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노인(No人)으로부터 노인(路人)에로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

김남기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1.08 10:54
  • 수정 2023.11.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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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핸드폰 가게를 들렀지
‘아버님!’하고 부르는 소리에 많이 놀랐네
식당에 갔더니 ‘어르신’이라 하더구먼
역시 당혹스러웠네
자식세대들은 우릴 가리켜 ‘꼰대’라고 하더구먼
어려서는 개똥이 소똥이라 불렀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네

- ‘애노가(愛老歌)’  중에서. 송길원 

청란교회.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청란교회.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심현주 기자] 양평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자, 커다란 바람개비, 부활절 나무 등 다양한 조형물, 그리고 자연의 모습을 닮은 나무가 심겨 있는 수목장과 잔디장 공간이 펼쳐졌다. 반대편으로는 잔디밭 위 푸른색 계란 모양의 건물이 보였다. 두 곳을 가로질러 도착한 건물 안에는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차용한 ‘Cafe diem’이 있었다. 그곳에서, 장청년(壯靑年)인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를 만났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 촬영=심현주 기자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 촬영=심현주 기자

노인(No人)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24년이면, 58년생 베이비부머세대가 정식 고령인구인 65세가 된다. 이제 고령인구 1000만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노년세대를 부르는 용어로 노인, 시니어, 어르신 등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그러나 노인이나 어르신은 듣는 사람이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화된 단어임에도, 편하게 사용하기는 어렵다.

‘시니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지만, 청년‧중년‧장년으로 불리다가 시니어라는 외국어가 입에 잘 안 감긴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100세 시대에 65세 이상을 ‘노인’, ‘고령자’ 등으로 불리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송길원 대표는 대체 용어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이패밀리가 55년생부터 74년생까지 시니어 1,720명을 대상으로, ‘노인’ 대신 어떤 용어로 대체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시, 유엔(UN) 기준과 국립 국어 연구원에 등재된 나이 분류를 참고했다. 송 대표는 여러 문건과 시대상을 반영해, 100세 시대에 79세까지는 청년이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 해당 세대가 직접 불리고 싶다고 가장 많이 고른 것은 ‘씩씩할 장(壯), 푸를 청(靑)을 쓴, ‘장청년(壯靑年)’이었다. 다시 한번 ‘씩씩하고 푸른 세대’라고 불리고 싶은 노년 세대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노인(老人)은 늙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늙을 노(老)가 들어간 단어는 노망(老妄), 노욕(老慾) 등 부정적인 용어만 가득했다. 따라서 송 대표는 인생의 ‘길이 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길로(路)자를 써서, 80세부터 노년(路年)‧노인(路人)이라고 부르는 걸 고안했다. 용어를 대체하는 것부터 이들에 대한 존엄함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또 100세 이상을 ‘완년(完年)’이라고 정했다.

송 대표는 지금껏 ‘시니어’나 ‘노인’이든 그 세대를 부를 때 이렇게 부르겠다고 선언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 조사 결과물은 당사자가 이렇게 불러달라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미 송 대표는 혼혈이라는 말 대신, ‘다문화’라는 용어를 최초로 제안했다. 지금은 어디서든 다문화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인식도 개선된 것처럼, 송 대표는 장청년이나 노인(路人)이라는 용어 또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널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용어 지칭과 더불어, 송 대표는 세대구분에 대한 나이 상한선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현재 65세가 어느 정도 기준이 되어 있지만, 제도와 지자체마다 나이의 기준이 제각기 다르다. 그래서 송 대표는 국회에 입법권을 가진 고령화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 의견을 제시했고, 현재 함께 포럼 준비도 하는 중이다.

추모가 있는 작은 장례식

최근 웰엔딩 문화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사회적 돌봄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존엄한 죽음과 장례문화와 관련해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이 덜 성숙했다.

