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AI 크리에이터 '정병남'...정보통신전문가에서 챗GPT 전도사로

이상수 기자
  • 입력 2024.02.16 17:17
  • 수정 2024.02.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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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배워서 남 줘야 한다. 이게 쉬운 게 아니다. 남을 주려면 내가 제대로 배워 고수가 되어야 한다. 나의 배움과 익힘이 흘러넘쳐야 남에게 줄 수 있다. 예수님은 사랑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사랑을 인류에게 줄 수 있었다. 비교할 대상은 절대 아니지만 그런 마음으로 배우고 익힌 재능을 아낌없이 주고 싶다.
- 정병남 챗GPT 전문가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나이 50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가 됐다는 얘기다. 50대 중반인 정병남 챗GPT 전문 강사. 그의 오십 평생은 누군가 이끈 듯이 점과 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그는 1급 과정 평가형 직업상담사, 노사발전재단 생애 경력설계 위촉 강사, 그리고 서초 50플러스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챗GPT 강사다.

챗GPT는 시니어에게 뜨거운 감자처럼 보인다. 중요하지만 뜨거워 만질 엄두를 못 내는 대상이다. 정병남 챗GPT 전문 강사는 이모작뉴스 지면을 통해 연작으로 챗GPT 이용법을 쉽게 알려줄 예정이다.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정병남 챗GPT전문가. 촬영=이상수 기자
 사무실에서 작업하는 정병남 챗GPT전문가. 촬영=이상수 기자

Q. 정보통신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왔다. 챗GPT를 접하고 아예 전문 강사로 나선 계기가 있다면?

A. 챗GPT는 오랫동안 나를 애타게 했던 연인과 같다. 22년 11월 쳇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오래 일해 왔지만, 대학에서 소프트웨어 동아리 활동도 했다. 당시 소프트웨어를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2021년에 큰 결심을 했다. 경력 전환 겸 인생 이모작을 계획했다. 나의 경력과 기술이 녹아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강의를 해 보기로 했다. 나름 그 분야에 어떤 ‘관’도 섰고 기초부터 응용까지 모든 것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가 녹록지 않은 분야다. 잘 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없을까 고민했다. 22년 11월 챗GPT가 세상에 나왔다. 써 보니 ‘유레카’였다. 내 생각과 의도와 인사이트를 그대로 표현해 줄 수 있는 마법 도구였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 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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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 

Q. 현재 재능기부 형태로 혹은 강의로 챗GPT를 전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가. 사례가 있다면 말해달라

A. 반포와 양재 2동사무소에 60대 할머니 두 분이 오셨다. 디지털기기 문해력은 스마트폰을 생활 용도로 사용하실 수 있는 정도였다. 첫 시간 끝나고 두 번째 오셨는데 흐뭇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유를 물었다. 첫 시간에 수행했던 결과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했다.

두 분은 나의 도움으로 챗GPT를 이용해 여행계획을 짰다. 복잡한 이론은 뺐다. 스토리 중심으로 수업을 하면 좋아하고 이해가 빠르다. 처음엔 공통의 목적지를 정해 여행계획을 짜고, 두 번째는 자신만의 목적지를 정한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을 만든다. 그리고 내가 시범을 보여주는 대로 챗GPT와 대화한다.

강원도 속초 2박 3일 여행이다. 챗GPT는 점심과 저녁 메뉴와 식당, 그 식당의 가격, 주소와 전화번호를 추출한다. 시니어 두 분은 이러한 수행 과정에서 놀라워하고 신기해했다. 뿌듯함과 성취감이 얼굴에 묻어났다.

&nbsp;풋풋한 대학시절. 사진=정병남 제공
 풋풋한 대학시절. 사진=정병남 제공

Q. 대학 졸업 후 챗GPT 전문가가 되기 이전까지 삶의 변곡점이 많았을 텐데, 어떤가?

A. 대학에서 전기공학를 전공했다.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 전자 회사에 취업했다. 그것도 정보통신본부.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쳤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화려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자 할 때 모든 사람이 말렸다. 좋은 기회를 이렇게 버리는 게 아니라고.

