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애들아, 우리 2년 후에 다시 만나자...이미숙 교사의 약속2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1.26 12:02
  • 수정 2024.01.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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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하는 1학년이,
너희들 인생에서 빛났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어.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도 보여줬던 너희들의 웃음이 생각나
가끔 혼자 웃곤 해

너희들도 먼 훗날에 우리가 함께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며
잠깐이나마 싱긋 웃음 지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듣지만,
사실 우리도 너희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는 것을 모르겠지?
서로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 여러 모습 속에서 선생님은 다시 또 배우고 느낀단다.

- '이미숙' 선생님의 일기 중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작설 잎이 까르륵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br>
바람에 흩날리는 작설 잎이 까르륵거리는, 아이들 웃음소리 같다. 촬영=이미숙 교사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2024년 1월 21일 오후 1시’. 중학교 1학년 10반 학생들이 2년만에 다시 뭉쳤다.

이미숙 선생님은 며칠 전부터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 벌써 2년이 흘러갔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하기만 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시기이니 많이 변했으리 생각했다. 솜털만 보송하던 아이들, 그사이 새카만 수염이라도 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지하철을 탔다.

그때는 한참 코로나가 극성을 부르는 시기라 졸업식을 교실에서 못하고 학교에서 줌으로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헤어지는 그 서운했던 심정을 이 편지로 대신했다.

안녕 우리 1학년 10반,
행복한 사회 수업~이라곤 했지만, 가끔은 속상한 마음에 엄해지기도 했고
혹 내가 했던 말이 너희들의 가슴에 작은 생채기라도 냈을까,
가슴 졸였던 나날들이 있었지.
항상 잘해주고 싶었지만, 우당탕, 정신없이 마무리되어 마음이 아쉬울 때도 많았어.
그 낯설었던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과 낯선 선생님인 나와 처음을 시작했지
그래도 적응 속에 우리 모두 서로 의지해나가며 더욱 끈끈해진 것 같아.
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하는 이 1학년이,
너희들 인생에서 빛났던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어.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도 보여줬던 너희들의 웃음이 생각나 가끔 혼자 웃곤 해
너희들도 먼 훗날에 우리가 함께했던 나날들을 기억하며,
잠깐이나마 싱긋 웃음 지었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듣지만,
사실 우리도 너희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는 것을 모르겠지?
서로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 여러 모습 속에서 선생님은 다시 또 배우고 느낀단다.
아무튼 우리들의 마무리도 정신없었지만,
2021년 일 년 동안 선생님 믿고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지나가면 “쌤~”, “행복한 사회쌤~!”이라고 웃으며 부르던
너희가 벌써 보고 싶어.
사랑하는 우리 10반, 잊지 못할 거야
너희들 곁엔 선생님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까
혼자라고 생각하지마
너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해
그리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  이미숙 선생님의 일기 중에서

브런치 집에서.&nbsp;촬영=이미숙 교사<br>
브런치 집에서. 촬영=이미숙 교사

그래서 아이들과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년 후에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4년 1월 21일 1시’에 만나기로 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니 선생님도 아이들도 얼마나 마음이 설레겠는가? 선생님이 1분 정도 늦었는데, 벌써 전화가 오고 난리였다. 저 멀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이 처음에는 약간 낯설기까지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170센티 후반이나 180cm까지 커 버렸고, 여자애들은 160cm 후반까지 자란 애들도 있어, 선생님보다 더 컸다. 2년이라는 세월 속에 아이들은 너무 의젓해지고 더욱 예뻐졌다.

강이 푸르다
하늘은 몇 갑절이나 더 푸르다
숙이는 바람이라도 마시고 싶은지
심호흡한다.
나도 나란히 서서
억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마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들일까
갑자기, 그 소리가
반짝거리며 떠내려가는
은물결 같다
은붕어 한 마리가 꼭 8분음표만 하다
숙이는 연거푸 파아란 고무풍선을 분다
곧 터질 양 하늘이 막 부푼다

- ‘강가에서’, 윤재훈

아이들의 꿈. 촬영=이미숙 교사<br>
아이들의 꿈. 촬영=이미숙 교사

그런데 한 애가 보이지 않아 마음에 걸렸단다. 카톡방을 보니, 그 애가 없었다. 그때 세 명의 아이에게 밥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헤어지면서,

“선생님 우리 언제 만나요”

했던 말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었단다. 그래서 꼭 올 줄 알았는데, 그 애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여 엄마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더니 금방 답장이 왔다.

안녕하셔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지난주 3년 중학 생활하면서 이미숙 샘이 젤 생각나고 좋다고 아이한테 이야기했었는데, 우째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 중으로 돌아오는 수욜에 올 예정이여요~ 

그리고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곧바로 전화해서 2월 중에 만나 맛있는 것을 사주기로 했단다.

아이들이 주문한 음식들.촬영=이미숙 교사<br>
아이들이 주문한 음식들.촬영=이미숙 교사

아이들과 일단 밥을 먼저 먹기로 하고 브런치 식당으로 가서, 피자, 샐러드, 파스타, 음료수 등, 먹고 싶은 것들을 시켰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 이야기, 중1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아이들은 벌써 훌쩍 자라 ‘그때가 좋았다’고 하면서, 선생님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때는 14살 아이들의 한참 예민한 사춘기 시기라 자주 학부모님들에게 문자를 보냈단다.

안녕하셔요? 내일은 빼빼로데이 겸해서 소소한 이벤트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아주 바쁘시더라도 아이에게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를 짧게라도 제게 보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꼭 오늘 중으로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잊지 마시고요. 꼭~~ 감사합니다 ”

어머님~♡ 안녕하셔요?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오늘 급식을 먹지 않네요.
청소년기라 영양을 위해 급식은 꼭 필요하리라 봅니다.
어머님께서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알려드립니다.
참고하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진도 맘대로 못싣게 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안타깝기만 하다.&nbsp;촬영=이미숙 교사<br>
사진도 맘대로 못싣게 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촬영=이미숙 교사

아이들이 또 만나자고 난리를 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는 3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단다.

“2027, 1, 30일, 토요일 3시, 양주역에서.”

그때는 자기들이 사준다고 난리를 쳐, 우리 각자 내기로 하고, 회비는 그때 정하기로 하였다. 실컷 배운 채운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인생 네 컷’으로 갔다. 열두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오밀조밀 붙으니 조그만 사진 한 장에 모두 들어갔다.

사진도 마음대로 못 싣게 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이 안타깝기만 하다. 저 아이들의 마음처럼 세상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착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왜 사진도 마음대로 싣지 못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겠는가? 
세계로 나가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민족들이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 모두가 어른들의 책임이다. 어른들의 마음이 물질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에 빠져, 급기야 학교 선생님들까지 저리 시위 현장에 나오게 되는,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지 않는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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