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공동체를 디자인하다’...'주객전도' 되면 생기는 일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2.06 15:11
  • 수정 2023.12.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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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 열려

[이모작뉴스 심현주 기자] 12월 5일, 전국에서 활동 중인 선배시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주최, ‘선배시민, 공동체를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전국의 선배시민이 ‘선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였다.

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 촬영=심현주 기자
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 촬영=심현주 기자

선배시민은 후배시민의 길을 열어주는 역할

전에는 노인이라는 생각에, 내가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배시민을 배운 뒤, 나도 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고, 스스로 젊어졌다고 느끼면서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 윤영옥 동작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

선배시민 활동을 하며 남을 배려하는 것을 배웠고, 더 나아가 지역 사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선배시민으로서 후배 시민의 길을 열어주는 우리의 역할과 활동들이 매우 인상 깊었다.

- 이상민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선배시민

선배시민 대회가 말하는 ‘선배’란, 시민권 실현을 위해 후배시민과 함께 공동체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선배시민은 No人이 아닌 Know人으로, 자기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하는 존재, 돌봄을 받는 대상에서 돌보는 주체, 후배시민과 연대함으로써 공동체에 의미 있는 존재로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16개 지회, 337개 회원기관 14,000명 노인복지 전문 종사자, 300만 노인회원이 선배시민으로서 활동 중이다.

우리는 선배이다

선배시민 선언문을 낭독중인 이오영 함지노인복지관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

선배시민 정책발표에 앞서, ‘선배시민 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이오영 함지노인복지관 선배시민, 허대영 강원선배시민추진위원회 선배시민, 서진순 용산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이 무대에 올랐다. 선배 시민으로서의 다짐을 선언했다. 아래는 선배시민 선언문의 전문이다.

Ⅰ. 우리는 선배시민이다
ⅰ우리는 시민이다. 공동체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시민이다.
ⅱ우리는 선배이다. 후배시민과 소통하고 그들을 돌보는 선배다.
ⅲ그러므로 우리는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요구하고 후배시민을 돌보는 의무를 다한다.

Ⅱ. 우리는 서로에게 당당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꿈꾼다
ⅰ우리는 돈, 지위, 학벌 앞에 침묵하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꾼다.
ⅱ우리는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협에 함께 맞서 누구나 안전하고 생존  의 문제를 걱정하지않는 풍요로운 세상을 꿈꾼다.
ⅲ그러므로 우리는 자아가 편안히 드러나는 광장에서 서로에게 당당하고 풍요로운 세상에 대해 말하고 상상할 것이다.

Ⅲ.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될 것이다
ⅰ우리는 무기력한 늙은이도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자도 아니다.
ⅱ우리는 선배시민이 되기 위해 늘 함께 생각하고, 질문하고, 상상할 것이다.
ⅲ우리는 이제 더 이상 돌봄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후배시민과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ⅳ그러므로 우리 선배시민이 걸어가는 그것은 곧 공동체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같이 용기내!’

이후 선배시민의 정책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정책발표는 지역 대회를 거쳐 전국대회에 상정할 안건을 대표 정책으로 채택했다.

이금자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이 ‘같이 용기내!’라는 제목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선배시민의 노력을 발표했다. 이금자 선배시민은 동료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후배시민과 함께하는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다회용기 이용문화 활성화를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역사회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금자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br>
이금자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

정미경 남양주시동부노인복지관 선배시민은 ‘선배시민 조례 제정’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광역 행정단위에 선배시민 조례 제정의 확산을 제언했다. 경기도 선배시민 조례 제정이 이뤄졌으므로 함께 발맞춰 나가자는 의미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특히 정미경 선배시민은 선배시민이 활동하고 함께하기 위한 사회적 장이 부족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 및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미경 남양주시동부노인복지관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br>
정미경 남양주시동부노인복지관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

마지막으로 임광호 강원 선배시민클럽 선배시민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주민주도형 지속가능한 농촌 만들기 정책’을 제안했다. 아울러 육아와 교육 정책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인재 양성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임광호 선배시민은 농어촌특별전형 입학제도 개선, 농업후계자 양성 제도 보완, 임대주택 활성화로 새로운 농촌문화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광호 강원 선배시민클럽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br>
임광호 강원 선배시민클럽 선배시민. 촬영=심현주 기자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는 그동안의 성과를 나눈 분명 뜻깊은 행사였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이번 대회는 정작 ‘내빈’을 위한 행사였다. 내빈을 소개하고, 내빈의 축사가 모두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행사의 모든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큰 행사이니만큼, 많은 기관의 축하를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내빈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내빈이 한 명씩 무대에서 축사했다. 축사 순서도 뒤죽박죽이었다. 심지어 한 내빈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빠트린 채 순서가 진행되었다며, 불만을 토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선배시민을 위한 행사인지, 내빈을 위한 행사인지 알 수 없었다.

선배시민을 위한 행사라면, 내빈 소개와 축사는 줄이고 ‘선배시민’을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내빈의 축사를 들어야 하는 그 시간에, 먼 곳에서 방문한 선배시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 선배시민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어떤 자부심을 느끼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 선배시민의 생생한 이야기 하나가 열 명의 내빈 축사보다 가치 있기 때문이다.

후속 계획 밝히지 않는 ‘정책제안 동의서’

정책 제안 동의서를 들고 사진 찍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및 국회의원. 촬영=심현주 기자

전국 1만 명의 선배시민 이름으로 제안한 ‘정책 제안 동의서’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및 두 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했다. 그러나 이후의 구체적인 절차 및 계획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말만 남기며, 서명한 종이를 들고서 인증사진을 남기기에만 급급해 보였다. 선배시민의 염원이 담긴 정책 제안 동의서는 그렇게 사진 한 장으로 남았다.

이번 제4회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4000여 명의 선배시민이 모인 행사였다. ‘대한민국 선배시민 대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선배시민’이 주체가 되는 행사여야 한다. 하지만 내빈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사는 행사의 취지를 무색게 했다. 과연 전국에서 모인 선배시민이 '선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는 '주객전도'가 된 행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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