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이다㊻] 쌍계사2...혀에 머금은 한 방울, 작설차의 고향, 쌍계사

윤재훈 기자
  • 입력 2024.01.05 11:03
  • 수정 2024.03.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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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마라, 촛불아
불어오는 바람 앞에 결코 꺼지지 말아라
내가 민의(民意)이다

조선 500년의 법궁, 광화문 앞에서
이 추운 겨울 날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와 떨고 있는가
이 나라는 왜 이렇게, 기형적인가

촛불이 구국이었다
촛불이 탄핵(彈劾)이었다

- ‘우지마라 촛불아’, 윤재훈

대흥사 일지암. 사진=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제공
대흥사 일지암. 사진=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제공

[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해남 대흥사 말사인 일지암은 차로 유명하다. 초의 선사가 머물러서 더욱 유명해졌고 그의 시우(詩友)였던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도 인연이 있다.

우리 차에는 다도(茶道)라는 것이 있는데, 차 한 잔을 마셔도 예법이 있다. 서로의 우정을 돈독히 하며 몸과 정신까지도 맑히우며, 작설차(雀舌茶)는 기본적으로 세 잔을 마셔야 한다, 참새 혀같이(雀舌) 가녀린 그 잎을 왜 세잔이나 마셔야 할까?

 

“첫 잔은 ‘향’으로 마신다.

이제 막 타 놓았으니 깊은 맛이 아직

우러나오지 않은 상태다.

두 번째 잔은 ‘맛’으로 마신다.

한 번 우려냈으니 그 깊은 맛도 저절로 우러나오리라.

이제 세 번째 잔은 ‘멋’으로 마신다.

향도 맡았고, 맛도 보았으니,

우러나올 것은 다 우려 나왔을 것이다.”

이제는 사방이 확, 트인 정자에 앉아 우리의 산천을 감상하며, 멋으로 마신다니! 이것이 우리 한류의 풍류와 멋이 아닐까?.”

“평생 고생하여 초가삼간 지어놓고 
너 한 칸, 나 한 칸, 달님 한 칸 들여놓고 
산천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동포 시장, 우수에 젖어 있는 눈망울이 우리와 닮았다. 촬영=윤재훈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동포 시장, 우수에 젖어 있는 눈망울이 우리와 닮았다. 촬영=윤재훈 기자

그런데 골목마다 빼곡하게 차 있는 커피집을 보면 우려스러울 때도 많다. 물론 식생활이 바뀌어 너무 지나치게 먹는 육식 때문이랄 수도 있겠지만, 많은 외화를 낭비하며 매일 생겨나고 없어지는 커피집을 보면 말이다.

해외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정말 잘 살기는 잘 산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외국의 원조에 의존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 부지런하고 지혜로워,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세계 각 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를 보면 그들의 근면성과 지혜로움으로, 그 나라 국민의 부러움을 자아낸다.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고려인들도 스탈린 시대부터 수많은 차별과 핍박을 받았으나, 이제는 그 나라에서 당당히 중산층 정도를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어느 날 아침에 열차의 짐칸에 실리어 더러는 죽고, 더러는 살을 에이는 듯한 시베리아 벌판에 버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 두더지와 같은 삶을 유지하며, 그 나라의 중산층으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1991년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영향으로 14개 국가가 독립하고, 이제 너희들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자국민들에게 직장과 재산을 모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 그들은 다시 빈 몸으로 시작하여 많은 수가 중산층으로 일어선 질기고 강한 민족의 표상이 되었다.

수많은 외침에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고, 바람 앞에 촛불 같았던 일제 강점기에도 수많은 독립투사와 그 가족의 희생으로 조국을 되찾았다. 그런데 현재 이 나라는 너무나 기형적이다.

민의를 외면하는 국가에게는 미래가 없다. 촬영=윤재훈
민의를 외면하는 국가에게는 미래가 없다. 촬영=윤재훈 기자

자살을 유도하는 것 같은, 자살률 1위 국가, 
아이를 낳지 않아 지구상에 가장 먼저 없어질 것 같은 나라,
자신의 자그마한 이득을 위해 정의와 도덕이 실종되어 버린 것 같은 사회,
건설 현장에서는 사고가 나도 법만 정해놓고,
매일 빽이 약한 근로자들만 죽어 나가는 나라.
가진 자들만 더 위해 주는 나라.
매일 촛불이 우는 조선 500년의 수도, 광화문 도로에는
슬픔에 젖어있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젖은 눈으로 내려다보는 나라.

