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㊿] 쌍계사6...이 세상에 ‘천국’을 원했던 보살들의 염원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3.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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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나 싶더니

솔방울 하나
툭, 하고
소 등으로 떨어졌다

깜짝 놀란 소
길길이 뛰더니,
산문으로 들어가
십우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흰 소를 찾아서’, 윤재훈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사보살입상.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쌍계사 대웅전에는 요즘 보기 힘든 나무로 만든 부처들이 있다. 그것도 일곱 개나 있어 칠존불이라고 부른다. 바로 ‘목조석가여래 삼불좌상(木造釋迦如來三佛坐像)’과 ‘사보살 입상(四菩薩立像)’으로, 이중 삼불좌상은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 약사불을 말하며, 사보살 입상은 그 양쪽에 있는 네 개의 보살입상으로 일광(日光)·월광(月光)·관음(觀音)·세지(勢至) 보살상을 말한다.

이 칠존불 가운데 양식이 다른 아미타불을 제외한 여섯 개의 불상은 2003년 8월 21일 보물 제1378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다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면서 보물로 재지정되었는데, 모두 조선 후기 불상들이다.

목조석가여래삼불 중 아미타불.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목조석가여래삼불 중 아미타불.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비록 우보처불인 아미타불상은 조성 시기와 재료, 양식적 특징이 다른 상들과 달라 제외되었지만, 조선시대 17세기 전반의 칠존불 형식의 불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2002년 11월 개금불사 때, 복장에서 조성기가 발견되어 숭정(崇禎) 12년 즉, 1639년 인조 17년에 청헌(淸憲) 비구를 위시한 11명의 승려 화가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밝혀졌다. 불상의 재료는 적송(赤松)이고 손과 발은 따로 만들어 끼운 형태이며, 어깨 위로 길게 드리워진 머리칼은 황토로 만들어 붙인 것이다.

불상 뒤에는 복장구(腹藏口)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본존불의 의상은 17세기 불상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조각 솜씨가 매우 사실적이어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4구의 보살상 중 관음보살상의 복장도 확인한 결과, 이곳에서도 ‘조성기’가 발견되어 조성 연대 및 조성 화원이 삼불상과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중앙의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은 넓은 무릎에 신체가 가장 크고 건장하여 안정감이 있다. 상투 모양을 한 육계(肉髻)와 마름모를 엎어놓은 듯한 얼굴은 약간 근엄하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법의(法衣)는 양어깨에 모두 덮고 있는 통견(通肩) 형식으로, 오른팔이 드러난 17세기 전반 이후 불상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왼손을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을 무릎 아래에 내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하고 있는데, 손의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다.

본존불의 오른쪽에 있는 약사불은 양식적인 특징이 본존불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다. 수인은 두 손을 모두 무릎에 대고 왼손을 위로 향하고 오른손을 아래로 향하면서, 모두 엄지와 중지를 맞댄, 이른바 하품중생인(下品中生印)의 아미타인(阿彌陀印)을 취하고 있다. 본존불과 달리 얼굴과 귀도 약간 길고, 변화된 착의 방식과 함께 다소 복잡한 옷 주름을 하고 있다.

고성 옥천사 지장보살도. 보물 제1693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고성 옥천사 지장보살도. 보물 제1693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세 불 사이사이에는 네 명의 보살들이 도열 되어 있는데, 모두 배를 앞으로 약간 내민 듯한 S자 모양의 늘씬한 체구에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으며, 귀걸이·목걸이·팔찌 등의 장식을 하고 있다. 그중 ‘일광·월광보살상’은 보관 중앙에 해와 달 모양이 표현되어 있으며, 왼손을 어깨 위로 들고 오른손을 아래로 하여 연꽃 가지를 들고 있다.

한편 ‘관음·세지 보살상’은 오른손을 어깨 위로 들고 왼손을 아래로 내렸는데, 각각 연꽃 가지와 정병을 들고 있다. 양어깨를 모두 덮고 있는 천의 자락, 양 손·발 등의 조각 수법이 매우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어서 석가모니불 및 약사불상과 어울려 작품성이 뛰어나다.

얼굴 모습은 네 보살상이 거의 동일한 긴 네모꼴로 턱이 동그랗고 오뚝한 코에 입가에 미소가 번져나는 원만상이다. 삼세불 좌상의 높이는 172~203㎝이고. 사보살입상 높이는 177~186㎝이다.

