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더욱 파랗고 높고, 그윽하다여름내 몰려왔던 폭염이 장마와 함께 물러나고 이제 막 살만한데,오늘은 일본이 바다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고 맞는, 첫날이다그들은 지금 이 지구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스스로의 터전을 멸망시키고 말 것인가그 하늘로 까마귀 떼가 날아간다- ‘핵비가 내린다’,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원래 우리에게는 "산맥이란 말은 없었다."고 한다. 구한말에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분지로(小藤文次, 1856-1935)가 1900년부터 1902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14개월 동안 한반
어쩌면 인간은 지구상에 온갖 쓰레기만 양산하는,파렴치한 동물일지도 모른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이제 지리산 능선 산행도 절반을 더 지났다. 머지않아 덕평봉이 나올 것이다. 어서 빨리 가 이씨 노인이 그윽하게 내려다보는 선비샘에서 시원한 약수라도 한 잔 마시고 싶다. 그 샘가에는 지리산에서 지천으로 피어나는 들꽃들처럼 어렴풋한 전설들이 몇 개 떠다닌다.먼 옛날 지리산 덕평봉 기슭 아래 그 봉우리 이름을 딴 듯한 덕평 마을이 있었다. 마을에는 이씨 성을 가지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조상 대대로 내려온 화전민의 자식으로 가난에 쪼들
바람이 눈앞에서어른거리나 싶더니솔방울 하나툭, 하고소 등으로 떨어졌다- ‘흰 소를 찾아서’,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산에 깃들면 사람들이 빨리 일어난다.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해외여행을 가다 보면, 한국인들이 새벽부터 일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큰 산에 들어오면 더욱 일찍 일어나리라. 지리산에서야 오죽하랴.새벽 5시부터 주변 사람들이 두런거려 잠이 깬다. 더 자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고역이다. 6시 정도 일어나니 벌써 산장 안은 텅 비었다. 밖으로 나오니 모두 식사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서둘러 밥들을 해서 먹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해대안학교가 다시 필요한, 어른들이,이 사회가, 개탄스럽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연하천 산장의 지형은 좀 특이한 것 같다. 해발(海拔) 1,586m의 명선봉 정상 부근의 높은 곳인데도 물이 풍부하다. 며칠 비라도 뿌리면 산장 부근이 마치 늪지대처럼 질퍽거린다. 하지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벽소령 휴게소가 있다. 그곳은 마사토가 많은 지역이어서 비가 와도 금세 스며든다.옛날에는 이곳에 ‘신선’이라는 산장지기가 살며 주변 환경을 보존하려고 노력하였다. 지금은 모두 공공에서 관리하고 있다.숲속을 누비며 흐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불가에서는 지리산을 예로부터 문수보살이 일만 권속을 거느리고 상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리산이라는 이름도 문수보살의 이름인 ‘대지문수사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지(智)’ 자와 ‘리(利)’ 자를 각각 따온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은 상봉인 천왕봉과 주봉인 반야봉으로 연결되는데, 반
매미의 쨍쨍한 울음소리에 낮술로 취하고 싶은 하루저 멀리 동구밖에는 고향을 찾아오는 아이들이것이 수수만 년 우리와 우리를 단단히 이어 주었구나마을 건너서 마을, 당산은 끈처럼 이어져 왔는데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울퉁불퉁한 미소로 반기던 장승도무사태평을 빌고 넘던 성황당도지나던 까치가 한가하게 쉬다 가던 솟대도,모두 다 사라지고 없다. - ‘칠월 칠석’,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대부분 산악인은 노루목에 오면 두 길 중에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바로 삼도봉으로 해서 화개재를 지나는 주 능선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1,732m
밥을 먹고 나면 변비가 생긴다왜, 헤아릴 수 없는 태양과 바람을 맞으며,농부의 숱한 수고로움 속에서 자라난곡식을 먹었는데,내 뱃속에서는 돌이 되어 나오는가도대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길래한 번 들어간 것들은순하게 나오지 못하고살을 찢으며, 선홍빛 피를 내는가- ‘변비’,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가는 길은 돼지령과 임걸령을 지나지만 작은 산봉우리들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하지만 전날 11시에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새벽 3시에 성삼재에 도착하고, 바로 출발하여 노고단 산장에서 누룽지 한 그릇 먹고 출
