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씨는 그날 밤, 집의 식탁에서 술에 취해서 엎드려 있었다. 그날은 금요일 밤이었는데 민자씨는 집에 식구들이 아무도 안 온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갔고, 하나뿐인 딸은 그 좋다는 S전자에 다니는 재원이라 회사가 있는 수원에서 원룸에 살며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딸은 보통 토요일 오후에 집에 잠깐 들르곤 했는데 그날따라 오후에 서울 사무실로 외근을 나온 김에 바로 퇴근을 해서 연락도 없이 집에 온 참이었다.민자씨의 딸 소민씨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식탁 위에는 위스키와 물병, 빈 잔이 어지러웠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오랜 시간 한옥 특유의 멋을 뽐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명소로 각광받아온 서울 북촌에서 전통공예 및 역사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북촌은 조선시대에는 왕실 종친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거주지였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새롭게 부상한 재력가와 지식인들이 모여 살면서 근대 도시한옥 주거지를 형성했던 곳이다.북촌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가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 간 가회동, 삼청동 일대에서 개최된다.북촌 일대 소규모 재생
평일 저녁이면 대부분 그랬듯 인호씨와 민숙씨 부부는 텔레비전으로 저녁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대학에 다니는 아들과 딸은 아직 귀가 전이었다. 올해 만 58세로 몇 달 전 시중은행에서 퇴직한 인호씨는 아직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24시간의 리듬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매일 출근하던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 퇴근할 때까지의 텅 비어버린 듯한 시간이 거센 밀물처럼 차고 넘쳐 도무지 감당이 되질 않았다. 물론 다른 퇴직선배들처럼 사진찍기 등의 취미생활로 빠지거나 자본이 별로 들지 않는 창업을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구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국내 최초 음식을 테마로 하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오는 9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서울남산국악당과 대한극장에서 다섯 번째 막을 올린다.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음식과 영화를 매개로 세계 곳곳 다양한 삶의 모습과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축제다. 영화를 통해 인생의 맛과 여유를 느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특히 이번 제5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함께 나누며 먹고 사는 게 즐거운 세상’을 주제로 관객들을 만난다. 포스터에 담겨 있는 가을 단풍의 붉은빛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은 ‘궁극의 경지, 깨달음을 향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오는 8월 6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의 전시품을 교체하여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불교회화와 조각, 사경(寫經) 등을 통해 가르침이 오가는 설법(說法)의 자리에 함께 했던 부처와 신중(神衆)의 이야기, 깨달음에 정진했던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울러 전시 기간 중 작은 음악회도 준비했다.극락에서 가르침을 전하는 부처와 그 자리에 모인 무리깨달음을 전하는 자리, 설법의 공간에는 모란꽃을 든 아미타불의 귀한 가
서울에 사는 50대 후반 윤여사는 20대 후반인 딸애의 돈을 쓰는 행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대를 졸업하고 무사히 제약회사에 취직해서 직업이 있는 소위 커리어우먼이 된 건 좋은 일이지만, 자기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터 돈을 쓰는 방법이나 목적이 다 언짢기만 했다.회사 월차다 여름휴가다 하면서 휴가 때마다 가까운 동남아라도 여행을 꼭 가질 않나, 워라벨이니 소확행이니 하면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취미생활 하는데 돈을 많이 썼다. 대학시절 배낭여행부터 시작해서 세계가 좁아라하고 여행을 하니, 요즘 애들은 막상 결혼을 하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일본의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극도의 긴장으로 치닫고 있는 이때, 의미 있는 연극 한편이 무대에 오른다. 일본 침략에 맞서 대한제국을 지키려는 고종황제와 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이 그것이다.고종황제 서거 100주년과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은 식민사관을 벗어나서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대한제국 인물들을 재조명했다.서구열강의 침략이 거세지는 19세기 후반, 조선에 대한 일본의 침략야욕은 점점 커져간다, 김란사와 하상기 등은 의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무료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사서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의 산책 展이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개최된다.중구청, (재)중구문화재단 그리고 서울시중구시설관리공단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지역예술가가 기획·참여하고 중구구립도서관이 협력하여 진행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 사서들이 엄선한 도서 약 150권으로 채워진 전시공간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안부 인사를 건네며 위로와 공감을 선사한다.특히
은행에서 은퇴한 68세 경준씨와 그의 아내인 65세 정옥씨는 한 달에 두 번씩 우리나라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찾아간다. 벌써 그 운동이요, 취미를 가진 지가 5년째로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거의 다 가봤고 특히 서울의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에 위치한 자연휴양림들은 여러 번 가본 곳도 많았다.자연휴양림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해두면 언제든 휴양림 속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들을 예약할 수가 있어서 근처의 산을 오르고 숲을 걷거나 산책하고, 늘 그곳 숲속의 집에서 1박2일이나 2박3일을 하는 게 패턴이었다. 주말은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두고 가
윤호식씨는 아내가 체중계에 올라서는 모습을 옆에서 볼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아내는 체중계 위에 오래 머물면서 혹시라도 체중이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기대를 안고 가슴 졸이며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숨과 불만에 찬 표정으로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요 며칠간은 살을 빼야 한다며 아예 저녁밥을 먹지 않는 중이었다. 살이 좀 붙는다 싶으면 아내가 어김없이 하는 다이어트 방법이었다. 그럴 때마다 윤호식씨는 혼자 저녁밥을 먹으려니 자신만 식충이가 된 것 같아 7첩 반상도 제대로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아내는 도무지 말
【이모작뉴스 오은주 기자】 국내외 신작 뮤지컬영화를 상영하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더 쇼(The Show)’ 올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와 이탈리아의 를 선보인다.올해로 4회째를 맞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더 쇼’ 섹션을 통해 이미 , , , , 등의 전 세계 신작 뮤지컬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뮤지컬마니아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이다.이번에 선보이는 영화 는 남아프리카
일산에 사는 중식씨는 요즘 들어 토요일이 돌아오는 게 자못 즐거웠다. 60대 중반이지만 중소건설업체에서 아직은 현장과 책상을 오가며 일을 하는 터라 주말에만 시간이 나기도 했다.“오늘은 어느 장터로 가요?”하고 묻는 아내의 말에 중식씨는“오늘은 마침 일산 오일장이라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네. 왜 뭐 사다줄까?”라고 답하며 등산모자를 썼다. 아내는 빙긋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친구랑 맛있는 거나 많이 먹고 와요. 당신이 저번에 사온 꽈배기도 집에 싸오니까 굳어지고 맛이 없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