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체인지업] 서울런4050을 통해 제2의 직업찾기...우수상 김유진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14 12:53
  • 수정 2024.03.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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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을 마련했다. 본지는 이중 우수 수상작을 인터뷰와 더불어 소개한다.

김유진. 사진=50+재단 제공
김유진. 사진=50+재단 제공

“아빠가 웃는 걸 정말 오랜만에 보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을 봐온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김유진 씨는,

사람이 변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밝아졌다고요. 딸은 아빠가 웃는 걸 정말 오랜만에 본다고 해요. 아내도 수입 등을 다 떠나서 사람이 바뀐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하고요. 사실 저는 제가 (과거 구직 기간에) 어떤 상태였는지 몰랐어요. 나중에야 ‘내가 그때 가족들을 알게 모르게 힘들게 했구나!’라는 걸 알았죠. 그런데 이제는 가족이 함께 기뻐하고 응원해 주니 정말 고맙고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던 저를 지지해 준 디딤돌 같아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라는 디딤돌을 밟고 다음 스텝으로 올라올 수 있었어요. 마치 저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교육이 제 앞에 딱 나타났고, 각각의 교육이 전부 유효하게 작용해서 최종적으로 취업까지 됐으니까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사회적 안전망이 내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서울런4050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 두번쨰 줄 가운데 김유지. 사진=50+재단 제공<br>
서울런4050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 두번쨰 줄 가운데 김유지. 사진=50+재단 제공

서울런4050, 내 인생의 체인지업!’ 공모전

서울런4050을 통해 제2의 직업찾기...우수상 김유진

저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로 21년간 근무했습니다. 현대전자로 입사했던 회사는 분사, 해외매각, 법정관리, 해외재매각 등을 거쳐 결국 공장이 폐쇄되며, 20년이 넘게 재직했던 곳에서 원치 않게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1년 남짓 구직활동을 하다가 지인소개로 디스플레이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5년 정도 근무하다가 이번에는 회사 구조조정으로 또 원치 않게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2년 반 구직활동을 했지만, 팀장 이상 임원급으로 가야 하는 저의 경력과 나이, 모기업이 공장폐쇄로 없어졌다는 사실 등으로 취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구직 초기에는 실업급여도 받고 곧 구직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는데,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며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면서 수입이 없어졌고, 60세까지는 국민연금을 불입해야 65세 이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상황에 경제적으로 위축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경제적 긴축을 강요하고 예민하게 굴면서 가족을 괴롭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관계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직 직장을 다니는 지인들과 만나면 대화가 안 되고, 모임 식사비를 내는 데 눈치를 보는 등 원치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또 나와 같은 실업상태의 과거 직장동료를 만나면 서로 답답한 얘기만 하게 되니 위로가 되기보다는 우울해졌습니다. 점점 사회적 관계가 없어졌고 때로는 스스로 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만나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상황까지 되었습니다.

또 저를 괴롭히는 게 있었습니다. 원치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이니 자꾸 저를 자책하게 되는 겁니다. ‘내가 회사를 잘못 선택 했나?’, ‘회사를 옮겼어야 했나?’, ‘반도체를 선택했어야 했나?’ 등등. 회사를 나온 것도 자의가 아니었는데, 구직이 되지 않으니 ‘내가 이제는 사회에서 필요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기 위해 있는 돈을 털어 혼자 여행도 다녀봤지만, 아무리 좋은 데 가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부정적인 생각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인생을 자책이나 하고 사회에 불만을 가진 채로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경력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제2의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직업을 원한다고 시작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준비 없이 새로운 일을 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서울런 4050 포스터<br>
서울런 4050 포스터

그러던 중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초50플러스센터에서 경력전환 컨설턴트를 통해 재취업 관련 상담을 받았습니다. 50플러스포털에 자주 접속해 재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50플러스포털 배너에 재취업과 관련한 교육이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중 3가지 교육을 선택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첫째 ‘내가 가진 지식’, 둘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마지막 ‘내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재무회계’ 교육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전자회사 출신이니 ‘인공지능 및 디지털’ 교육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행이니 ‘여행상품상담사 실무과정’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세 교육 모두 면접을 통과해 교육받게 되었습니다. 중장년의 이직을 지원하는 런앤잡4050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재무회계’ 교육에 먼저 참여했고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상상우리’라는 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교육이었습니다. 재무회계 실무 및 이력서 작성법, 면접에 대한 코칭을 받았는데, 교육과정 중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노션’이라는 협업 도구였습니다. 편리한 방식의 운영방법과 깔끔한 문서정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및 디지털’ 관련 교육은 50플러스포털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듣게 된 ‘에버영코리아’의 교육이었습니다. 대면교육과 Zoom을 통한 온라인교육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교육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챗 GPT’와 문서작업이 결합한 앱인 ‘감마앱’이었습니다. 고화질 무료 사진 사이트 ‘Unsplash'에 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50+인턴십 매칭데이. 사진=50+재단 제공<br>
서울50+인턴십 매칭데이. 사진=50+재단 제공

마지막 ‘여행상담사 실무과정’은 중부캠퍼스를 통해 수강한 대학연계 과정으로, 인덕대학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교육과정을 통해 여행사의 업무와 관련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배웠습니다. 교수님들께서 더없는 열의를 보여주셨고 함께 수강한 교육생들의 배우겠다는 의지도 대단했습니다. 이 과정 중 교수님 추천으로 신규 여행사인 ‘에이치원투어’에 면접을 보고 ‘여행사 OP’로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업무를 하는데,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수강한 교육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에 새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수입이 생겨 경제적 문제도 해결되었으며, 사회에 기여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좋은 점은 여행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는 데 교육을 수강한 인덕대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는 등 든든한 멘토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함께 수강한 동료들과의 관계도 교육 후에 이어지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도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저 자신을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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