저 돌탑으로 서 있을 일이다지치지 말고흰구름 머리 위로쉴 새 없이 지나가고 그림자 같은 것들밟지 못하고꿈을 꾸다가별빛을 보다가 기다림이란여름날 소낙비에 온몸으로 항거하는 것 -‘기다림’,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노고단은 짙은 안개 속에 쌓여있고, 그 뿌연 사이로 연한 철쭉들이 학창시절 교문 앞에서 선생님이 머리 긴 아이들의 머리를 기계로 밀어버린 듯, 듬성듬성 피어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이나 할까?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아이들 무서워 ‘말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는 시대이니!’, 상전벽해(桑田碧海)다.그래도 가장 큰 책임은
왜, 공연히 그 먼 길을 걸어가는가?아무도 그 이유를 말해 주는 사람은 없지만사람들은 무연히 그 산길을 걸어간다.그리고 한 번쯤은 지리산 종주를 염원한다.드디어 지리산을 오른다. 이제 4시간 정도를 꾸준하게 오르면 노고단 대피소에 다다를 것이다. 전날 비가 내려 여기저기 흙탕물이 길 위로 넘치면서 등산객들의 발길을 막는다. 비가 온 뒤의 공기는 더욱 청량하다.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중인 숲속에서는 피톤치드 향이 넘치게 흘러 다니고, 물소리에서는 음이온이 둥, 둥, 떠다니며, 몸은 정신까지 정갈하게 해준다.현대인들은 매일 ‘양
천 년을 여기 서서 기다려볼거나이제 물밥도 다 말라 날아가고눈에 익던 앞산들도 자고 나면 아랫도리부터 사라져 간다휘청거리던 나의 허리에 많은 구름 형상들은 머물다 가고그 새 마을의 많은 이들도 내 발밑에서 풀꽃들처럼 피었다 졌다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신(神)을 보았고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첫사랑을 맺었다- ‘솟대’,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아가의 둔부같이 유장하게 뻗어 나간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산세가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어머니의 품 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자다가, 깨다가 빨던, 어머니
있으려무나, 꼭 가야 하겠느냐?아니 갈 수는 없겠느냐?까닭 없이 여기 있기가 싫어졌느냐?아니면 남의 말을 들었느냐?그래도 몹시 애달프구나,가려고 나서는 그 까닭을 알려나 주려무나- ‘있으렴 부디’, 성종(成宗)[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갑자기 파란 하늘의 한쪽으로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실비가 내린다. 설마 눈물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망연한 생각이 든다. 어찌 설명해야 하나. 원래 세종의 아들 광평대군의 묘역이었으나 성종의 능자리로 정해지면서, 다른 곳으로 옮긴 후 들어온 왕, 어쩌면 멀쩡하게 있던 묘를 옮기고 들어와서 흘리는, 토
창공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청산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성냄도 벗어놓고 물욕도 벗어놓고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조선의 11번째 왕 중종은 57세(1488~1544)에 창경궁 환경전에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연산군을 폐군 시키고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행운의 왕이었을까, 아니면 평생 자기 뜻을 온전히 펼치지 못하고 권신들에게 휘둘린 나약한 왕이었을까?중종이 세상을 떠나자, 경기 고양시 서삼릉에 있는 두 번째 왕비 장경왕후의 희릉 서쪽 언덕에 능을 조성하여. 이름을 정릉으로 바꿨다. 그러나 명종
조광조의 도학(왕도) 정치의 개혁 시절을 제외하고는, 정치적으로나 자신의 뜻대로나, 중종은 한 번도 정국을 제대로 이끌어나가 본 적이 없었다.“오늘의 우리에게는 어떤 이상이 있습니까? 어떤 전통이 있습니까? 과연 이 시대가 제대로 흘러가고 있습니까?”[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왕위 초반, 중종의 권위는 실추되고 권신들의 힘은 더욱 커졌으며, 공신 지정이나 공훈까지도 마음대로 하는 파탄 지경까지 이르렀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느끼자, 중종까지도 갈아치울 수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치며 위협했다.정통성이 허약한
