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더욱 보고싶은 ’청개구리‘들...이미숙 교사의 약속 5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2.07 10:51
  • 수정 2024.02.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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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참 좋은 날이면 창가에 기대앉아
교실에 남겨둔 추억을 되짚곤 해
수업 중 과잘 먹고, 몰래 커닝도 하던
그때 그 시절 너무 그리워져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
우리가 때론 미웠었죠.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

또 얼마나 우리들이 걱정됐을까?
버릇없이 쳐다보는 반항적인 눈빛
어느 학교든 꼭 계시는
별명을 부르면서,
오늘도 온다 온다 소리치죠

- ‘청개구리’, 김보경(NEON)

청개구리들. 사진=이미숙 교사
청개구리들. 사진=이미숙 교사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2024년 1월 21일. 이미숙 선생님과 중학교 1학년 10반 학생들이 2년만에 만남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갔다.  아직 아이들은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지, 동전 노래방에 가자고 한다. 그래, 우리 민족이 흥의 민족인데! 이렇게 좋은 날 노래가 빠질 수가 있겠느냐고 하고 있는데, 벌써 아이들은 앞장을 서서 걸어가고 있다. 가끔 가는지 찾아가는 데도 거침이 없다.

5,000원을 넣고 30분을 불렀는데 아이들이 아직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어서, 다시 30분 더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살펴보니, 졸업식 때 보낸 것 같은 문자들이 있다.

아마도 그때는 한참 코로나가 심해서 아이들도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하다 방학을 맞이하던 때였다.

줌 수업을 하는데 아이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다른 과목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와, 걱정이 되어 집을 찾아간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떤 날은 가는 도중에 부모님이 아이에게 연락이 되었다고 해서 돌아온 적도 있고, 어떤 아이는 집에 찾아가서 벨을 누르고 문을 막 두드리니 자다가 나온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나 이 지역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 그런 경우가 더 많았다.

2꽃은 참 예쁘다. 너도 그렇다. 사진=이미숙
꽃은 참 예쁘다. 너도 그렇다. 사진=이미숙 교사

안녕하셔요?
오늘은 짧지 않았던 1학기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방학식이네요.
모두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입니다.
중학 생활이 처음이라 적응하는데 말하지 않아도 어려움이 많이 있으셨을 겁니다.

등교보다 원격수업이 많아 아이들을 보살피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을지요.
담임 전화에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셨을 것이고
코로나19 때문에 같이 걱정하시고
매일 살얼음판 걷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싹이 자라 대수로 성장하듯
해 뜨는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을 다 견디고 이겨나가
제자리에서 훌륭하고 멋지게 빛내 갈 것을 확신합니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마음이 굳세고 강한 우리 10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만나니 벌써 아이들이 많이 자랐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깊이 기원드립니다.
방학 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 담임 이미숙 올림

생일날 장미꽃 한 송이와 초코파이 쌓아두고 촛불 불고, 집에서 반짝이불, 장식품 등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교실을 꾸몄다.. 사진=이미숙
생일날 장미꽃 한 송이와 초코파이 쌓아두고 촛불 불고, 집에서 반짝이불, 장식품 등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교실을 꾸몄다. 사진=이미숙 교사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함께 부르자고 하면서 김보경(NEON)의 ‘청개구리’라는 노래를 신청했다. 

바람이 참 좋은 날이면 창가에 기대앉아(으음)
교실에 남겨둔 추억을 되짚곤 해
수업 중 과잘 먹고(으음) 몰래 커닝도 하던
그때 그 시절 너무 그리워져
랄랄라라 라라라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으음)
랄랄라라 라라라
우리가 때론 미웠었죠.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
또 얼마나 우리들이 걱정됐을까(으음)?
버릇없이 쳐다보는 반항적인 눈빛
어느 학교든 꼭 계시는(으음) 별명을 부르면서
오늘도 온다. 소리치죠
랄랄라라 라라라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으음)
랄랄라라 라라라
우리가 때론 미웠었죠.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
그땐 왜 그랬을까 늘 반대로만
벗어나고 싶었던 그때가
오늘따라 그립기만 한데
랄랄라라 라라라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으음)
랄랄라라 라라라
우리가 때론 미웠었죠.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우리가 그댈 안을게요
우리가 그댈 안을게요.

 

자이언트 트리. 사진=이미숙 교사<br>
자이언트 트리. 사진=이미숙 교사

'자이언트 트리' 작품은 한 학년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과 만든 것을 학부모님들에게 보내드린 것이다.

학부모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다행히 날씨가 조금 따뜻하네요.
3월에 인사드렸는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아이들은 키도 마음도 많이 성장해 가는 모습에 부모님들도 얼마나 대견하실지요.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산과 학교 일정 관계로 원격수업이 계속 이어져 부모님들이 얼마나 힘드실지요.
위 사진은 아이들의 협동작품 ‘자이언트 트리’입니다.
저희 반도 24일에 조촐한 파티도 열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아주 아쉽네요.
그동안 너무도 많이 협조해 주시고 부족한 저를 무한 신뢰를 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한 한 해가 되었고, 잊지 못할 2021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였던가 생각하며 더욱 최선을 다해, 모두가 행복하기를 늘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이들이나 저도 끝까지 성실하다고 마음 다지고 있습니다.
곧 크리스마스도 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네요.
댁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가득하시고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다 이루시길 깊이깊이 기원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꿈.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들의 꿈.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들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이태원 클라스’ 드라마 주제곡인 '가호 (Gaho)의 시작'을 함께 부르자고 했다.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그들이 새로 시작하는 고등학교 생활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함께 불렀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모든 걸 이겨낼 것처럼
시간을 뒤쫓는 시계바늘처럼
앞질러 가고 싶어 하지
그어 놓은 선을 넘어
저마다 삶을 향해
때론 원망도 하겠지
그 선을 먼저 넘지 말라고
I can fly the sky
Never gonna stay
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진
어떤 이유도 어떤 변명도
지금 내겐 용기가 필요해
빛나지 않아도 내 꿈을 응원해
그 마지막을 가질 테니
부러진 것처럼 한 발로 뛰어도
난 나의 길을 갈 테니까
지금 나를 위한 약속
멈추지 않겠다고
또 하나를 앞지르면
곧 너의 뒤를 따라잡겠지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그게 바로 내 꿈일 테니까
변한 건 없어 버티고 버텨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
다시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아
내 전부를 걸었으니까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그게 바로 내 꿈일 테니까
변한 건 없어 버티고 버텨
내 꿈은 더 단단해질 테니
다시 시작해

 

아이들의 푸른 꿈처럼, 하늘이 높고 파랗다.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들의 푸른 꿈처럼, 하늘이 높고 파랗다.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들의 눈빛은 무엇이 서운한지, 갈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날도 이슥해지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제안을 했다.

“얘들아, 3년 후에 너희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에, 다시 보자. 2027년 1월 30일, 알았지.”

우리는 모두 서운함을 뒤로 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지키자고, 몇 가지 약속을 했다.

1. 고등학교 무사히 졸업할 것
2. 꿈을 위해 후회 없이 노력할 것-대학이건 취업이든.
3.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도 사랑할 것 특히 부모님께 효도할 것
4. 더욱 건강하고 행복할 것
5.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며 인품도 훌륭하게 성장할 것을 목표로, 3년간 열심히 살고 3년 후 만납시다

오늘도 아이들은 선생님과의 이 약속을 문득문득 생각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많은 불협화음은 가정교육이 실종되고 있는 데 대한 경종과, 아이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스승님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몸부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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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l-e &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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