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모니카 부는,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정효원‘...보건복지부 장관 최우수상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12.06 16:14
  • 수정 2023.12.08 1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저 멀리 달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 잠은 오질 않네
랄랄 랄랄랄라 랄라랄 라랄랄라 ~
- 윤형주

정효원. 그가 강의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하모니카 소리가 들린다. ‘조개껍질 묶어’ 하모니카 반주에 맞추어 교육생들은 옛 추억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른다.

강의 중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정효원 시=사진=정효원 제공<br>
정효원 수상모습, 2023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 Festival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아카데미 부문 최우수상’. 사진=한국에자이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정효원 씨는 30살의 청년이다. 2023 장애인 고용 인식개선 Festival에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아카데미 부문 최우수상’으로 11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의 결과는, ‘장애인 인식개선’ 이라는 콘텐츠와 강의가 인정받은 결과이겠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좀 더 색다른 면이 있다.

정효원 씨는 ‘에이퍼트 증후군’이라는 선천적 희소 난치병을 앓고 있다. 합지증으로 머리뼈부터 손뼈와 발뼈가 각각 붙어서 태어났다. 합병증으로 생긴 중이염으로 청력은 비장애인의 약 50% 정도이다.

아직 발가락은 양쪽 엄지발가락 2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붙어 있는 상태다. 어릴 때부터 많이 물리치료를 병행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제 일상에서는 크게 스스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는 (주)한국에자이에 4년 전 입사했다. 이번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 4번째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잦은 이직은 그에게 좌절을 딛고 오늘의 희망을 보여준 과정이었다.

여러 번의 직장 적응 실패를 경험하며 위축된 시기에 한국에자이 면접을 봤었다.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걸 못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다. 하지만 한국에자이 면접에서는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받았다.

나의 입사‧적응기 스토리...‘장애인 인식개선 콘텐츠’ 사례로

그의 강의 내용은 ‘직장 내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다. 법적 의무교육으로, 장애의 정의라든지, 장애유형 그리고 고용지원 제도가 들어가야 한다. 강의는 매번 같은 내용을 사람들에게 진행하다 보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사람들이 공감이 갈 수도 있는 내용을 담았다.

강의 중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정효원 시=사진=정효원 제공
강의 중 하모니카 연주를 하는 정효원 시=사진=정효원 제공

하모니카 연주를 제가 매번 강의할 때마다 들려드린다. 그리고 제가 하모니카를 배운 동기를 말한다. 학창 시절 음악 수행평가 때 손가락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리코더를 연주할 수 없어 하모니카를 불어 평가에 응했던 사례를 전했다. 

누구나 직장 내에서 자신의 주어진 업무가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각자의 개성과 여건에 맞게 업무를 수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하모니카 연주가 끝나면, 앵콜요청을 받기도 한다.

'장애인 인식' 강의교안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다. 자료=정효원 제공
'장애인 인식' 강의교안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다. 자료=정효원 제공

정효원 씨는 귀가 잘 안 들리는 탓에 동료들과 업무협력 프로그램으로 자주 소통한다. 그는 사내 시스템으로 업무를 공유해, 부서장의 업무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다른 직장동료에게 전파한다. 정효원 씨는 강의와 더불어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뉴스 모니터링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주로 진행된 업무였다. 정효원 씨는 매일 회사의 제품과 관련 질환 별로 보도된 뉴스를 스크랩하여 전 직원 및 각 부서에 보낸다. 정효원 씨는 해당 업무를 통해 회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각 부서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채용을 진행한 기업사회혁신 부서의 서정주 이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효원 씨와 함께 직무를 디자인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이 과정에 다양한 부서 직원들의 협력과 지원이 있었다. 관계 맺고 있던 장애인단체들의 조언과 도움도 컸다 고 말했다.

사내 야구 동아리에서 연습중인 정효원 씨. 사진=정효원 제공
사내 야구 동아리에서 연습중인 정효원 씨. 사진=정효원 제공

정효원 씨는 올해 사내 야구 동호회에 가입하게 됐다. 정효원 씨가 동호회에 들어온 후부터 경기에 승리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동호회 직원들은 그를 ‘승리요정’이라고 부른다. 정효원 씨는 내년에는 경기에 선발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정효원 씨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지사에서 온 직원에게 영어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어 강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하고 싶다고 한다.

여행명소를 다니는 블로거...배리어프리를 담다

글쓰기와 여행을 좋아하는 정효원 씨는 수도권의 여행명소를 다니며 배리어프리 접근성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그는 영상편집과 카드뉴스, 소설 등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향상하기 이해 '나를 있게하는 우리'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회사 내 닉네임은 ‘윌(will)’이다. 그래서 ‘윌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연재하고 있다.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갈 수 있는 경사로 이동경로를 사진으로 설명한다. 사진=정효원 제공<br>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갈 수 있는 경사로 이동경로를 사진으로 설명한다. 사진=정효원 제공

서울 동물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4호선 대공원역에 하차하여, 도보로 15분 정도 걸으면 코끼리 열차 매표소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표를 구입하여 코끼리 열차를 통해 동물원으로 이동하거나(휠체어 리프트 이용 가능) 도보로도 동물원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열차가 크지 않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 하차할 때 후진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물원의 대부분을 길은 불편함 없이 큰길로 되어있지만, 몇몇 동물원은 길이 좁아 휠체어를 코너에서 돌리기 어렵습니다.

- ‘전시 관람 중심에서 동물 복지에 힘쓰는 서울동물원’ 중에서

‘공감할 수 있는 다름’ 포용사회를 꿈꾸다

정효원 씨가 복지부장관상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장애인이 어떻게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적응하고, 동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행복한 직장만들기의 모범사례를 전파 한 것이 인정받은 것이다.

기업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 모습. 사진=정효원 제공
기업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강의 모습. 사진=정효원 제공

최근 정효원 씨는 초로기 환자에게 희망을 배우고 있다. 만 65세 이전에 나타나는 치매를 초로기치매라고 한다. 초로기 치매환자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예술활동에 참여와 지원을 하기도 했다.

한 번도 치매가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나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질문을 드려야 될지 고민했다. 하지만, 나의 편견은 초로기 환자를 만나면서 나와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분들은 사회에서 아직도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싶으신 욕구가 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도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문화활동으로 미술 활동도 글도 시도 잘 쓰는 사람들이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들이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한 번도 장애가 있는 사람과 일을 해보지 않고, 장애인이 일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채용을 주저할 수도 있다.

만약에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다면, 한번 함께 일하는 것을 경험해 보고, 함께 소통을 해보라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많은 기업에서 포용적인 고용 사례가 더 많이 늘어난다면, 이 사회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