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돌봄현장@후쿠오카①] 웰엔딩 ‘카드게임’, ‘마음을 이어주는 앱’...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편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6.02 14:47
  • 수정 2024.01.30 13: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살던 곳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한일 교류와 협력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과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한국리빙랩네트워크는 지난 5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행복한 장수사회와 리빙랩’이란 주제로 한일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을 마련했다.이 포럼에 참석한 본 기자는 일본의 포럼 발제와 주요 돌봄기관 견학 등의 내용을 연재한다.

한일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 1일차 참여자. 촬영=김남기 기자
한일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 1일차 참여자.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후쿠오카시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의 콤팩트함과 젊다는 것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좁은 평야로 인해 도심지에 모든 시설이 집약돼 있다. 그래서 공항, 항만, 행정시설, 상업시설까지 동선이 매우 짧다. 후쿠오카에서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후쿠오카시의 총가구 수는 86만 2,548세대(2023년 4월)로 이 중 1인 가구 고령자 가구 수는 81,715세대로 약 9.5%를 차지한다. 고령화율은 약 22%이며, 인지장애 고령자 수는 3만 7,610명(2020년)이다. 고령자 가구의 45% 정도가 인지장애를 겪고 있다.

서울시는 총가구 수가 4백 19만 1,171세대로(2021년) 이 중 1인 고령자 가구 수는 387,803세대로 약9.2%를 차지해 후쿠오카시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후쿠오카시는 고령화에 대응하는 돌봄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일본 타지역에 비교해도 앞서 나가고 있다. 후쿠오카시의 장수사회를 위한 돌봄지원 정책 중 먼저 ‘웰엔딩 카드게임과 몸은 멀어도 마음을 이어주는 앱’을 주제로 후쿠오카시의 다양한 돌봄실험을 소개한다.

장수의 나라 일본의 웰엔딩 활동

일본의 종결활동(終結活動)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웰엔딩’이라고 볼 수 있다. 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의 종결활동은 크게 웰엔딩을 위한 카드게임과 비대면으로 서로 돌봄을 나눌 수 있는 ICT프로그램이 있다.

장수의 나라 일본은 백세시대에 대비해, 요양, 의료, 연명치료, 장례 등 고령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웰엔딩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고령 1인 가구는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고령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쿠리타 마사유키(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사업개발 과장) 일본의 종결활동 설명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쿠리타 마사유키(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사업개발 과장) 일본의 종결활동 설명하고 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쿠리타 마사유키(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사업개발 과장)은 “종결활동(終結活動)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돌봄이나 치료, 생전정리나 유품정리, 장례절차, 가족의 미래나 상속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고령자는 웰엔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웰엔딩을 위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웰엔딩(종결활동) 카드게임’이다.

‘웰엔딩 카드게임’은 나답게 살기 위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것이다. 성별과 나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마치면, 참여자는 남은 인생을 디자인하기 위한, 커뮤니티, 취미, 건강, 유언 등의 다양한 활동을 상담받고, 웰엔딩의 방향에 대해 도움을 받는다.

일본의 한 고령자가 태블릿 PC로 지인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고령자의 외로움·고립해소에 ICT 유튜브 갈무리
일본의 한 고령자가 태블릿 PC로 지인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고령자의 외로움·고립해소에 ICT 유튜브 갈무리

‘몸은 멀어도 마음을 이어주는 앱’은 코로나 이후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ICT를 활용한 온라인 영상 커뮤니티활동을 지원한다. 동료와 가족의 만남을 위해, 고령자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앱과 태블릿PC를 개발했다.

쿠리타 과장은 “이 앱을 활용하면, 지역의 자원봉사자나, 장애인, 멀리 있는 가족, 병원 등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지속가능한 돌봄을 이룰 수 있다”며, “고령자의 우울감이나, 신체 기능의 장애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해 활용할 것이다”고 했다.

