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경의 플러스라이프] 한 살배기 시니어모델 ‘리송’

박애경 기자
  • 입력 2020.05.26 13:08
  • 수정 2021.06.08 13: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살배기 시니어모델 ‘리송’

(촬영=김남기 기자)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박애경 기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다. 이 노랫말에 고개를 끄덕인다면 삶을 맛깔스럽게 요리할 수 있는 시니어의 길에 들어선 거다. 늙어가는 것이 단순히 신체적 에이징을 표현한다면, 익어간다는 것은 신체적인 것 이상의 정신적, 심리적 성숙함을 뜻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우리말 ‘익다’의 여러 가지 사전적 의미 중 ‘맛이 들다’가 있다. 이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맛도 풍미 있고 깊어지는 것 아닐까.

지난 5월 6일 시니어모델로서 자신의 삶을 맛있게 요리하는 ‘리송’씨를 만났다. 리송씨는 만 69세, 우리나이로 70세에 ‘모델’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녀의 거침없는 도전의 결과는 화려했다.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에서 주최한 '시니어패셔니스타 콘테스트'에서 지원자 1500여명 중 최종 10인에 선발되고, 이후 11월 열린 '제1회 KMA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서는 최우수상과 우정상을 수상했다.

‘모델’이라는 영역이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시대는 가고 없다. 이미 모델계에는 시니어들을 위한, 시니어들의 의한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고, 그 중심에 ‘시니어모델’들이 있다. 이번에 만난 ‘리송’씨 역시 시니어모델로서 콘텐츠 리더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그녀를 만나보자.

(사진=제이액터스 제공)
(사진=제이액터스 제공)

Q 안녕하세요, 선생님. 실제로 뵈니 너무 멋스러우세요. 엣지있고 눈빛이 살아 있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표정과 몸짓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져요. 모델은 어떻게 시작하신건가요?

[리송] 사실 모델이라는 영역은 제게 굉장히 생소했어요. 지난해 일흔 살이 됐을 때, 이제껏 성실하게 살아온 제 삶의 역할에서 한걸음 물러나 온전히 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부터 삶의 축에 저를 중심으로 두고 저만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잘난 척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늘 멋쟁이란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리고 나이가 드니까 젊은이들이 저처럼 늙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요. (웃음) 그러다 우연히 시니어 모델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람들에게 들은 ‘멋쟁이’라는 수식어에 용기를 얻어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죠. 그래서 시니어모델 교육을 하고 있는 ‘제이액터스’를 찾아 교육받고 또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Q 이러한 도전의 결과가 지난해 많은 수상으로 보답이 되었네요. 당시 수상경력과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리송] 참으로 감사하게도 교육 받은 지 몇 달이 안 됐을 때 현대백화점이 10월에 주최한 ‘시니어패셔니스타 콘테스트’에서 지원자 천 오백여 명 중에 최종 여성모델 5인에 제가 선정됐고, 11월에 열린 제1회 KMA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서는 우정상과 65플러스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이것은 그저 저에게 주어진 축복 같은 거였어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시하고 또 가꾸며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저의 삶의 표정이 모델 리송으로서 인정받게 한 이유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의 주름진 미소가 그려내는 자연스러움과 향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며 세월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멋진 주름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Q 모델로서 ‘리송’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리송]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저는 신체적인 면에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특히 키가 작은 편이에요. 하지만 모델이 꼭 키가 커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서도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표정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최대한 옷을 단순하고 깨끗하게 입어야 해요. 옷이 과하면 본연의 메시지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작업을 할 때는 저는 거의 화장을 안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저의 주름을 겁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살아온 저의 삶의 역사이자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델 리송이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살아있는 눈빛과 조각된 주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이액터스 제공)

Q 오는 8월, 앙드레김 10주기 기념 추모패션쇼 무대에 오른다고 들었어요. 우리나라 패션계의 선구자인 고 앙드레김 선생님을 추모하는 패션쇼라 의미가 더 특별할 것 같습니다. 행사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리송] 네 그렇습니다. 8월에 앙드레 김 타계 10주기 기념 추모 패션쇼가 열립니다. 이전 추모 패션쇼에는 젊은 모델들이 무대에서 섰는데 이번에는 화합과 소통이라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시니어 모델들도 함께 무대에 올라 추모행사를 하기로 했어요.

Q 마지막으로 인생2막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면?

[리송] 제가 제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천상병 시인의 시 ‘소풍’에 나타난 표현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어요. 어쩌면 이 말을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할 수 있게 해줄 나의 마지막 모습이 시니어모델일겁니다. 저에게 툭 던져진 선물 같은 시니어모델이라는 인생2막을 열심히 살아낼 거예요. 나이가 든다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저의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는 시니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삶의 철학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인생2막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이 많은 공감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름다운 모습 오래도록 보여주시고, 특히 선생님의 멋진 인생이 드러나는 런웨이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