송 대표는, 노년 세대의 주요 관심사는 ‘내가 어떻게 죽고, 또 죽어서는 어떻게 묻힐 것인가’이다. 현재의 장례는 중환자실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장례식장에서 삼일장을 치르고, 화장하고 유골로 봉안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추모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그래서 송 대표는, 추모가 있는 ‘작은 장례’를 위해 노력 중이다. ‘작은 장례’란 장례식에 방문하는 인원의 많고 적음을 이야기하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장례는 형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추모 중심의 장례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현재, 장례식에는 방해요소가 많다. 보통 장례를 치르게 되면 고인이 돌아가신 시간과 관계없이 그날을 1일로 하고, 이틀 뒤인 3일까지 장례를 치르는데, 이 장례 시간이 많은 사람의 생업을 방해한다.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장례식을 방문해야 하는 사람도 생업을 포기하고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금요일에 고인이 돌아가시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3일째에 화장해야 하는데 일요일에 문을 여는 화장장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여기서 장례 치렀던 가족은 작은 장례식으로 10일 장을 치렀다. 미국에 사는 딸이 한국까지 오는 시간이 필요했고, 돌아가신 날이 금요일이라 그 다음 주 토요일 1시에 장례식을 하겠다고 했다. 정해진 시간에 조문객이 방문하니까 간소했다. 저온 냉장 시설 등 이곳의 시설을 모두 사용하고도 총 장례비용으로 5만 원을 청구했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방문객에게 흙내음이 나는 원두를 나누어줬기 때문이다. 그 원두 비용이 5만원이었다.

병원에서 돌아가시면, 고인의 시체는 안치실에 두고서, 꽃으로 액자 주변을 둘러싼 채 텅 빈 곳을 향해 절을 한다. 그리고 고인의 얼굴을 볼 수도 없다. 개인적으로,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한다.

- 송길원 대표

송 대표는 하이패밀리에서 치러지는 작은 장례식에서 ‘메모리얼 테이블’을 준비한다. 테이블 위에 고인이 생전에 쓰던 물건을 올려두고, 물건을 통해 고인을 추억하기 위해서다. 그 추억을 공유하며, 방문객과 가족은 고인을 위한 추모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추모가 있는 수목장

저온 냉장 시설인 호텔 막벨라. 촬영=심현주 기자
저온 냉장 시설인 호텔 막벨라. 촬영=심현주 기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이패밀리에서 장례식과 수목장을 이용하고, 추모도 할 수 있다. 특히 교회 건물 뒤편에는 저온 냉장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이 시설을 이용해, 고인의 가족은 원하는 기간 동안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저온 냉장 시설은 성경에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와 가족 매장을 위해 만든 가족묘지 ‘Machpelah’에서 유래해 ‘호텔 막벨라’라고 이름 지어졌다. 고인의 가족은 이 호텔 막벨라에서 장례식 내내 고인의 얼굴을 보는 등 원하는 방식으로 추모의 시간을 보낸다.

호텔 막벨라의 저온 냉장 시설과 음향 장치. 촬영=심현주 기자
호텔 막벨라의 저온 냉장 시설과 음향 장치. 촬영=심현주 기자

어떤 부모가 37살 외아들을 급성 심근경색으로 손 쓸 틈도 없이 보냈다. 그때 그 부모 마음이 어땠겠나. 아내를 잃으면 홀아비, 남편을 잃으면 과부,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으면 고아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이름을 차마 붙일 수 없어서 부르는 이름이 없다.

젊고 건강했던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 부모는 경찰 입회하에 아들의 사망 확인을 하고, 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상조회나 수목장이 준비된 것도 아니었다. 이후, 부모는 아들을 묻을 장소가 필요했고 이곳에 안치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 송길원 대표

땅에다 유골함을 묻고 나면 일반적으로 장례가 끝난다. 하지만 그 부모는 떠날 수가 없어서 아들을 묻은 이곳을 찾는다. 아들이 있는 곳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청란교회 내부 천장 사진 및 초소형 파이프 오르간. 촬영= 김남기 기자

송 대표는 창문 너머 잔디밭 위, 푸른 계란 모양의 청란교회를 가리켰다. 아들을 떠나보낸 그 부모는 푸른 계란 안 작은 파이프 오르간을 계속해서 연주했다고 한다. 부인과 남편은 아이가 좋아했던 노래와 신앙 고백이 담긴 노래를 하염없이 불렀다. 송 대표는 그 부모가 노래를 부르면서 추모할 시간을 충분히 보냈을 것이라며, 외아들을 갑작스럽게 잃은 상처가 조금은 치유됐을 거라고 믿었다.