외국계 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로 옮겼다. 통신사업과 위성 사업을 하는 회사였다. 기술적인 능력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어학 능력을 기반으로 외국인들과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이때 비로소 나는 알았다. 내가 중요시하는 것은, 나의 성공의 잣대는 돈도, 지위도 아닌 ‘내 일에 대한 성취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일에 대한 성취감’의 최고조는 그 후 벤처기업 창업과 정보통신 전문가로 활동했던 2014년까지였다.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면서도 행복했던 시기였다. 늘 내 일에 대한 성취감으로 가득 찼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이 찾아왔다. 일에 대한 성취감과 맞바꾼 것은 내 가족과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접고 그냥 잠시 쉬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짓이다. 재충전과 삶을 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를 주었으니까.

대기업 입사후.&nbsp; 사진=정병남 제공
대기업 입사후.  사진=정병남 제공

Q. 말씀을 차분차분 참 잘하신다. 꼭 오래전부터 강의와 교육을 해왔던 분 같다. 혹 경험이 있으신가?

A.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양분하면 정보통신과 교육이었다. 사실 학교에도 있었다. 2014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학교 수업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특성화고였다. 그곳에서 네트워크와 보안교과를 가르쳤다. 취업 맞춤반을 담당하기도 했다. 가르치기도 했지만, 배우는 계기이기도 했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눈높이를 맞추고 학습자와 역지사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지금 챗GPT 강의에도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시니어들에게 딱딱한 이론만 말씀드리면 큰일난다. 쉽게 예를 들고 스토리라인을 짜서 내가 먼저 하나하나 보여주고 그분들이 수행하는 것을 지켜봐 준다. 정말 인생에 공짜는 없다. 우연인 것 같지만 모든 게, 마치 다음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또 다른 하나와 연결된다.

Q. 영어 실력이 상당해 보인다. 학창 시절 이야기가 듣고 싶다

A. 벌남초교에서 순천고까지 공부하면 뒤지지 않았다. 초, 중학교 때는 거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고비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님이 힘드셨다. 잠시 방황도 했다. 그래도 차분한 성격이라 곧 평상심을 찾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공부는 놓지 않은 셈이다. 소위 말하는 최고 명문대를 갈 수도 있었지만 4년 장학금에 학교를 바꾸었다.

사실 영어학원을 다녔거나 어학연수를 한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 그 시절 공부 좀 했던 친구들이 다 그랬듯이 성문종합영어를 달달 외었다. 대학에서는 모임을 만들어 AP 뉴스 등 영어방송을 듣고 따라 하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외국계 회사에 지원했을 때 영어면접이 있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린시절 친구와. 사진=정병남제공
어린시절 친구와. 사진=정병남제공

Q. 다시 돌아와서 시니어에게 챗GPT가 줄 수 있는 이점, 혹은 의미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A.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게 경제적인 면이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이다. 챗GPT가 있으면 내가 취업을 원하는 곳에 맞춰 나의 이야기를 맞춤형으로 전달할 수 있다.

챗GPT 등장으로 시니어 취업 시장에도 곧 변곡점이 올 것이다. 식당에도 키오스크가 주문받고 로봇이 서빙한다.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모르면 이제 단순한 일도 하기 힘들어진다. 관공서를 포함해 모든 시스템이 인공지능화하고 있다. 이제는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기본자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들에게 챗GPT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챗GPT를 알고 활용할 수 있으면 만능 개인 비서를 두는 것과 같다. 게다가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쉽게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연속으로 배울 수 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컴퓨터의 사용법이 어려울 때 누구에게 보다 자세하게 꼬치꼬치 물어볼 수 있다.  시니어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술이 친구가 되는 순간이다.

취미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음악과 같은 취미에 챗GPT가 새로운 아이디를 줄 수 있다. 글쓰기를 수정해 준다. 나만의 화풍을 실시간으로 조언받을 수 있다. 작사하면 작곡도 해준다.

챗GPT는 나의 맞춤형 건강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생활 습관이나 웰빙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나의 챗GPT’에 건강 이력과 관련 의학 정보를 저장해 두면 내 건강에 대해 수시로 물어보고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정병남 챗GPT 강사는 강의뿐 아니라 여러 분야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AI크리에이터가 분명하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협업 분야는 창의적이고 사회적 가치가 충분하다. 그는 지금도 무료 재능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 제대로 배우고 익혀 앎이 흘러넘칠 때 남을 준다는 그의 말이 척박한 세상에 새롭게 들린다.

그는 말한다. 이 AI 변곡점은 어느 날 갑자기 일상이 되어 준비하지 않은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분명 챗GPT는 시니어에게 기회다. 그러나 알기를 머뭇거리면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퇴화할 것이다. 컴퓨터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번창하던 경리학원과 경리직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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