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선의 구구절절] 명효 씨의 어쩔 수 없는 사랑스러움

윤두선 칼럼리스트
  • 입력 2024.03.04 14:12
  • 수정 2024.03.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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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장애인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길러야 한다는 논리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스웨덴에서는 장애아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야 도움을 잘 받을 수 있어 비교적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거죠."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사랑스러움'이라는 특정한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니 전인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단순화하거나 유아 화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으며, 이는 장애인을 독립적이고 평등한 개인으로 보는 자립생활 정신과 배치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애인이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면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랑스러우면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지원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들꽃 씨 가족들이 명효 씨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들꽃 씨 가족들이 명효 씨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명효 씨는 사랑스러운 성격으로 진짜 가족보다 더 좋은 가족을 만나다

명효 씨는 거주시설에서 살다가 탈 시설을 하여 지역에 나와 산지 7년이 되는 남성 발달장애인입니다. 독립연대의 자립생활주택에 살다가 독립하여 현재 용산구에서 독립연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혼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40이 훨씬 넘은 이분은 참 사랑스럽습니다. 평소 까불까불하시는데 어찌나 귀여운 짓을 하는지 다들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회에서 만난 들꽃 씨(가명)는 명효 씨에 완전히 빠져 명효 씨를 친동생처럼 챙깁니다(근데 나이는 들꽃 씨가 15살 어립니다) 명절이면 부모님이 계시는 멀리 전라도로 데리고 가고 거의 이틀에 한 번은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자주 선물을 챙겨줍니다.

들꽃 씨가 명효 씨에 빠져있다 보니 가족들까지 덩달아 반하여, 부모님은 물론 동생들도 명효 씨라면 극진히 보살핍니다. 명효 씨는 들꽃 씨 부모님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고 아양을 부리니 아기가 없는 집안에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저께는 명효 씨의 생일이라고 들꽃 씨 세 남매가가 총출동하여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영화를 같이 봤다고 합니다. 며칠 있으면 뮤지컬을 데리고 간다고 하니 문화생활마저 챙겨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명효 씨는 더 좋은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명효 씨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가면성 자폐성 장애도 가지고 있어 겉으로는 매우 쾌활하나 자폐 성향으로 꼼꼼하게 자기 맡은 일을 해내며 청결하게 자기 몸을 유지하며 천진난만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생일축하를 받는 명효 씨.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생일축하를 받는 명효 씨.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장애인 강점모델에서 성격은 아주 중요한 강점 요인

장애인 강점모델은 장애인의 문제나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접근 방식과는 달리, 장애인의 강점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강점모델에서 장애인의 강점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사회적, 경제적 환경도 중요하게 보지만, 성격도 중요한 강점 요인으로 여깁니다. 낙천적이고 밝고 유쾌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아 함께 살아가는 데 아주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지만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려면 사교적이고 친밀하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웨덴의 장애아 양육방법도 틀린 방식은 아닌 거 같습니다. 많은 장애인 부모가 자녀의 기능 향상을 위해 각종 치료법에 매달리고 있는데, 성격 형성에는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의문입니다. 비장애인 자녀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자녀의 기능 능력 향상에 너무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장애아는 장애 때문에 기능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장애인을 만났지만, 몸의 기능이 안 좋아 만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성격이 안 좋아 만나지 않는 사람은 많습니다. 남과 어울릴 수 있는 인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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