암 환자의 버킷리스트를 풀어주는 '앰뷸런스소원재단'

성인용 앰뷸런스(왼쪽),어린이용 앰뷸런스(오른쪽). 촬영=심현주 기자
성인용 앰뷸런스(왼쪽),어린이용 앰뷸런스(오른쪽). 촬영=심현주 기자

하이패밀리는 암환자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앰뷸런스소원재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암환자에는 소아암환자도 포함된다. 그리고 앰뷸런스는 그 이름에 걸맞게 임종 직전인 노년 세대의 소원을 들어준다.

왼쪽부터 앰뷸런스소원재단에서 보낸 암환자의 버킷리스트 여행. 오른쪽 아래는 배우 이영애 씨의 앰뷸런스 기증. 촬영=김남기 기자
(왼쪽부터) 앰뷸런스소원재단에서 보낸 암환자의 버킷리스트 여행. (오른쪽 아래) 배우 이영애 씨의 앰뷸런스 기증식. 촬영=김남기 기자

앰뷸런스 재단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 주로 어떤 곳을 가고 싶다는 소원이 많다. 최근에는 췌장암 말기 환자가 얼마 전 결혼한 딸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앰뷸런스는 현재 3대가 운영되고 있다. 2대는 구세군에서, 1대는 배우 이영애 씨가 기부했다.

어린이용 앰뷸런스는 성인용보다 크기가 훨씬 크다. 어린이 환자는 보통 부모나 가족과 함께 이동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색상도 어린이 관점에서 만들었다. 어린이가 앰뷸런스 모형 차를 갖고 놀 때에는 재밌는데, 실제로 이 차를 타면 주사를 맞게 된다는 걸 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빨간색은 모두 배제하고 병원 문양 대신 캥거루 캐릭터도 붙여, 편하게 올라탈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송길원 대표

정인이가 묻힌 안데르센 공원묘원

정인이가 묻힌 곳. 촬영=심현주 기자
정인이가 묻힌 곳. 촬영=심현주 기자

송 대표는 앰뷸런스소원재단 일을 하면서, 죽음에서조차 어린이가 배제된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고안했다. 수목장 부지 내 어린이를 위한 무료수목장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하필 정인이가 여기로 왔다. 입양 후, 양부 양모에게 끊임없는 학대를 받다가 하늘로 간 정인이. 송 대표는 두 손으로 직접 정인이를 이 곳에 묻었다.

K-바이블 성경의 벽. 촬영=김남기 기자
K-바이블 성경의 벽. 촬영=김남기 기자

정인이가 묻힌 곳 바로 뒤에, 엄청난 규모의 ‘성경벽’이 있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모든 구절을 새겨 만든 벽이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성경 한 구절씩 새겨진 조각이 조금씩 나부꼈다. 성경 조각이 함께 흩날리며,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모습을 이루었다. 그리고 바람과 성경벽의 어우러진 소리는 이 곳에 묻힌 모든 이에게, 그리고 이 곳을 찾는 가족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악연에서 인연으로 만난 반려자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와 김향숙 대표 부부. 사진=하이패밀리 제공<br>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와 김향숙 대표 부부.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대학시절, 철학 개론 시간에 담당 교수와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그 교수의 모든 과목을 C만 받게 됐다. 소위 ‘찍힌’ 것이다. 졸업 때까지도 C만 받게 된 그 상황이 너무 억울했다. 하루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수 연구실로 찾아갔고, 의외로 교수도 용기를 칭찬해 줬다. 하지만 결과는 또 C 학점이었다. 

