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반격]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様年華)’...김해시 상동면 어르신 봄나들이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3.31 14:14
  • 수정 2023.03.31 14: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양연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김해시 상동면은 낙동강 줄기에 자리 잡고 있다. 무척산, 신어산, 금동산 등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도심지와는 동떨어진 조용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상동면은 낙동강의 오염으로 생명이 살 수 없었던 대포천을 주민의 노력으로 1급수로 바꾸어 놓아 2005년 대통령단체표창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을 어르신은 낙동강에서 고기도 잡고, 놀이문화를 즐겼는데, 낙동강 상수원 보호로 강가에서 즐기던 천엽도 이젠, 옛 추억을 남게 되어 큰 아쉬움을 갖고 있다.

김해시는 상동면 여차리 옛 용당나루터에 시화인 매화로 공원조성. 사진=김해시 제공
김해시는 상동면 여차리 옛 용당나루터에 시화인 매화로 공원조성. 사진=김해시 제공

이문걸(81세) 상동면노인회분회장

우리 마을은 낙동강 근처 산골짝에 있다. 옛날부터 낙동강변에서 채소밭을 일구었는데, 이젠 그마저 못하고 있다.

낙동강 상수원 보호 조치로 농사짓기가 어렵다. 낙동강 주변을 잘 정리하고, 청소도 열심히 했다. 부산 사람이 좋은 물 먹는 것도 좋지만, 우리 같은 노인들이 놀거리가 줄어서 아쉽다.

그래도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산딸기이다. 우리 마을에 산딸기는 전국 최고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상동면의 명품 특산품은 ‘대포천 산딸기’로 농가소득의 원천이다. 상동면은 산딸기 재배에 좋은 흙과 햇빛, 물이 잘 어우러져 맛 좋은 친환경 산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안토시안이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건강식품으로 명성을 얻어 잘 팔리고 있다. 산딸기체험 농장이 있으니, 김해시 여행객이라면 몸보신 눈요기하러 한 번쯤 방문해 보길 권한다.

김해시 상동면 대포천 산딸기. 사진=김해시 제공
김해시 상동면 대포천 산딸기. 사진=김해시 제공

‘내 인생의 화양연화’

3월 29일 상동면 여덟 분의 어르신은 내동에 위치한 맞춤형 느림 쉼터인 카페 ‘후에고’에 모였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시골 노인답지 않게 곱게 차려입은 옷매무새와 건강한 모습으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담소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이들은 ‘내 인생의 화양연화’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시니어이다. ‘화양연화(花様年華)’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뜻하는 말로 왕가위 감독과 장만옥, 양조위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경남 김해시 상동면행정복지센터에서 시니어를 위한 커피 체험행사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상동면 어르신. 사진=김해시 상동면행정복지센터 제공
 ‘내 인생의 화양연화’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상동면 어르신. 사진=김해시 상동면행정복지센터 제공

이정대 상동면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장

군포시는 작년에 읍면동별로 마을복지계획을 세웠다. 상동면은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여가와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상동면의 어르신은 지역적으로 외곽에 있다 보니, 문화적인 생활에 목말라했고, 농촌을 벗어나, 낭만과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선호했다.

그래서 상동면은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나누고, 시니어 전문강사의 인생살이 얘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모임 장고인 카페 ‘후에고’는 일반 카페와 달리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 취지를 듣고 흔쾌히 장소 협조를 해 주었다. 이날 어르신과 함께 소통한 시니어 전문강사 정순화 강사는 커피에 조회가 깊은 분으로 시니어 관련 공부와 일을 추진할 계획이다.

‘커피는 악마같이 검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며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는 탈레랑의 명언을 되새기며, 오늘 이 시간이 어르신들이 잊어버린 감성에 눈뜨고 노년의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하고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상동면의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4월 5일에도 열린다. 6월에는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소셜다이닝’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동면의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이 함께 야외에서 밥상모임과 공연을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서로 살면서 고달픈 얘기도하고,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잘 아는 멘토가 참여해, 살기 좋은 마을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이문걸(81세) 상동면노인회분회장

이문걸(81세) 상동면노인회분회장

상도면 면장이 초대해서 참해했다. 그리 기대는 안 했지만, 너무 대접을 잘 받았다. 커피와 맛있는 다과 먹으면서 색다른 분위기에서 서로 못다 한 얘기를 나누었다.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도 듣고, 어설프지만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모처럼 즐겁게 지냈다.

산골 마을이라 코로나로 피해는 없었지만, 마을 경로당이 문을 닫고, 놀거리가 변변치 않았다. 산골 노인도 몇 안 되는데, 늙어서 갈 데도 없고, 교통도 불편하고, 서로 자주 만나면 운동하고 재미나게 노는 데 할만한 것이 없었다.

우리 마을은 산딸기도 유명하다. 특히 ‘대감벽화마을’은 도공 백화선의 고향으로 집마다 벽화들이 잘 꾸며져 있다. 마을에 관광객이 오시면, 산딸기도 드시고, 벽화와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했으면 좋겠다.

‘대감벽화마을’의 
‘대감벽화마을’의 조선 여성 도예가 백파선을 그린 벽화. 사진=김해시 블로그

백파선은 조선 최초의 여성 도공으로 남편 김태도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 아리타에서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렸다. ‘대감벽화마을’은 백화선의 고향으로 조선 여성 도예가 백파선을 기리기 위해 불의 여신, 아름다운 도공, 분청사기, 철 제련 등 역사 속의 대감마을을 컨셉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