보살을 생각하면 절에 머물며 봉사하는 어머님들이 떠오르지만 기자는 특히 지장보살이 떠오른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성불을 포기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중생을 다 구제하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 앞에 서면 저절로 숙연해지기 때문이다. 불교의 근본목표인 ‘자비’가 어떤 것인가를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 말 앞에 서면 저절로 체득될 것만 같다.

하동 쌍계사 괘불도, 삼베에 채색, 보물 제1695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하동 쌍계사 괘불도, 삼베에 채색, 보물 제1695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799년에 제작된 ‘하동 쌍계사 괘불도(掛佛圖)’는 삼베에 채색을 한 형태이다.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화려한 보관을 쓰고 두 손으로 연꽃을 받쳐 든 보살형 석가모니이다. 조선 후기에 유행한 염화불 괘불도로 연꽃을 든 보살형이 장엄신(莊嚴身)으로 묘사된 것이다. 보물 제1695호로 지정되었는데 2010년 번호가 없어지고 보물로 재지정되었다.

손에 든 연꽃은 영취산에서 석가모니가 대중들에게 꽃을 들어 보이자 오직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를 상징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근엄해 보이기도 한다. 신체는 건장해 보이며 붉은색 대의 위로 영락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매우 화려한 느낌을 준다.

35∼37cm 정도의 삼베 19매를 이어 제작하였는데, 원래의 화기는 없어졌지만 1929년 괘불 중수 시 화기에는 1799년에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세로 길이 1,302cm에 이르는 거대한 화면에 보관을 쓴 석가모니가 두 손으로 연꽃을 받쳐 들고, 다리를 약간 벌린 채 정면을 향해 연화좌 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여래는 투명한 보관을 쓰고 있으며, 두광 뒤로는 방사형으로 구불구불하게 뻗은 색대(色帶)가 표현되어 마치 석가모니로부터 빛이 뻗어 나가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머리에는 가장자리가 낮고 가운데가 솟아있는 보관을 착용하였는데, 보관 위로는 화염보주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그 아래로는 영락 장식과 백색의 관대가 길게 늘어져 있다.

얼굴은 둥근 편으로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가지런히 표현되었는데, 어깨 위로는 여러 갈래의 머리카락인지 양어깨를 지나 허리 부분까지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초승달 같은 눈썹과 눈꼬리를 추어올린 것 같은 눈, 적당한 크기의 코, 다문 입술 등이 조화로우며, 인중과 아랫입술 턱밑까지 수염으로 보이는 것이 있어 약간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늘어진 3줄의 삼도(三道) 아래로 가슴에는 연꽃 문양의 큰 장신구와 영락, 화염보주로 이루어진 목걸이를 착용하여 더욱 화려하게 보인다.

신체는 건장하면서도 장대한 편으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의를 양쪽으로 다르게 걸쳤는데 대의 가장자리와 조선(條線)에는 꽃무늬가 꽉 차게 이어져 있다. 대의 위로는 영락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화려하면서도 다소 번잡해 보인다.

두 손으로 연꽃을 들고 있는데, 오른손으로는 연꽃 줄기의 윗부분을, 왼손으로는 줄기의 아랫부분을 잡고 있다.

산청 율곡사 괘불탱 보물 제1316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산청 율곡사 괘불탱 보물 제1316호.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 쌍계사에 있는 괘불도처럼 연꽃을 든 입상의 보살형 여래를 표현한 것은 우리나라 여러 곳에 있다. 1684년에 제작되어 2001년 보물로 지정된 ‘율곡사 괘불탱’과 1708년에 제작된 포항 ‘보경사 괘불도’, 1725년에 제작되어 1994년에 보물로 지정되어 한국불교미술박물관 소장된 ‘청량산 괘불탱’, 1766년에 제작되어 1997년 보물로 지정된 ‘법주사 괘불탱’ 1767년 제작된 ‘통도사 괘불도’ 등이 있다.

특히나 염화불 괘불도는 보살형의 장엄신이나 여래형으로도 나타나는데, 1929년의 중수기에 보면 1799년에 조성되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도상 및 장신구의 형태, 문양 등에서 율곡사 괘불도, 보경사 괘불도와 청량산 괘불도 등과는 보관형태만 약간 다를 뿐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이런 도상을 계승한 대표적인 독존의 보살형 장엄신이라 할 수 있다.

조성 연대는 좀 더 올라갈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며, 화면의 상태는 꺾임으로 인한 안료의 박락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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