- 송길원 대표

송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그 교수를 다시는 안 마주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주칠 기회가 자꾸만 생겼다. 그 후, 송 대표는 교회에 목회자로 부임했는데, 그 교수의 딸이 교회 고등부 교사로 있었다고 한다.

내가 당한 만큼, 원수 딸을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곧 인연으로 이어져, 원수라고 생각했던 그 교수는 어쩌다 보니 장인어른이 되었다.

- 송길원 대표

송 대표와 부인 김향숙은 하이패밀리의 공동대표로 함께 하이패밀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생애 주기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며, 신앙을 함께하는 동역자(同役者)가 되었다. 부부는 때로는 서로를 치유해 주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오고 있다.

'다문화' 말을 만들다...가족 생태계의 패러다임 쉬프트

송 대표는 결혼 후 부산의 고신대 의과대학에서 교목으로 재직했다. 그러다 1992년 사직하게 됐고 이후,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이어령 교수를 좋아했다. 그분의 저서를 읽으면서 자랐는데, 어느 날 가슴을 파고든 말을 발견했다. 

"왜 아이를 운동장에 줄을 세워서 한 방향으로만 보고 뛰게 하느냐. 그러니까 어떻게든 꼴찌가 기어이 나오고야 만다. 대신, 아이를 운동장 한가운데에 모아놓고, 각자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모두 다 1등이 된다. 그런데 왜 이걸 하지 않느냐?" 이 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송 대표는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GDP가 높아지면 사회에서 행복을 다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행복 중에서도 미국처럼 ‘가정 행복’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송 대표는 연구소 설립하기로 하고, 조사차 미국을 방문했다. 미국에서 송 대표는 이혼자클럽이나 다양한 가정 돌봄 콘텐츠를 직접 보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제대로 연구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귀국 후,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를 만들었다.

30년 전만 해도, ‘가정’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가정 문제’ 이렇게 따라붙었다. 그래서 당시 가정에 대한 연구소라고 하니, 가정 문제 상담소냐는 식의 얘기도 들었다. 이렇듯 너무 자연스럽게 ‘가정 문제’로 접근하던 시대였다.

가정 사역 연구소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가족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 개인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자연 생태계가 아닌 인문학자로서 소위 말해 ‘가족 생태계’를 연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관련 시민운동과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는 하인스 워드(한국계 미국인, 슈퍼볼 MVP) 나타날 무렵, ‘다문화’라는 용어를 발굴했고 정착한 것이었다.

- 송길원 대표

송 대표는 연구소가 20주년을 맞이할 때,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름을 ‘하이패밀리’로 바꿨다. 현재 하이패밀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정과 부모 가족 관련 콘텐츠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모두 구현한 것이다. 송 대표는 생애 발달 단계를 따라, 청년‧중장년‧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 모두 개발‧보유하고 있다.

특히 송 대표는 본인 삶의 궤적을 따라 맞닥뜨리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예를 들어, 기러기 가족으로 지내던 어느 날 송 대표 부부에게 갱년기가 찾아왔다. 부부는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처럼, 송 대표는 스스로 겪어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프로그램 참여자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모션코칭 감정치유 참가자 후기

딸과 함께 참가한 40대 여성

딸과 함께 참가한 40대 여성.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딸과 함께 참가한 40대 여성.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딸과 함께 부둥켜안고 울 수 있었던 시간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이 시간이 너무나 특별하고 가슴에 사무입니다. 딸을 가슴에 안고 울고, 많이 홀가분하고 개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내와 함께 참가한 40대 남성

아내와 함께 참가한 40대 남성.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아내와 함께 참가한 40대 남성. 사진=하이패밀리 제공

암흑과 함께 살아온 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꺼내 줄 때까지 주저 않아 울기 싫습니다. 참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 이젠 안하도록 노력할 것 입니다. 외로움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행복한 감정만 갖고 떠납니다. 1박 2일동안 참 많이 울었고 참 많이 웃었습니다.