■ ‘웰엔딩(종결활동) 카드게임’

‘웰엔딩 카드게임’은 4명이 함께 진행하고, 각자 10장의 카드를 받는다. 이 카드에는 웰엔딩을 위한 주요 활동 내용이 적혀있다.

‘웰엔딩 카드게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남긴다.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웰엔딩 카드게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남긴다.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을 하고 싶다.’, ‘다니는 병원, 살기 좋은 집이나 방 꾸미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중 관심 없는 내용이 적힌 카드 한 장씩을 버려야 한다. 본인은 관심 없어도 다른 분한테는 중요한 것들이 있다. 그럴 때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와 상대의 카드를 서로 교환한다. 카드 교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 최종적으로 5장의 카드를 각각 남긴다.

‘웰엔딩 카드게임’ 서로 원하는 카드가 있으면 교환한다.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웰엔딩 카드게임’ 서로 원하는 카드가 있으면 교환한다.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남은 5장의 카드가 왜 나에게 소중한 것인지,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면서, 가치관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깨닫게 된다.

특히 다양한 세대가 함께 했을 때, 더 재미있게 진행이 된다. 세대별 특징을 볼 수 있다. ‘나도 젊었을 때는 저런 생각을 가졌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카드는 3가지 색깔로 구성돼 있다. 먼저 녹색은 앞으로의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친구 만들기, 취미, 건강, 물건정리 등으로 건강할 때 자신의 생활을 꾸미는 것이다. 파란색은 요양, 돌봄, 입원, 인지장애 등의 시기에 준비해야 할 것을 정리했다. 오렌지 색깔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으로 사전연명의료, 상속, 장례 등의 처리에 관한 내용이다.

웰엔딩 의사결정 지원과 상담

일본에서는 1인가구 고령자의 증가로 임종 후 처리를 위한 활동이 중요하다. 그래서 카드 게임을 통해서 본인이 준비해야 할 것을 사전에 인식하고 상담을 통해 사후 자신의 상속, 장례 등에 대해 의사결정을 한다.

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의 ‘종결활동 서포트지원센터’는 고령자의 웰엔딩을 위한 치매·존엄사·상속· 유언·장례 등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상시로 상담창구를 운영하고, 복지사나 변호사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세미나와 강연회, 지역 출장상담을 통해서 ‘장례나 납골의 준비 방법’ ‘엔딩노트의 쓰는 방법’ ‘올바른 상속’ 등을 교육한다.

우리나라의 치매공공 후견제도는 관공서 서류 발급이나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의료서비스 등의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치매공공 후견제도는 관공서 서류 발급이나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의료서비스 등의 도움을 준다. 

한국도 웰엔딩 관련 지원제도 필요

우리나라에도 웰엔딩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지자체나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주로 웰엔딩 노트 작성이나, 사전장례의향서 등을 작성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

‘웰엔딩 카드게임’은 흥미롭게 진행된다. 자칫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두려움을 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속내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카드게임에서 나온 결과물을 전문가 집단이 세부적으로 상담하고 의사결정에서 실천까지 상담해 준다. 카드게임과 상담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접목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요미우리 신문에 LISS(Living Support Service)System의 '생전계약'사례 소개. 사진=LISS NPO 갈무리
요미우리 신문에 LISS(Living Support Service)System의 '생전계약'사례 소개. 사진=LISS NPO 갈무리

일본은 신탁제도가 잘 발달해 있어, 생전에 사후 처리를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일본 LISS(Living Support Service)System라는 NPO가 제3자 후견법인이 되어서 장례신탁도 예치 받고 사후 사무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 독거 자라도, 무연고자가 되지 않고 장례를 잘 치를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의 신탁제도는 주로 금융과 관련된 업무에 집중돼 있고, 의료·법률·세무 등 비금융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직 제도의 미비점이 많다. 생전에는 ‘성년후견 제도’로 돌봄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후에는 제삼자가 장례업무를 위임받을 수 없기 때문에,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자로 화장된다. 성년후견인이 사후 사무로 상속자를 찾기 전까지 고인이 장례신탁으로 맡겨 둔 재산을 장례에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몸은 멀어도 마음을 이어주는 앱’

‘몸은 멀어도 마음을 이어주는 앱’이 시작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서였다. 코로나가 확대되면서 고령자는 고독감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집에만 있으면서 근력도 떨어지고 있었다. 고령 1인 가구가 많은 후쿠오카시에서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면서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을 했다.

