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선의 구구절절] 단언컨대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윤두선 칼럼리스트
  • 입력 2023.07.13 14:21
  • 수정 2023.08.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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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장애인이 나가는 길을 비켜주지 않으려는 인간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대표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붐볐고 내릴 차례가 됐습니다. 휠체어를 돌려야 나올 수 있기에 문가에 서 있는 남성분에게 한 발짝만 비켜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이 뒤로 내리면 되지 왜 성가시게 하냐고 투덜거리며 비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어 한바탕하려고 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너무 화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까짓 한 발짝만 움직이면 되는 것을, 그것이 싫다고 장애인 보고 위험하게 뒤로 나가라니 상식이 정말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곳은 재활병원이니 다리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와서 움직이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다시 생각해 보니 아무리 다리가 아프더라도 장애인이 힘들게 나가는데 꼼짝도 안 하겠다는 것은 심성이 나쁜 사람입니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적어도 걸을 수 있지 않습니까?

헬렌 켈러의 평생소원은 사흘만 보는 것

헬렌 켈러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수필 사흘만 볼 수 있다면

I am sure that sight must be the most delightful. 'Three days to see'
- 헬렌 켈러

헬렌 켈러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헬렌 켈러는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부모님의 얼굴,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 밤이 아침이 되는 광경 등을 꼭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숲을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어봤더니 "별거 없어"라는 말을 듣고,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모르는 것에 기가 막혀서 이 수필을 썼다고 합니다. 이 글의 끝은 이렇게 마칩니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사진=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제공

걸을 수 있다는 축복을 모르는 사람들

걷는다는 것은 이동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 수도 있게 해줍니다. 저는 계단에 붙어있는 '계단 한 칸을 오르면 4초의 생명이 연장된다'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휠체어 탄 사람은 4초씩 빨리 죽는다는 말처럼 들리니까요.

인류의 진화에서 사람이 네 발에서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두 발로 걷게 되니 사람은 손이 자유스러워지면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멀리 볼 수 있어 시야가 확장되면서 이동과 탐색의 자유를 가지게 되었으며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되어 사냥과 운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은 유인원과 다른 길을 가게 되었고 진정한 인류가 된 것입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인류에게 이처럼 큰 축복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것도 모르고 한 발짝 움직이는 것조차 싫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기어다니는 원숭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한발짝이라도 걷고 싶어도 평생 꼼짝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휠체어 나가겠다고 하면 군말 없이 뛰어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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