힘이 되어주는 사람 ‘시니어파트너스’

2024년부터 노령인구가 1000만이 된다. 미국의 은퇴자 권익보호단체처럼 세상의 ‘짐’이 되지 말고 ‘힘’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시니어파트너스’가 만들어졌다. 송 대표는 이 모임에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힘’이 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 ‘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 사회 변화의 엔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1000만 실버세대가 대한민국 경제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몰려드는 복지 쓰나미로 국가와 가정 경제에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상‧장례와 더불어 스스로 노년 복지 환경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그래서 시니어파트너스 소속 장청년은 바른 장례 모델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또 존 리 前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등 시니어파트너스 회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일에 협력할 것이다. 특히, 금융‧경제학교 운영과 청년 상공인의 경제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부동산 같은 자산을 빼고 소득만으로 계산한, 이른바 ‘통계 착시’다. 부동산까지 합칠 경우, 60세 이상은 국내 순자산의 46%를 보유한 ‘파워 실버’다.

아울러, 시니어파트너스는 가족과의 소통, 지역 간 화합, 분열을 넘어선 사회통합을 향한다. 저출산 극복과 고독사 예방 등 사회 그늘진 곳을 보듬는 것이 목표다. 홀로 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하고, 한 개의 실로는 천을 짜지 못한다. 송 대표는 혼자가 아닌 ‘우리’는, 사회 변화의 엔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에 언제나 그 집을 통과함으로써 그 존재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송 대표 인터뷰하는 동안, 노인(老人)을 ‘장청년(壯靑年)’, ‘노인(路人)’이라고 부름으로써, 앞으로 노년세대가 사회에서 ‘길’이 되고 ‘푸른세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작은 장례식과 추모공간이 있는 수목원, 앰뷸런스소원재단과 시니어파트너스까지, 송 대표는 처음 재단을 설립할 때의 마음가짐처럼 사회에 여러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었다. 송길원 목사 겸 시니어파트너스 대표의 다음 도전이 기대된다.

어느 날 핸드폰 가게를 들렀지
‘아버님!’하고 부르는 소리에 많이 놀랐네
식당에 갔더니 ‘어르신’이라 하더구먼
역시 당혹스러웠네
자식세대들은 우릴 가리켜 ‘꼰대’라고 하더구먼
어려서는 개똥이 소똥이라 불렀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네
그러다가 별안간 지공대사가 되었네
남의 일이라 생각들 마시게
‘Hodie Mich,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라네
그대들도 언젠가 그날이 올 걸세.

막상 노인(老人) 소리를 듣고 나니 떨떠름 하더구먼
그놈의 노(老)가 싫었네
노년(老年), 노망(老妄), 노욕(老慾), 노파(老婆)....
단연코 ‘No老’일세
굳이 쓰고 싶거든 ‘노년(路年)⸱노인(路人)’이라고 불러들 주시게
우리 모두 누군가의 길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말일세
어린이와 성인으로 끝났던 시절과 달리
세대가 많이 나누어졌더구먼
486 2030 4050 7080 MZ....
70대까지는 ‘장청년(壯靑年)’ 세대로 분류해 줄 수는 없겠는가?
우리도 씩씩하고 푸르른 사람으로 재탄생하고 싶다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말했다지
가을은 잎마다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고
80 이후는 기꺼이 ‘노인(路人)’으로 살아가겠네.

누군가가 말했지
늙어가는 것은 ‘신(神)의 은총’이라고
젊게 사는 것은 ‘삶의 기술’이고...
우리는 그대들에게 신의 은총을 건네주고
그대들은 우리에게 젊게 사는 것을 가르쳐 주시게나
그리고 신의 부르심이 가까워 온 날
우리 모두는 ‘노인(露人)’
그때는 소리 없이 하늘의 이슬로 사라지겠네.

- ‘애노가(愛老歌)’ 송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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