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좋으면 뭐해, 알아야 쓰지’...‘AI 돌봄인형’ 활용교육 필요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11.08 14:50
  • 수정 2024.01.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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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어르신을 위한 AI 돌봄인형 전국 확대...효과성 검증 미비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디지털 약자라는 용어가 있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기가 더욱 쓰임새가 넓혀지고,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가 물건을 사거나 금융거래를 할 때, 필수적으로 활용되자, 이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디지털 문맹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AI 돌봄인형 신드롬

2020년부터 AI 돌봄인형이 등장하고 2021년부터 많은 지자체에서 돌봄예산을 편성하거나 정부지원사업으로 취약계층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돌봄 인형이 보급되고 있다. 스마트돌봄 인형은 노인들의 말벗이자, 치매·우울증 치료에 효과를 본다는 평을 받으며, 더욱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반려로봇(AI 돌봄인형, AI 스피커) 사업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공모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반려로봇사업은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과 연계해 우울감 해소 및 비대면 모니터링 진행, 일상생활 건강관리 등 어르신 밀착생활 관리와 치매 환자의 인지훈련 프로그램 제공, 말동무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지능형 로봇으로, 어르신의 정서와 건강을 살핀다.

최근 전라남도는 22개 시군의 사회적 고립 등 정서 취약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반려로봇을 확대·보급할 방침이다. 보급 대상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중 질병·인지능력 등 평가를 통한 우울·은둔 독거노인을 선정, 시군별로 50대씩 총 1천100대를 올해 연말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1인 가구와 사회적 고립가구 증가로 혼자 외롭게 살다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독사 방지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 실험에 나서고 있다. ICT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공지능 스피커와 돌봄인형 등을 보급하고 있다. ‘전기 사용량을 통한 안부 확인’ ‘반려식물 키우기’ ‘목욕 쿠폰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구미시는 인공지능 반려인형사업으로, 홀몸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효돌‘이 돌봄사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구미시는 생활지원사를 통해 홀몸노인 자택에 효돌이를 전달했다. 조달청은 효돌이 유지보수비 등 3년간 무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한다.

반려로봇 ‘그림의 떡일 수 있다’...‘반려로봇 활용교육’ 필요

구미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고령자가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사진=구미시 제공
구미시 인공지능(AI) 반려로봇 고령자가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사진=구미시 제공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AI 돌봄인형(일명 반려로봇)이라고 해도, 제대로 현장에서 홀몸 어르신에게 활용을 못한다면, 아무짝에 소용없다.

세계경제포럼은 AI 돌봄인형이 사람의 돌봄의 대체재로써 활용되며, 오히려 ‘돌봄의 본질’이 훼손된다고 보았다. AI 돌봄인형과 돌봄종사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돌봄인형이 추구하는 기능적인 측면은 우수할 수 있지만, 돌봄현장 적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기자가 재가 요양을 하는 고령자를 자주 접하는 요양보호사나 간호사에게 돌봄인형에 관한 질문을 하면, 고개를 갸웃거린다. 고령자마다 활용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트로트 음악만 듣는 분, 이용방법을 몰라 구석에 처박아 놓는 분 등 반려로봇이라는 이름이 걸맞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가 방문 의료 서비스를 위해 어르신 댁을 방문하면, 대부분은 TV를 시청한다. 실제로 AI 돌봄스피커를 잘 활용하는 어르신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AI 스피커 활용도 조사를 하면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어르신들. 공짜로 주니까 미안한 마음에 잘 쓰고 있다고 답변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대부분 어르신은 AI스피커의 아주 단순한 기능만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굳이 AI가 필요가 없다. 트로트 음악을 듣거나 복약 알림 정도로 사용한다. 전화 걸 수 있고, 응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말벗 기능도 있는데 말이다. 어르신들은 한쪽 귀퉁이에 치워놓고. 복잡하고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나준식원장

따라서, 취약계층 고령자에게 반려로봇 보급률도 중요하지만,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 사업처럼 ‘반려로봇 활용교육‘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강남대 교수 김정근 교수는 “인공지능과 돌봄로봇에 돌봄 기능을 어디까지 위임할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동시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홀모어르신 인공지능 스피커의 사용설명서를 보고 있다. 사진=경남도 AI통합돌봄센터 제공
홀모어르신 인공지능 스피커의 사용설명서를 보고 있다. 사진=경남도 AI통합돌봄센터 제공

반려로봇 효과 특정, 사례관리, 실증사업 필요

속초시에서는 지난 4개월간 관내에 홀로 사는 어르신 55가구에 AI돌봄 로봇을 우울감 개선을 위해 설치했다. ‘어르신 고독사 제로’를 위해 속초시는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우울감이 높은 어르신 55가구에 AI 대화, 영상통화, 유튜브 연결, 실시간 안전수칙 홍보가 가능한 AI 돌봄 로봇 다솜이를 설치하여 운영했다.

대상자들의 우울척도검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 추진 전 평균 11.9점으로 매우 심한 우울 상태에 속해 있던 대상자들의 우울 정도가 4개월 후 평균 8.8점으로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도 전체 대상자 중의 약 75%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매우 효과 있다는 응답자가 많았지만, 설문조사의 샘플 수나, 우리나라 정서상 무상으로 제공된 상품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접을 수 없다. 따라서, 제대로 된 효과특정을 위해서는 실사용자인 고령자에게 보다 심층면접이 필요하다.

AI 돌봄인형 제조사인 김지희 효돌 대표는 “올해 효돌 이용자가 1만 명을 돌파하며,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을 위해,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노인의 복약순응도를 향상하고 매일의 감정을 일기처럼 기록하는 등, 효돌은 쌍방향을 대화하는 기능, 카메라를 통해 노인의 심리, 건강, 안부 등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기능적인 고도화와 더불어 현장 실증사업을 통해 홀몸어르신의 니즈에 부합되는 연구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실증사업에 대해, 김지희 대표는 “올해 하반기 노인 50명을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에 들어가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전남도가 취약계층 독거노인의 건강과 밀착 생활 관리를 위해 보급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반려로봇. 사진=전남도 제공
전남도가 취약계층 독거노인의 건강과 밀착 생활 관리를 위해 보급할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반려로봇. 사진=전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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