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영숙씨는 또다시 양손 가득 빵봉지를 들고 들어오는 딸아이를 보게 됐다. 토요일 저녁마다 벌써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지 모른다. 어떤 때는 1박2일로 제주도까지 빵을 사러 다녀오기도 했다. 빵을 사온 딸아이는 봉지 위에다가 날짜를 적어서 전용 냉동고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주방에 있는 김치냉장고 옆에 4단짜리 전용 냉동고를 들이더니 그 속을 어디선가 사온 각종 빵들로 채웠다.그렇다고 그 빵들이 단지 관상용은 아니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커피 한잔과 함께 만족스런 표정으로 먹기도 했고, 접시에 올려놓고 사진도 부지런히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저녁시간 공연장을 찾기 힘든 주부층과 실버세대 관객들을 위한 가 오는 6월 28일 오전 11시 충무아트센터 복합문화공간인 ‘예그린스페이스’에서 열린다,(재)중구문화재단이 2015년부터 지역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는 이번이 15번째 공연이다. 그동안 가야금, 피리, 해금 등으로 구성된 국악연주팀 아라연, 바리톤 우주호의 토이토이클래식앙상블,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의 콰르텟엑스 등 국악, 성악, 현악 등 다양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수준 높은 공연을
퇴근 후에 집에서 저녁밥상 앞에 앉은 박부장은 오늘도 콩으로 만든 반찬이 없어서 밥맛이 다 떨어질 지경이다. 평소에 박부장이 좋아하는 반찬은 콩을 주재료로 만든 게 많았다. 어릴 때부터 밥 위에 듬뿍 얹어먹던 구수한 청국장이며, 순두부찌개, 두부조림, 짭쪼롬한 콩자반, 두부새우젓국 찌개 등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콩요리 아니던가? 당신이 콩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해서 고기를 위주로 먹는 집보다 식비가 적게 든다고 말한 사람은 바로 아내가 아니던가?그런 아내가 요즘 근 한 달째 콩으로 만든 반찬을 상에 올리지 않고 있었다. 박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우리 유산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연을 통해 예술로 확장시키고자 마련된 이 오는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린다.은 국악창작그룹 노올량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해석’이라는 주제로 기획한 공연이다. 우리나라의 6가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가곡, 아리랑, 제주해녀문화, 처용무, 농악, 매사냥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해석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기억과 손끝의 숨결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이다.이번 공연 은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예술의전당은 중국국가미술관과 공동주체로 오는 6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을 개최한다.예술의전당과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現代性)’을 주제로 열린다. 이것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올해 2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에 이은 두 번째 한·중 국가예술교류프로젝트다.이번 전시에는 간
황여사는 아침 9시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조그만 가게로 6개월째 출근을 하고 있다. 가게의 업종은 식당이다. 점심 한 끼만 장사를 하는지라 11시 30분부터 점심 손님을 받으려면 9시쯤에는 가게에 도착해서 그날 쓸 식재료들을 모두 다듬고 조리 직전의 상태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황여사네 식당에서 파는 메뉴는 고등어 묵은지조림 쌈밥과 돼지불고기 쌈밥, 이렇게 딱 두 가지이다. 주부 경력 30년 차인 황여사가 평소에 집에서 잘 해먹는 음식이고 자타공인 맛있다고 인정받은 메뉴였다.처음 시작할 때는 남편의 퇴직이 코앞이라
석 달 전에 큰딸에게서 외손자를 얻은 정여사는 초보 외할머니가 되었다. 친구들은 아직 60살도 안된 나이에 할머니라고 불리는 게 뭐가 좋으냐고 말들을 했다. 그러나 정여사의 생각은 달랐다. 결혼을 하기도 어려운데다, 결혼을 해도 아기를 잘 낳지 않는 세태가 아닌가. 그러니 결혼한 지 2년 만에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딸이 대견하기만 했다. 딸은 강씨 집안의 큰며느리라 은근 아들을 낳은 게 잘 됐다 싶기도 했다. 하긴 요즘 부모세대는 거의 자식이 둘뿐이라 큰며느리 작은며느리라는 호칭도 사라질 판이지만, 일단 강서방이 큰아들이고 밑으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려 경험의 격을 높인다.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은 ‘창령사 터 오백나한 전시장 미소음악회(이하 미소음악회’를 오는 6월 5일과 12일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올린다. 지난 4월 양 기관이 업무협약 체결한 후 유・무형문화유산을 연계한 첫 협업 프로젝트이다.이번에 열리는 ‘미소음악회’는 거친 화강암 안에 핀
오늘 아침에도 박여사는 남편의 밥상에 달걀 프라이 두 개를 곁들여 놓았다. 전기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터라 김사장이라 불리는 남편의 아침 밥상에는 온갖 반찬이 다 있어도 언제나 자못 고전적인 달걀 프라이 두 개를 올려야 한다. 남편이 달걀 프라이 두 개를 아침마다 먹기 시작한 건 20년 전부터였다.20년 전, 결혼한지 15년 만에 알뜰살뜰과 천신만고를 합친 노력으로 박여사와 남편은 처음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 당시는 서울 변두리인 마포였지만, 번듯한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흥분과 기쁨 속에 두 아이들과 이사를 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50대 후반인 여인들로 속칭 미녀 4총사인 영미, 윤자, 금희, 난영은 여고 동창생들이다. 충청도의 한 여고 출신들인 4인방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사는 터라 더 돈독한 우정의 만남을 수십 년째 이어오고 있다. 남편들과 같이 만나서 술과 밥을 먹는 모임도 매년 몇 차례는 하는 정도고 서로의 자식 얘기, 부모님 이야기 등 가정사도 훤히 알고 있는 친밀한 사이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나부끼던 시절에 결혼을 해서 그런지 다들 무슨 법령을 엄격히 준수하듯 자녀는 둘씩을 낳았다. 그 8명의 자식들 중 금희의 둘째 딸이 올해 마지막으
나이가 60대 초반인 김종호씨는 요즘 자주 우울해졌다. 김종호씨는 자신이 겪는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 때문일까 생각해보았다. 생활비는 연금과 약간의 월세로 충당이 가능했다. 아끼면서 쓰면 그럭저럭 초라하지 않게 살 정도는 돼서 부인도 일을 하지 않고 가끔은 국내여행도 했다.퇴직 후에 소일 삼아 나가는 친구의 부동산중개소에도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었다. 김종호씨가 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건 아니고 부동산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를 얻어서, 친구가 업무로 자리를 비울 때는 사무실을 지키는 역할도 해주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남의 장소로도 이
선박회사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올해 61세가 된 전직 김이사는 퇴직 이후 6개월간 낮에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부인에게도 그동안 사회생활에서 쌓인 독소를 빼는 시간이니 가만히 놔두어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평일 낮 시간에 벌어지는 삶이 도무지 낯설기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아 면구스러웠다. 사람은 두 번 죽는다고 한다. 늙고 병들어 죽는 자연적인 죽음과, 자신의 일생을 정의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 오는 사회적 죽음이 그것이다. 김이사는 그런 사회적 죽음을 경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