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대법원 무효 판결 “고령자 고용법 연령차별 금지 해당”

김남기 기자
  • 입력 2022.05.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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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회원들이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임금피크제 지침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고령근로자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25일 나왔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성과연급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판결이후 기업별 노동조합은 이번 판결에 대해 회사 측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회사의 입장에 따라 대응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당시는 만 55세부터 전년 대비 임금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만 57세부터 5%씩 삭감하는 것으로 임금 삭감율을 완화한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2007년부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LG전자의 임금피크제는 만 58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년 동안 전년 대비 임금이 10%씩 삭감된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도 2014∼2015년부터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직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중 52%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태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노조 측에서 최초 임금 삭감 연령을 높이고, 평균 임금 삭감율은 낮추는 등 임금피크제의 조건을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바꾸기 위한 재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 고용법이 2016년 시행되면서 민간 분야로 확산됐다. 임금피크제는 300인 이상 사업체 중 54%가, 또 정년제를 도입한 사업장 약 35만개 중에는 22%가, 임금이 비교적 높은 금융권은 67%가 시행 중이다. 기업별로 방식은 달라도 임금 삭감 등의 문제 제기는 거의 비슷하다.

대법원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한 다음날 '정년연장형'의 임금피크제는 인정한 법원 1심 판결이 나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법원이 지난 26일 무효로 판결한 임금피크제와 달리 이번 사례는 '정년 연장'을 동반한 경우로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노조의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도 없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를 '잘못' 운용할 경우 무효라는 것이지 임금피크제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은 혼란스럽겠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이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어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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