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누르시고, 그림에 해당하는 단어를 말씀해 주세요."
클릭을 하면 낙타의 그림이 나오고, 피검사자는 15초내에 정답을 말한다.
“네, 다음을 누르세요.”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초고령화 시대의 달갑지 않은 동반자, 치매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이다. 그들을 돕기위해 AI융합전공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하여 재미있고, 직관적인 치매진단 앱을 개발했다. 그러나 서버 비용 등 비용부담으로 추가개발은커녕 유지보수조차 힘들어 상용화가 중단될 위기다. 이러한 공익형 앱은 국가 단위에서 지원해 줄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1,300만여 명, 그중 추정 치매 환자가 96만여명으로 7.3%에 이른다. 이 비율이 65세 이상에서는 10.38%로 높아진다.
치매가 홀몸 어르신들에게 더 위험한 이유는 일찍 발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 소견이 있어 자세한 진단검사 필요한 경우 MRI 검사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저소득층인 경우 검사를 미루게 돼 치매 완화치료 시기를 놓치고 만다.
이에 한국외국어대 AI융합을 이중 전공하는 학생 6명으로 구성된 B4After팀은 지난 3월부터 6월초까지 ‘BN테스트’라는 치매진단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논문 ‘한국판 보스턴 이름대기 검사’라는 문항반응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치매진단 앱, BN테스트의 차별성...대화형 음성인식 진단
개발과정에서 서버개발과 기술지원을 맡았던 이현제(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4년)는 이 앱의 강점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들었다. 대다수 기존 앱은 텍스트 기반이고 문항을 일일이 읽으며 검사하는 데 비해 그림과 음성이 동시에 지원되어 듣고 답하는 데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답변을 챗GPT처럼 대화형으로 인식하여 단어는 물론이고 문장형으로 답변해도 키워드를 잡아 정확히 오답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음성시스템이 음성 형태소를 분석하여 사투리나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용어를 정확히 잡아낸다는 것이다.
검사과정이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진행되어 어르신들이 언제든지 어디서나 부담 없이 자기진단을 할 수 있다. 이 학생들은 동대문 노인종합복지관 등을 찾아가 어르신들에게 시연을 통해 사용친숙도에 대해 검증을 했다. 73세 된 어르신도 도움 없이 혼자 검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어르신 대상 설문지조사를 맡고, 치매 검사 관련 논문을 썼던 김예원(노어과 4년)씨는 이 앱의 큰 장점으로 어르신들의 ‘치매 검사’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다는 것으로 꼽았다. 어르신들은 치매 검사 자체를 싫어하고, 검사 중 간단한 낱말도 맞추지 못할 경우 자존심이 상하는데 검증단계에서 이 앱에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보였던 반응은 검사 과정을 아이들이 하는 게임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앱개발의 리더 역할을 했던 이태현(스칸디나비어학과 4년)은 기존 앱과 차별성에 대해, “이 앱은 시공간적 제약을 없애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진행할 수 있어 금전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며, “이 앱이 자세한 의학적 진단까지 하지는 못하지만, 치매 초기 발견에 중요한 검사 접근가능성을 높여 치매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좋은 뜻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이 치매진단앱은 현재 금전적인 문제로 난관에 부닥쳐 있다. 학생들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상용화가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안을 찾기에는 취업 등으로 바쁜 학생들에겐 무리수로 보인다.
언제든지 복잡한 절차 없이 공익형 아이디어를 등록하고, 유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부부처가 있어 좋은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청년들의 사기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