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1학년 10반 추억을 되새기며...이미숙 교사의 약속 3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1.31 10:37
  • 수정 2024.02.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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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회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안녕 우리 1학년 10반,
행복한 사회 수업~이라곤 했지만, 가끔은 속상한 마음에 엄해지기도 했고,
혹 내가 했던 말이 너희들의 가슴에 작은 생채기라도 냈을까,
가슴 졸였던 나날들이 있었지.
항상 잘해주고 싶었지만 우당탕탕, 정신없이 마무리되어
마음이 아쉬울 때도 많았어.
그 낯설었던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과 낯선 선생님인 나와 처음을 시작했지.
그래도 적응 속에 우리 모두 서로 의지해나가며 더욱 끈끈해진 것 같아.
너희가 벌써 보고 싶어.

-‘ 이미숙’  선생님의 일기 중에서

브런치 식당에서, 사진=윤지현
브런치 식당에서, 사진=윤지현 교사 제공

코로나 기간, 아이들이 반 정도는 학교에 나오고 반은 못 나오는 그런 실정이어서, 담임으로서 소통이 시간이 참 부족했다.
그래서 따로따로 만나 밥을 사주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코로나 기간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너희들이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 그때 내가 밥을 사줄게, 라고 제안을 하여 2년 만에 만나게 된 우리.
아이들의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연신 떠나지 않았다.“

브런치 식당에서 배를 채운 아이들과 밖으로 나오니 때아닌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눈이 와야 할 마땅할 겨울날, 그것도 우리나라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양주에 비가 오다니, 샛별 같은 아이들의 열기에 눈이 녹아 보슬비가 내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이어 아이들은 ‘인생 네 컷’으로 가서 우리가 만난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훌쩍 자란 아이들은 자기만의 다양한 인생샷 포즈를 취하며 연신 웃음꽃을 자아냈다.

날이 저물려면 아직 이른 시간, 아이들은 아직 집에 가기가 싫은지, 이번에는 보드게임 카페를 가자고 했다. 선생님은 못 이기는 척 아이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실내는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었으며 족히 3, 40대로 보이는 학부모들까지 아이들과 함께 와 있었다. 그중에서도 선생님이 제일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해적 통 아저씨 룰렛게임, 할리갈리게임, 카드게임, 다빈치 코드(숫자 맞추기) 등 여러 게임을 했는데, 선생님은 어려워서 눈치껏 따라 했다.

아이의 꿈.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의 꿈. 사진=윤지현 제공

유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이들과 보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학교 오다가 팔을 다친 아이, 다행히 학교 보험이 있어 그것으로 하라고 했더니, 집에서 넣고 있던 실비 보험으로 했다는 아이.

남자아이 둘은 서로 다퉈 학폭까지 갈 뻔했는데, 다행히 둘이 원만하게 이야기하여 해결했었던 일.

어떤 아이들 둘은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었는데, 서로 잘 부딪쳤다. 그래서 학부모님께 허락받아 중재하는 아이까지 데리고 나가 순댓국을 사주던 일,

나이지리아 다문화 가족 아이에게 신경이 쓰여 같이 파스타를 먹었는데, 2년 후 전근을 간 학교에서 그 언니를 만나 깜짝 놀랐던 일.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이 그때는 참 힘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생각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자기주장이 강했던 아이는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말을 안 듣던 아이도 여전했으며.
말이 없던 아이는 지금도 한쪽 구석에 앉아 빙긋이 웃기만 하고,
떠들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여전히 소란했다.

어떤 날은 선생님을 자랑스럽게 하고,
또 어떤 날은 힘들게 했던 그 시간.
하지만 모두 우리 반의 이야기였고,
또 순간순간의 이야기들은
이제 우리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포켓볼 치는 아이들. 사진=이미숙 교사 제공
포켓볼 치는 아이들. 사진=이미숙 교사 제공

그동안 아이들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신 198점이 나와 고등학교에 톱으로 들어갔다는 아이.

한 여학생은 지금 태권도가 공인 3단인데, 공인 4단이 되며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랑하며, 오늘 선생님과 2년 만에 만난다고 하니 쌍둥이 오빠가 따라오고 싶어 할 정도로 부러워했다는 이야기. 그 사이 몇 명의 아이들은 옆에 있는 당구대에서 포켓볼 치며 서로를 코치했다.

여자아이 둘이 화장실을 간다고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 만에 커다란 꽃다발을 안고 와 내 품에 안긴다. 기쁘기는 했지만, 꽃다발 크기로 보아 상당히 값이 나갈 것 같은데, 아이들이 무슨 돈으로 샀을까, 저으기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공부를 아주 잘하고 의사가 꿈이었던 아이가 생각나 그의 안부를 물으니, 2학년에 올라가더니 그만 ‘중2병’이 왔단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는 매사에 반항하고 방황하는 것 같더니, 그래도 졸업은 무사히 했다고 하여 한숨이 놓였다.

청사초롱. 사진=윤지현 제공
청사초롱. 사진=윤지현 제공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안부를 물으니 모두 잘 있다고 했다. 문득 휴대폰을 열고 그 시절 톡방을 주룩룩 올려보니 이런저런 문자들이 남아 있었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에 보냈던 문자를 보니,

학부모님~^^
안녕하셨습니까?
학부모님께서 믿어주시고 협조해 주신 덕분에 한해를 별일 없이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희망찬 새해, 가족분들 모두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모든 일 다 이루시고, 더욱 행복하길 깊이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담임 이미숙 올림

학부모님들이 보내주신 문자도 몇 개가 보였다.

00이는 1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고,
그대로 2, 3학년도 같이 했으면 하며 많이 아쉬워하네요.
첫 중학 생활의 걱정을 날려주신 선생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수고하고 애써주신 사랑에 아이들도 더 성장해서 멋진 2학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만사형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선생님은 다시 이렇게 답장을 했다.

마음 따뜻하고 멋쟁이 00이 훌륭하게 성장할 겁니다.

다른 쌤들이 10반을 맡은 저를 너무 부러워한답니다.
모두 우리 반 아이들과 학부모님 덕분입니다.
저도 행복한 눈물이 납니다.
00중 첫 담임이라 더 많이 쏟긴 했는데, 그들의 미래에 조그만 희망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늘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새해 더욱더 소원 만족의 한 해 되셔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안녕하세요~
엊그제 처음 뵌 것 같은데...벌써 이별이라뇨…. ㅜㅜ
주책맞게 눈물이 맺히네요...00이 중학교에 들어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00이에게 따뜻하고 진실한 스승님의 맘을 느끼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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