이제 모두 세월따라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덕수궁 돌담길에 아직 남아있어요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언젠가는 우리 모두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언덕 밑 정동길에 아직 남아 있어요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연가’, 이문세[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강남에 금싸라기 땅 위에 자리 잡은 두 명의 조선 왕과 한 명의 왕비가 잠들어 있는 정릉을 찾아간다. 이 비싼 땅 위의 넓은 초록의 공간, 왕릉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녹지가 가능했을까, 고맙기까지 하다.그런데 녹지 철망을 돌아가면서 아무래도 눈에 익다. 언젠가 와본 듯하다. 가만히 보니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 세계 여행이다.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비록 빈한하지만,굳이 다른 것을 생각지 않기로 했다.- 하롱베이에서[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하롱베이에는 동굴들이 참 많다. 그 옛날 화산섬이어서 그럴까, 여기저기 숲속에 숨겨진 동굴들이 있어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가 힘들다. 사람들을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이번에는 동그랗게 알을 품은 형상의 바위들이 나타난다. 어떻게 해서 저런 모양으로 변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신기하기만 하다.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은 오랜 침묵의 공간, 바람마저 멈추고 물소리
잡초라 함부로 부르지 마라잡초가 무엇인 줄 아느냐네 눈에는 아무렇게나 자란그런 풀로만 보이느냐잡초라 함부로 부르지 마라우주의 기운으로 근육을 돋우고가열차게 자란 풀에게만잡초란 이름을 준다- ‘잡초(雜草’).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하롱베이 바다는 잔잔하다. 끊임없이 산봉우리들이 첩첩이 겹쳐있어, 이 바다에서는 심한 폭풍이 일어나도 연안에는 그다지 피해가 없을 듯하다. 워낙에 많은 섬이 오밀조밀하게 막고 있으니 파도의 너울들이 오다가 다 깨질 것 같다. 그래서 양식장이 많고 아마도 그 안에서 집까지 짓고 살 수 있는 모양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눈 감으면 보일 거다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1[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하롱베이에 재래시장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왁자지껄한 그들의 말소리 따라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
한 달만 이 섬에서 살자딱 한 달만 이 섬에서 살자지천명을 넘어 달려온 길잠시 한숨 돌리고 뒤돌아보게나에게서 떠나간 사람내가 떠나온 사람모두 접어두고유령처럼 딱 한 달만 이 섬에서 살자- '하롱(下龍)베이에서' 중에서.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깟바 국립공원(葛婆國立公園)은 하롱베이의 깟바섬에 위치하며, 베트남 북부의 생물권 보호 지역으로 지정된 세계유산이다.멀리 깟바 국립공원이 나온다. 오토바이 주차료 5,000동을 포함해서 입장료가 2만 동이다. 시청각실이라고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보니 운영이 안되고 있는지, 화장실도 관
오동도 절벽 위 어디쯤,위태로이 걸린 횟집에서 친구와 소주잔을 부딪치며 회를 씹던,설익은 회포들이 오늘따라 더욱 굴풋하다밖에서 울어 에이던 파도 소리와 갈매기의 소리도.- '땅끝 인생', 윤재훈 선원들은 밥을 먹고 나자 찻잔을 옆에 준비해두고 바로 차를 마신다. 머리 위에 있는 커다란 대륙 중국처럼 이 나라도 차 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 고달프고 바쁜 배 안에서 잠시라도 여유를 찾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빨리빨리’를 다그치는 우리나라 배 안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특히나 배 안에 제단까지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설국(雪國), 선자(仙子)령휘청거리던 나의 허리에 많은 구름 형상들은 머물다 가고그 새 마을의 많은 이들도 내 발밑에서 풀꽃들처럼 피었다 졌다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신(神)을 보았고어떤 이들은 내 아래에서 첫사랑을 맺었다나를 기댄 매화꽃도 수없이 피었다 지고내 밑으로 아이들은 도시로 떠났다- ‘솟대’ 윤재훈[이모작뉴스 윤재훈 기자] 2월 말에 뜬금없이 선자령 눈꽃을 보러 간다고 해서 정말 그럴까 하고, 긴가민가하면서 따라나섰다. 정말로 눈이 잔뜩 쌓여 조금만 산길을 벗어나면 발목 위까지 푹푹, 빠졌다. 정오부터 눈이 20센티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