외로움과 고립이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 조사.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외로움과 고립이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 조사.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또한 고독이나 고립이 신체 건강하게 나쁘다는 연구가 이어졌다. 일본에서 요양이나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비율이 1.37배 증가했고, 치매 발병률이 1.45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기 사망률도 1.34배 증가했다. 국외 연구에서도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감에 의한 사망률도 1.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 개발 ‘지역 활동가’의 목소리 품다

지역활동가(요양보호사)는 지역 고령자를 만나는 자리가 사라지면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걱정했다. 지역활동가는 전화로 고령자의 안부를 물었지만, 얼굴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고령자가 ‘빨리 지역 노인 커뮤니티 장소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견에 호응하고 싶었다.

그래서 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는 코로나 상황에서 고립감 해소를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고령자가 소중히 여기는 ‘친구 가족과의 대화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았다.

온라인 그룹 커뮤니티 미팅 모습. 사진=고령자의 외로움·고립해소에 ICT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 그룹 커뮤니티 미팅 모습. 사진=고령자의 외로움·고립해소에 ICT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만남을 연구했지만, 고령자가 PC나 스마트폰에 서툴고,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익힌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활동가의 도움으로 태블릿을 보급하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서 화상통화를 시도했다. 먼저 지역활동가가 고령자와 접속해서 온라인으로 방문하고,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평소 잘 만나던 지인들은 온라인 그룹에서 터치 한 번으로 다 같이 모여서 수다를 떨 수 있었다. 고령자 한 분은 ‘마스크 하지 않아도,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몸은 멀어도 마음을 이어주는 앱’ 소개 영상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재가요양 중인 80세 독거노인은 처음 화상통화에 불안감이 있었지만, 차츰 적응하면서 노래나 수예, 그림엽서 등, 평소 지역활동가와 함께 즐겨하던 활동을 온라인으로 공유했다.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지역활동가를 만났었는데, ICT를 이용하면서 매주 온라인으로 더 많이 만나게 됐다.

또 다른 사례로 5명의 그룹의 이야기이다. 81세부터 91세의 남녀 고령자는 노인클럽에서 차를 마시거나, 자주 어울렸다. 이분들에게 태블릿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게 조율했다. 매일 저녁 7시에 만남을 약속하고 한 달 동안 사용하게 했다. 1시간을 넘긴 날이 7일, 2시간을 넘긴 날이 3일이 있었다. 2시간을 넘긴 날은 온라인 회식으로 함께 술을 마셨다.

화상 교류 ICT 설치 결과

온라인 비대면 활동으로 교류의 빈도가 늘어났다. 지역활동가의 부담이 줄면서 지원하는 활동가가 더 많아졌다. 또한 고령자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오프라인 모임과는 달리 온라인으로 교류를 지속할 수 있었다.

화상 교류 ICT 설치 효과,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화상 교류 ICT 설치 효과, 그래픽=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 제공

그리고 원거리에 있는 자녀가 이 ICT를 이용해서 가족애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화상으로 방에 온도계를 비춰주면, 방의 온도에 따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일본에는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복약 카렌다가 있다. 화상으로 이 복약카렌다를 비추면, 고령자가 약을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청각 장애자는 수화나 필담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은 원격의료였다. 간호사가 온라인으로 고령자의 상태를 의사와 함께 진료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제 후쿠오카시 사회복지협의회는 더 많은 보급을 위해 태블릿 보급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앱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