우지마라, 촛불아
불어오는 바람 앞에 결코 꺼지지 말아라
내가 민의(民意)이다

조선 500년의 법궁, 광화문 앞에서
이 추운 겨울날
왜 그리 많은 사람이 나와 떨고 있는가?
이 나라는 왜 이렇게, 기형적인가

우지마라 촛불아
구국(救國)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슬픔에 젖어 내려다보고
세종대왕의 눈도 붉게 젖어있다

촛불이 구국이었다
촛불이 탄핵(彈劾)이었다

- ‘우지마라 촛불아’, 윤재훈 

진감선사(眞鑑禪師)의 탑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진감선사(眞鑑禪師)의 탑비. 사진=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제공

쌍계사는 산수가 아름답다 보니 수많은 선승이 기거하였다. 그래서일까, 경내에는 국보 1점과 보물이 13점이나 된다. 그중에서도 대웅전 계단 아래 있는 ‘진감선사 탑비(眞鑑禪師塔碑)’가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한다. 1962년 국보 제47호로 지정된 이 탑비는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850년 진감선사가 입적하였고 35년이 지난 통일신라 헌강왕 11년 885년에 왕이 입적한 혜소에게 진감이라는 시호를 추증하고, 대공영탑이라는 탑호를 내려 탑비를 세우도록 했다. 이후 정강왕 2년인 887년에 옥천사라는 이름을 앞으로 흐르는 계곡의 이름을 따서 쌍계사(雙磎寺)로 고쳤다. 이 비석은 887년 진성여왕 1년에 건립되었다. 비문은 신라의 대문장가였던 최치원이 쓴 것으로 우리나라 4대 금석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그 4개의 비문 중 하나로,

초반부에는 유교, 불교, 도교의 삼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음을 적고, 
중반부에는 진감선사의 생애와 업적을 적었으며,
후반부에는 쌍계사의 명칭 유래, 범패의 전래와 유포, 탑비의 건립 과정 등이 기록되어 있다.

중국당나라 복식을 한 최치원 선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중국 당나라 복식을 한 최치원 선생. 사진=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제공

도는 사람과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
(道不遠人, 人無異國)"

특히나 위에 있는 문구로 시작하는 비석이 잘 알려져 있는데, 그에 대인적인 풍모가 느껴진다. 사람 사이에는 도가 있고 사람은 나라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인간 중심의 보편성과 그에 따른 다양성을 강조하여 신라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학자로 당을 중심으로 한 국제 질서를 인정하면서도 신라의 고유성과 토착성을 알리려고 하였다.

아직은 고대사회에서 문명사회로 눈을 뜨기 전 당 유학을 통해 이런 아나키스트 적 사고를 지닌 그의 혜안이 놀랍다. 이런 다국적인 유연한 사고들이 문명을 연계하고 전쟁을 줄이며 세계를 발전시켜 왔을 것이다. 유엔 같은 이런 기구들이 그 전범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생존 당시 신라가 쇠퇴하여 정치 이념과 사상은 신라 사회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이후 고려 국가의 체제 정비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문장은 동아시아 문서의 형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조선 시대에도 특별히 주목받았다.

890년에 제작된 낭혜화상 탑비, 일제시대 촬영
890년에 제작된 낭혜화상 탑비, 일제시대 촬영

 

글씨는 환영 스님이 새겼으며, 고운 최치원의 '사산비명(四山碑銘)'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4개는 '쌍계사 진감선사대공탑비'를 필두로, 충남 보령 성주사 터에 있는 '대랑혜화상백월보탑비'(국보 제8호)와 경주에 있는 초월산대숭복사비, 문경 희양산에 있는 봉암사지증대사적조탑비(보물 제138호) 등이다.

진감선사대공탑비는 검은 대리석으로, 귀부와 이수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높이는 3.63m, 탑신은 2.02m이며, 몇십 년 전 지리산에서 지진이 일어날 때 비신의 왼쪽 윗부분이 상당히 깨져나갔으며, 균열도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귀두(龜頭)는 짧고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동물의 머리 형태로 표현되어 있으며, 신라 후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의 크기는 2.3cm, 글자 수는 2,423자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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