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사냥꾼'이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지, 인류 진화 여성역할 재평가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0.18 17:37
  • 수정 2023.10.1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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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냥꾼 남자’ 이론...최근 연구, 의문 제기
인류 진화의 주 동력인 사냥에 여성도 동등하게 참여
운동과학과 생리학적 증거...여성이 남성보다 사냥 같은 지구력 활동에 더 적합
여성 사냥참여의 긴 역사...민족학, 화석, 고고학적 증거가 뒷받침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구석기시대 ‘동굴사람’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한쪽 어깨에 곤봉을 두른 건장한 남자와 그 뒤를 따르는 여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읽고 나면 석기를 들고 순록을 사냥하는 남녀 혼성 사냥꾼의 모습이어야 한다.

카라 오코복(Cara Ocobock)과 사라 레이시(Sarah Lacy)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2023년 11월호에 고대 사냥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음을 다각적으로 증명한다.

인류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개념 중 하나는 ‘사냥꾼 남자(Man the Hunter)’다. 인류 조상들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에 뿌리를 둔 분업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남성은 사냥하도록 진화하고 여성은 자녀와 가사를 돌본다.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하고 임신과 육아가 여성의 사냥 능력을 줄이거나 없앴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개념이 인류 진화 연구를 지배해 왔다. 대중문화에도 널리 퍼졌다. 박물관, 교과서 속 인물, 주말 아침 만화와 장편 영화에도 표현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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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과학적 증거와 생리학적 증거

1967년 20살의 캐서린 스위처라는 여성은 보스턴 마라톤에 성별을 가릴 수 있는 이름으로 출전했다. 경기 도중 여성이라는 것이 발각되었다. 경주 매니저인 조크 셈플은 마라톤코스에서 그녀를 쫓아내려 했다. 그 당시 통설은 여성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할 능력이 없고, 그렇게 할 경우 생식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도 이러한 편향된 가정은 과학적 문헌과 대중의 의식 모두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틀렸다.

늘어나는 증거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생리학적으로 마라톤과 같은 지구력 운동에 더 적합하다고 한다. 초기 인류는 동물들이 지칠 때까지 먼 거리를 걸어 다니며 먹이를 쫓았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사냥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신진대사적으로 지구력 활동에 더 적합하고 남성은 짧은 시간의 파워풀한 신체 활동에 더 적합하다. 이 차이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에서 온다.

피트니스 업계에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운동 성공의 중요 인자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에스트로겐 단백질이 테스토스테른 단백질보다 두 배 정도 오래되었다.

또한 에스트로겐은 생식체계를 조절하고 미세 운동 조절과 기억에 영향을 준다. 신경세포의 성장과 발달을 강화하고 동맥 경화를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운동학적 관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스토로겐이 지방 대사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에스토로겐은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보다 지방을 먼저 에너지로 사용한다.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그램당 더 많은 칼로리를 포함하고 있다. 지방은 연소 속도가 탄수화물보다 느려 지구력 활동을 할 때 피로도를 줄여 준다.

에스토로겐은 이러한 지방 연소의 효율성과 함께 근육 내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여 언제든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결과로 여성의 근섬유는 남성의 근섬유와 다르다. 여성의 ‘슬로우 트위치(slow-twitch) 근섬유는 지방을 사용함으로써 에너지를 천천히 발생시킨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피곤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마디로 지구력이 있는 근섬유다. 남성의 ’빠른 트위치(fast-twitch)’ 근섬유는 탄수화물을 사용하여 빠르게 많은 힘을 제공하지만 빨리 피로해진다.

결국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적은 피로감으로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그랜드 밸리 주립 대학의 로버트 디너(Robert Deaner)가 실시한 마라톤 분석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경주가 진행됨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덜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극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여성이 있었다. 2018년에 영국의 육상선수 소피 파워는 휴게소에서 3개월 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알프스에서 105마일의 ‘울트라 트레일 드 몽블랑 레이스( Ultra-Trail du Mont-Blanc)를 달렸다.

105마일 '울트라 트레일 드 몽블랑 레이스' 휴게소에 모유 수유하고 있는 '소피 파워'  사진=사이언스 아메리칸 제공 
105마일 '울트라 트레일 드 몽블랑 레이스' 휴게소에 모유 수유하고 있는 '소피 파워'  사진=사이언스 아메리칸 제공 

민족학적, 고고학적 증거들

네안데르탈인 남성과 여성은 외상과 병리학적 측면에서 성 차이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의 뼈는 같은 마모 패턴을 보였다. 이 발견은 그들이 큰 동물을 같이 매복 사냥하고 옷을 만들기 위한 가죽 가공을 같이했음을 암시한다.

게다가, 여성과 남성은 구석기 시대에 같은 방식으로 매장되었다. 그들의 시신은 같은 종류의 유물이나 무덤과 함께 매장되었는데, 이는 그들이 살았던 집단들이 성별에 따른 사회적 위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고대의 DNA 연구는 사회 구조와 인간 공동체의 잠재적인 성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남성은 태어난 그룹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여성은 다른 그룹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현대 수렵 사회의 관찰은 여성들이 사냥에 참여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예는 필리핀의 아그타(Agta) 사람들이다. 아그타 여성들은 월경, 임신, 모유 수유 중에도 사냥하거나, 남성들과 같이 사냥하기도 했다.

지난 100년에 걸친 민족학적 데이터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다양한 문화권의 여성들이 식량을 위해 동물을 사냥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애틀 퍼시픽대학의 아비게일 앤더슨(Abigail Anderson)과 카라 월쉐플러(Cara Wall-Sheffler)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63개의 수렵 사회를 조사 연구했다. 그중 79%가 사냥 전략에 여성사냥꾼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생리학상 여성은 사냥과 같은 지구력 활동에 확실히 최적화되어 있다. 고대 여성과 남성은 성에 기초한 분업을 하기보다는 함께 석기와 창으로 사냥했다. 오랜 인류 진화역사상 경직된 성별 역할과 경제적 불평등은 약 1만 년 전에 시작된 농경사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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