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젊어진 노인들...‘나이가 숫자에 불과한’ 3가지 이론

이상수 기자
  • 입력 2024.03.14 10:27
  • 수정 2024.03.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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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라 부르기 전에 나는 ‘노인’이 아니었다...노화를 늦추고 젊음을 끌어당기는 법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노인이라 스스로 부르기 전에 우리는 노인이 아니다. 남들이 나를 반복해서 불러주고 마음에 각인될 때, 노화는 정상 속도를 벗어나 가속한다. 노인의 이미지는 대부분 사회에서 부정적이다. 그 이미지는 집단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스스로 무의식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어느새 노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증거는 흔하디흔하다. 그들을 불러줄 이름이 필요하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세 가지 이론이 가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한때 일본에서는 '진짜 나이' 계산법이 유행했다. 자신의 나이에 0.7을 곱하는 것이다. 90세는 63세고 70세는 49세다. 60세는 겨우 42세다. 이 계산법이 잠깐은 나이의 무게를 덜어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뇌가 변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뇌를 속여야 한다. 젊은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이해해야 한다.

▲뇌 가소성 ▲스키마 ▲망상활성계

이미지생성=코파일럿(copilot)
이미지생성=코파일럿(copilot)

#사례...젊어진 노인들

1979년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엘렌 제인 랭어(Ellen Jane Langer)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 clock wise)'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에 참여할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남성을 모집했다. 그들이 일주일을 생활할 숙소는 1959년처럼 꾸며졌다. TV와 라디오에서는 1959년 당시의 드라마,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참가자들은 입소 전 무기력했다. 글자가 안 보여 독서를 포기했고 골프를 좋아했으나 느릿한 걸음이 창피해 그만두었다. 음식 맛도 없었고 감기도 자주 걸렸다. 랭어교수는 이들에게 연기나 회상이 아니라 실제로 1959년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 지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대화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시제를 사용하게 했다. 1959년 이전의 물건은 허락되지 않았다.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은 모두 스스로 해야 했다. 가족의 도움은 더 이상 없었다.

입소 다음 날부터 그들은 완전히 20년 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비교연구를 위해 실험군 외에 대조군도 두었다. 대조군은 1959년을 회상하며 지내도록 했다. 1979년 사진도 붙여두었다.

일주일 후 연구팀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두 그룹 노인 모두 청력과 기억력이 좋아졌다. 관절의 유연성, 손놀림,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가 개선되었다. 실험 후 참여 노인들 모두 스스로 젊어졌다고 느꼈다. 실험군은 대조군보다 더 큰 변화를 보였다. 행동 반응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 지능도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20% 이상 향상되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1. 뇌가소성...뇌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다

'가소성'은 영어 'plastic'에 해당한다. 'plastic'은 '형태를 바꾸기 쉬운'이라는 의미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뇌는 감각기관의 정보 관제탑이다. 모든 정보를 받아 판단하고 명령을 내린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 과학자는 이러한 인간의 뇌가 청소년기까지 최대로 발달하고 그 이후 뇌의 구조는 고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1990년대 신경가소성에 관한 활발한 연구 결과, 인간의 뇌는 새로운 학습과 경험으로 평생 변하고 발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뇌가 학습과 경험으로 신경 구성 형태를 바꾸는 것이 뇌가소성이다.

1979년 실험이 이미 증명했다. 잊힌 과거를 다시 학습하고 경험함으로써 노인들은 그들의 신경회로를 20년 전으로 바꾸었다. 그렇다고 실험처럼 주변을 20년으로 돌려놓고 살 수는 없다. 실험 대조군처럼 회상하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런 기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뇌의 회로는 바뀐다.

굳이 노인의 고정관념을 학습해 스스로를 노인의 뇌로 만들어 살아갈 필요가 있는가.

그래픽=nicabm(National Institute for the Clinical Application of Behavior Medicine)
그래픽=nicabm(National Institute for the Clinical Application of Behavior Medicine)

#2. 스키마...젊음에 관한 학습은 젊음을 확대한다

스키마이론(Schema Theory) 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선험 지식(스키마)이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다. 새로운 정보나 개념은 수동적으로 입력되어 자리 잡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앎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변형하고 재구성한다. 과거에 저장된 정보의 양과 질이 새로운 정보의 질을 결정한다.

1979년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짧지만, 강력한 스키마 학습을 하였다. 과거에 강력히 감정이입이 됨으로써 역행 학습이 이루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 살아나 재학습됨으로써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왜곡시킨 것이다.

선택의 문제다. 어차피 다가올 노화를 앞당겨 경험할 것인가, 젊음을 기억해 뇌를 젊게 속일 것인가.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3. 망상활성계..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는 포유류 뇌의 한 영역으로, 척수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정보를 취사선택하여 대뇌피질로 보내는 신경망이다. 이 신경계는 뇌의 문지기다.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정보를 걸러 뇌로 보낸다. 뇌로 보낼 정보와 무시할 정보를 결정한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의 저자인 앨런 피즈와 바바라 피즈는 망상활성계 신경망을 '초고속 우편물 분류 사무소'로 비유한다.

인간의 뇌는 1초에 4억 비트 이상의 정보를 처리한다. 하지만 이 중 2,000비트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뇌로 들어오는 정보의 99%가 무시된다는 얘기다. 인간이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모든 정보를 처리하다간 하루도 못 살 것이다.

그러면 어떤 정보만 처리되는가. 피즈 부부에 의하면, 이 신경망은 이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평소 관심을 가지는 정보만 처리한다. '내 생각과 감정에 부응하는 것들을 찾아 일치하는 것이 포착될 때만 나의 의식에 신호를 보낸다.'

아무리 시끄러운 공항 방송이 나와도 내 이름과 내가 탑승할 항공기 번호는 기가 막히게 들린다. 머리를 자르러 가는 길에는 짧은 머리를 한 사람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내가 구입할 차를 고르고 길을 나서면 온통 그 차종만 보인다. 임신하면 평소 보이지 않던 임산부가 갑자기 눈에 많이 띈다. 이게 모두 망상활성계가 벌이는 짓이다.

'나는 이제 할 일 없고 무기력한 노인이다'라는 정보에 세뇌당한 사람은 온통 무기력한 세상과 노인만 보인다.

나이 들어가도 최대한 노화를 늦추고 젊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운동, 음식, 인간관계, 사회적 활동 등.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와 그의 소프트웨어인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다. 나의 뇌와 나의 마음을 어려워할 필요가 있는가. 그저 내가 무엇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나의 이름을 만들어 나에게 불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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