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알게 돼 고마웠어요”···한글을 배우고 당신의 편지를 읽으며

김수정 기자
  • 입력 2020.06.15 17:26
  • 수정 2020.06.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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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깨친 한글로 시화집까지…늦깎이 학생들의 작품들 시화집으로 엮어

(증편군 문해학교 시화집 발간, 사진=증평군 제공)
(증평군 문해학교 시화집 발간, 사진=증평군 제공)

[이모작뉴스 김수정 기자] “당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내가 앉아서 (한글)공부를 해요. 나한테 고맙고 미안하다고 안해서 매정한지 알았는데 (편지를 보고) 당신 마음을 알게 돼 고마웠어요”

이 편지글은 증평군이 운영하는 문해학습을 통해 글을 깨우치며 남편이 생전에 남긴 편지를 읽고 하늘로 보낸 답장으로, 찾아가는 동행학당 문해교육 시화집 ‘막골 이야기’에 수록돼 있다.

‘막골이야기’는 문해교사 이흥연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한글을 깨우친 늦깎이 문해학생 10명의 시와 그림, 일기 등이 수록돼 있다.

연철희(증평읍 죽리, 69세) 할머니가 한은미 선생님의 지도아래 한글을 익히고 지은 시와 수필 42편을 실은 내 마음에 날개를 달고’도 펴냈다.

지난해 12월에는 각 마을별 문해 교육 참여 어르신들의 시와 수필, 그림을 엮은 시화집 ‘세상과 만나는 첫번째 이야기’를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증평군립도서관 문해학교 40명, 마을단위 문해학교 108명, 전국성인문해 백일장 수상작 9개 작품 등 185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시화집들에 실린 어르신들의 손 글씨와 손 그림에는 글자를 익혀 가는 기쁨과 감동,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배우지 못한 한과 서러움으로 살아온 가슴 뭉클한 사연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특히 △군대 간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지 못해 한글을 깨우친 지금에서야 편지를 찾아본 사연 △오빠가 학교 갈 때면 하염없이 혼자 울었다는 사연 △생을 마감하기 전 마지막 일기를 한글로 쓰신 사연들은 눈물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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