했다.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젊음을 바쳐 충성하며 열심히 일했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니. 처음으로 나이가 들었음에 허무함이 밀려들었다. 갑자기 일을 하지 않게 된 나의 일상은 무료했고,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일을 찾아보았으나 50세 이상의 구직자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또 일이 터졌다. 건강했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을 안고, 더 이상 창원에 있을 수 없어 아이들이 있는 서울로 이사를 왔다. 나에게 낯선 서울생활은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무섭기까지 했다. 밖을 나가기 위해서는 휴대폰 앱 사용법, 대중교통 이용법, 길 찾기 등을 새롭게 배워야만 했다. 새로운 세상에 온 듯했다.

슬픔과 두려움에 바깥출입을 하지 않던 중에 ‘혹시 이러다가 우울증이 생기는 게 아닐까’ 불안함이 생겼다. 억지로라도 나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검색하게 되었다. 검색창에 ‘중장년 일자리’라고 치니 ‘서울시50플러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50플러스포털을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중장년 취업’을 다시 검색했다. 취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찾아보던 중 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주관하는 ‘돌봄교사 양성과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째깍악어’를 발견했다. 째깍악어는 돌봄을 원하는 부모와 돌봄교사를 매칭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다. 30년 동안 아이 교육을 해 온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동안의 경력을 살린 일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웠지만, 동시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도 있었다.

<strong>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strong><br>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

하지만 나는 도전했다. 돌봄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경험한 째깍악어의 돌봄 서비스는 놀이, 창의 미술, 등하원 이동, 영어, 수학 학습 커리큘럼 등 다양한 돌봄의 유형들 중에서, 부모가 원하는 유형에 맞게 돌봄교사를 매칭하고 가정에 방문해 돌봄을 제공한다.

육아에 도움이 필요한 부모들이 검증된 돌봄 선생님을 통해 서비스를 받는다는 게 핵심이라 돌 봄교사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 돌봄교사 양성은 오프라인 교육을 통한 역할교육과 앱을 통한 실시간 온라인 자질육성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분기별로 전문강사님을 모시고 특별강좌를 하며 돌봄교사의 전문성 강화도 지원한다. 교사는 양성과정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돌봄 유형을 선택하고, 앱에 부모님들이 공고한 돌봄 서비스를 선택하여 실행하게 된다.

양성과정을 통해 돌봄교사가 되었다. 째깍악어에는 ‘콕찍어’ 요청 기능이 있다. 한번 돌봄을 다녀간 선생님에게 재요청하는 기능이다. 돌봄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콕찍어’ 요청이 많아졌다. 내가 따로 돌봄 공고를 선택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이 수업에서 즐거워하고, 싫어하는 학습도 재미있게 하게 되었다는 학부모님들의 감사 리뷰도 받았다.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선배 교사로 지난 1년 동안의 경험담을 신입 선생님들에게 강의하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이런 결과는 ‘나의 지난 30년 교육경력이 죽지 않았구나’ ‘내가 아직 쓸모가 있구나’ 느끼며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게 해 주었다.

예기치 못한 일을 겪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동굴 속에서 살아갈 뻔한 나에게, 낯선 도시에서 적응할 힘과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에 크게 감사한다. 50대 이상의 중장년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사업들은 인생 후반기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물길을 열어주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젊은 시절 열심히 살아온 세대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5060세대는 ‘나이 들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왠지 자신감이 결여되고 도전의식도 줄어든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인터넷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배우는 것조차 힘들고, 선택과 결정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없었던 노년에 대한 두려움과 건강에 대한 불안감도 엄습한다. 이런 때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제공하는 우리 세대에 맞는 일자리 창출, 직업교육과 훈련, 생애 설계 서비스 등이 50 이후에 살아갈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험한 50플러스재단의 사업이 내가 살아온 인생이 헛되지 않으며, 앞으로 살아갈 나의 삶이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strong>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strong><br>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최우수상 이해수. 사진=50플러스재단 제공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