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이다. 보상과 동기 부여, 쾌감을 조절한다. 동기를 부여하고 쾌락을 주니 좋은 물질이다. 그러나 뭐든지 그렇지만 과하면 문제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평소에도 더 많은 양의 도파민에 노출되어야 일반인이 느끼는 쾌락의 수치에 이른다. 같은 도파민 중독자지만, 누구는 세계 최고의 갑부로, 누구는 패가망신하는 도박중독자로 끝나는 게 아이러니하다.
전기 작가이자 역사학자인 월터 이이작슨(Walter Isaacson)은 최근 출간한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전기에서 억만장자인 그가 ‘위험 감수(risk-taking)’에 중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한다. 머스크는 늘 ‘전쟁’ 상태에서 번창해 왔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Tesla)는 전년 대비 71% 성장하여 기업가치가 1조 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1,0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스페이스엑스(SpaceX)는 22년 1분기에 다른 회사나 국가를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많은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 달러, 한화로 67조 원에 인수했다. 포춘(Fortune) 지에 실린 월터 아이작슨의 인터뷰 내용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위험을 감수하는 그의 단면을 보여 준다.
"나는 항상 칩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거나 다음 단계의 게임을 하고 싶다."
”위험 감수는 내 기본 설정(default settings)의 일부“
”나는 계속 위험을 감수하고 싶다. 나는 일을 음미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머스크의 쌍둥이 자녀의 어머니인 시본 질러스(Shivon Zilis)는 그가 ‘전쟁’ 중일 때 더 큰 위안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둔 후에도 머스크는 한가한 기분을 피하기 위해 다음 일을 준비한다고 한다.
"평온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그에게 불안한 일이다."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하 청소년 도박 중독 치료 환자가 지난 8월까지 111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 비하면 2.8배가 늘었다. 청소년 도박 상담은 2015년 51명에서 올해 8월까지 1,400여 명으로 약 28배가 증가했다.
도박중독 증상 중에는 주목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베팅금액이 커지고 더 자주 베팅하게 된다. 둘째는 크게 한탕을 꿈꾼다. 이는 온라인 도박이 오프라인 도박보다 중독 중증도가 3배나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도박이 오프라인에 비해 베팅 금액이 싸고, 이용이 빠르고 편리하고, 익명 이용이 가능하다. 베팅 금액이 싸기 때문에 서서히 커지는 것을 체감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이용이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더 자주 베팅하게 된다.
위험 감수라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베팅하는 것이다. 위험이 없으면 기회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쾌감을 얻기 위한 반복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도파민 분비는 예상치 못한 큰 보상을 받으면 더 강화된다. 도박은 정기적 월급보다 큰돈을 벌 기회가 있어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즉 예상치 못한 보상으로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는 머스크가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험감수중독’의 결과는 극과 극이다. 큰 위험을 즐기는 세계 최고의 부자와 도박판을 전전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위험의 중독자들. 그러나 ‘위험감수중독’은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목전에 다가오는 위험을 평상심으로 수용하고 대처하는 ‘위험수용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험이 없으면 그저 불안할 뿐이다.
쾌감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은 그저 내 마음 위에 왔다가 가는 것이다.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한순간의 황홀함을 내 손아귀에 계속 쥐고자 하면, 그것은 집착이다. 모든 집착은 고통의 원인이다. 2,500년 전 고타마 싯달타는 이미 이를 깨닫고 인류 후배들에게 전해주었다. 큰 도박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