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선생님, 보고 싶어요...이미숙 교사의 약속1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1.25 11:55
  • 수정 2024.02.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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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하는 1학년이,
너희들 인생에서 빛났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어.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도 보여줬던 너희들의 웃음이 생각나
가끔 혼자 웃곤 해


너희들도 먼 훗날에 우리가 함께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며
잠깐이나마 싱긋 웃음 지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듣지만,
사실 우리도 너희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는 것을 모르겠지?
서로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 여러 모습 속에서 선생님은 다시 또 배우고 느낀단다.

- '이미숙' 선생님의 일기 중에서

아이야, 이 푸른 유채꽃처럼 환하게 자라야 한다. 촬영=이미숙 교사<br>
아이야, 이 푸른 유채꽃처럼 환하게 자라야 한다. 촬영=이미숙 교사

"한바탕 교육현장의 소용돌이가 지나간 느낌이다.
신성해야 할 교육의 현장이 왜 이리 시끄러울까?
이제 어른들은 조용하게 앉아
그 뒤안길을 반성해야 보아야 할 차례이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듯이,
‘교자천하지대본(敎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과거 우리에게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그 자리에서 세상의 근본을 익혀 나갔다. 부모는 공경의 대상이니 세상의 어른들도 응당 공경의 대상이었다. 만물은 우리의 땀으로 힘들게 재배되어 내 입으로 들어와 내 몸을 키우고 살찌게 만들어 주는 것이나, 역시 공경하고 아껴야 했다. 그러니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대하는 것도 똑같았다.

그런데 가정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은 오래전부터 우리 귀에 들려왔다.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식이다. 옆에 있는 친구는 경쟁의 대상이니 넘어지면 그냥 밟고 너만 1등 하면 된다고 집에서 가르쳐왔다.

이 청매실처럼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 촬영=이미숙
이 청매실처럼 점점 단단해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 촬영=이미숙 교사

강남에 가면 그 양육강식(養肉强食)의 현장이 더욱 뚜렷하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의대 사관학교인가 하는 곳을 다니고, 학원마다 선행학습을 한다고 난리다. 선행학습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교육학자들도 많은데 말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흙 위에서 만지고 노는 교육으로 변해가고 있다.

밖에서, 흙 위에서 놀아보지 못한 아이들은 정상적인 인성이 갖추어지기가 힘들다. 그러니 아이들은 어린시절 친구와 놀았던 기억보다는, 학원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며, 학원 안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훨씬 더 많은 요즘이다.

참 맑아라
겨우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열이,
열이가 착하게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
먼 해안선과 다정한 형제섬
그냥 그대로 눈이 시린 가을 바다 한 장
열이의 착한 마음으로 그려놓은
아아, 참으로 맑은 세상
저기 있으니

- ‘바다가 보이는 교실’, 정일근

청춘의 꿈은 야생마와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br>
청춘의 꿈은 야생마와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

오랜 시간 도서관을 다녔다. 그런데 도서관에도 가보면 그런 비슷한 현상들을 볼 수 있다. 많은 청년이 공부하고 있는데, 그들이 보고 있는 책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임용시험 준비 아니면 공무원 시험준비다. 봄날 점심시간이 되면 따뜻한 햇볕 아래 도시락을 들고 하나, 둘, 도서관 벤치나 정자 아래 모여 점심을 먹는다.

그 옆에 앉아 있으면, 불타는 청춘들이 왜 그리 기를 쓰고 똑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 기이하기까지 하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기필코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선생님이 되려는 속내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

첫째는 ‘그래도 아직 선생님은 사회에서 존경받은 직업이라서’, 두 번째는 ‘잘릴 걱정 없는 철밥통이라서‘ 한단다. 누군가는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여름, 겨울방학이 있어서’라고 한다. 정말 방학시즌에 세계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선생님이 장기 여행을 나온다. 그래서 좋은 직업군이기는 한 것 같다.

아이들이 준 꽃다발.&nbsp;촬영=이미숙
아이들이 준 꽃다발. 촬영=윤지현 교사

우리의 어린 시절을 가만히 뒤돌아보면 기억나는 선생님들이 참 많다. 기를 쓰고 교육청 ‘교사찾기’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인터넷을 찾아 들어가 옛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흔적이라도 있는지, 검색해 본다.

학창시절은 우리가 힘들 때, 평생 꺼내어 조용히 음미하면 살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왜 그리 좋을까. 비록 회초리라는 것은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아직도 ‘사랑의 매’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가난한 집 아이가 월사금을 못 내어 학교에 나오지 못하면 선생님은 박봉을 털어 도와주셨다. 그 시절은 정말 박봉이었다. 도시락을 못 싸 오는 아이가 있으면 선생님이 몰래 도시락을 건네주며, ‘너는 우리의 미래이니 튼튼하게 자라야 한다’고 하셨다.

"아이의 장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니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는
심정적으로 그 아이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스승이 내리치는 회초리는 아이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했고,
소중한 인생의 약이 되어 앞날에 크나큰 등불이 되었다."

그러니 선생님의 말씀은 마치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았다. 이 세상의 나침반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가도 그 선생님이 못내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랑해요, 선생님.&nbsp;촬영=윤지현 교사
사랑해요, 선생님. 촬영=윤지현 교사

며칠 전에 들은 한 현직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남는다.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고 작년 9월 이후로 학교 현장이 완전히 변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현장체험학습 같은 것을 나가지 않으려 한단다. 혹시나 나가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너무 보신주의에 물드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스럽기까지 하단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잘 넘겨야 할 것이고, 특히나 교장이나 교감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더욱 조심스럽다고 한다. 몇 년 전에 교장으로 퇴임한 한 친구의 말도 기억난다. ‘교사 말년에는 구르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고, 군대 말년에 듣던 이야기다.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

“아이들은 그 나라의 미래다.
아니 세계의 어린이들은 이 지구의 미래다.”

그 인성과 미래의 밑바탕은 어른들과 선생님이 만들어 준다. 루소도 ‘어린아이들은 하얀 백지와 같아서 자기에게 맡겨주면, 어떠한 그림이라도 그리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불협화음들은,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어른들과 선생님들이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참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많은 사람이 걱정한다. 물론 선생님들이 시위하고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해 본 적이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선생님은 직업인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스승님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의 지나친 욕심일까?”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으려고 만든 게 아니다. 촬영=이미숙 교사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으려고 만든 게 아니다. 촬영=이미숙 교사

대학 시절 은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높여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거기에 ‘님’자까지 이중 존칭을 붙여 부르는 것은, 그만큼 더 신성한 일에 종사한다는 것이라고.

“선생님, 선생님,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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