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선의 구구절절] 네 이웃의 '장애인 주차장'을 탐하지 마라!

윤두선칼럼리스트
  • 입력 2023.11.23 10:32
  • 수정 2023.11.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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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장애인은 없는데 장애인 주차구역은 꽉 차는 이상한 아파트

우리 아파트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늘 만원입니다. 늦게 들어오는 날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 일반 차량 옆에 살짝 주차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파트에서 나 말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보행이 어려운 분도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데도 우리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은 늘 부족할까요. 또 우리 아파트 장애인 차량이 왜 다 비싼 외제 차인지 궁금합니다. 자고로 장애인은 돈을 벌기 어려운 사회에서.

물론 심증은 갑니다. 가족들의 장애를 이용해서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받아서 떡하니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거겠지요. 법에는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 탔을 때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행 장애인마크를 단 차량의 운전자를 찾아서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인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확인 불가입니다. 괜히 법만 웃기는 것이 됩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br>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장애인 차량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

작년 대통령 선거 때, 모 후보는 자동차에 붙이는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없애겠다고 했다. 장애인 등록증을 가진 장애인이 타면, 어떤 차라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누가, 어떻게 장애인이 탔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방법을 가지고 장애인 주차구역을 개방하면, 진짜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은 차 댈 곳이 없어 구석에 차량을 넣고 힘겹게 움직이어야 했을 뻔했습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br>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죽은 사람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사용한 BMW 차주

지난 10월 23일 뉴스에 의하면,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건네받아 사용한 BMW 차주와 이를 건네준 지인이 처벌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춘천지법에서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50대 A 씨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A 씨에게 사망한 아버지의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건네준 B 씨는 공문서위조 혐의가 적용돼 징역 3개월이 선고됐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B 씨에게 "거주지에 주차장이 부족하다. 관리인으로부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해도 된다고 허락받았는데,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차에 붙이면 신고가 안 될 것 같다"며 B 씨로부터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건네받았습니다. B 씨가 건넨 장애인자동차 표지는 그의 아버지가 살아생전 차량에 붙였던 것이었는데요. A 씨는 표지에 적혀있던 차량번호를 지우고 자신의 차량번호를 쓴 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왔다고 합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br>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장애인 주차장이 없으면 어떻게 다니라고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 중에, 장애인이 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입니다. 장애인 엘리베이터나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만은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주차구역이 텅텅 비어 있어도 일반 차량이 주차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장애인 주차장은 장애인이라고, 다 이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고, 걸어 다닐 수 없거나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장애인 주차장은 출입문 가까이에 만들어 보행 거리를 짧게 하고 주차 면적을 넓게 해 휠체어를 차 옆에 놓고 옮겨 탈 수 있도록 한 특별한 주차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장애인 주차구역의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 예를 들면 이중 주차 등으로 통로를 막거나 물건을 쌓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면 500,000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막상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100,000원의 과태료를 낸다는 점입니다. 왜 직접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사람이 훨씬 적은 과태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이 타지 않은 장애인 차량으로 주차를 한 가족들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들 무서워 감히 보행 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슬프게 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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