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신중년 요즘세상 1] 아들이냐? 딸이냐?

오은주 기자
  • 입력 2019.04.05 09:44
  • 수정 2019.04.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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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현재, 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심리학과 졸업
1989년 현대문학에
소설 '늪' '저녁 산행' 추천완료 등단
소설집 [달의 이빨] [하루 이야기]
[잠든 정원으로부터] 출간
2011년 한국소설작가상 수상
(현)한국문화콘텐츠 21 운영위원,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60대 초반의 젊은 시부모인 김모씨와 50대 후반인 그의 부인 박여사는 요즘 첫 손주를 볼 마음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2년 전에 결혼한 아들네에서 얻는 손주라 말하자면 친손주가 되는 셈이다. 예비할머니인 박여사는 아들네가 딸을 낳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신은 딸이 없고 아들만 둘을 키운 터라 귀여운 손녀를 키우면서 아기자기한 대리만족을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요즘은 임신 5개월쯤에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어서 곧 성별을 알게 될 텐데, 아무쪼록 딸 손주이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대부분의 중년 이후 남자가 그렇듯 장손으로 아들 손주를 바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박여사는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 그녀의 예상을 깨는 다소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남편도 아들 손주가 아닌 딸 손주를 원한다는 것이 아닌가! 가부장제 환경에서 살아온 세대라 당연히 소위 자신의 핏줄을 이어준다는 아들 손주를 바랄 줄 알았는데 딸 손주를 원한다니...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당신도 요즘 주변에 돌아가는 거 보면 몰라서 그래? 당장 우리 집 만해도 아들 둘이라고 남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냐구. 아직도 결혼 할 때 집값은 주로 남자가 내는데, 재작년 첫째 녀석 결혼 때 전셋집 마련에 돈 보태느라고 우리 부부 종신보험까지 해약했잖아. 둘째 녀석 결혼할 때는 또 어쩔 거야. 게다가 돈 보태서 결혼하면 뭐해. 가장이라고 자기네 살림 꾸리느라 힘들어서 부모에겐 경제적 도움 한 푼도 못 주는 세대가 우리 애들이야. 그저 더 가져가지 않으면 다행이라니까.”

박여사도 그런 사실은 다 알고 있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건 그 모든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노후에는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다는 기존관념에 기대는 마음 탓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지금 우리 세대에 진짜 노부모를 알뜰히 보살피는 자식이 누구야? 옛날이야 아들이 자기 부인한테 대리효도 시켜서 아들이 효도하는 냥 했지만 요즘 그게 어디 통해? 진짜 노부모를 정서적으로 잘 돌보는 사람은 다 딸들이더라구. 앞으로의 세대는 더할 거야. 요즘은 학교마다 공부도 다 여학생들이 잘하잖아. 우리 아들네가 딸을 낳아야 공부시키기도 수월하고 가정적으로 더 화목할 수가 있다니까.”

박여사는 남편이 아들 둘을 키우면서 어지간히 잔재미도 없고 힘들었구나 하며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시대의 아들이야말로 부모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가성비와, 마음의 만족을 주는 가심비가 다 낮은 존재인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니 박여사는 아들을 위해서도 다시금 딸손주를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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