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아이들이 뛰놀고, 풀꽃향기 나는 동네...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심현주 기자
  • 입력 2023.11.28 15:44
  • 수정 2023.11.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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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심현주 기자]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은 방화11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방화11단지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이 모여살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기초수급자와 임대 아파트 주민까지도 함께 모여 생활하는 동네이다. 

이곳의 복지 사업은 독특하다. 주민이 ‘주체적으로, 서로 어울리며 삶을 만들어’ 간다. 방화11복지관은 주민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최소한의 간섭과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 노는 골목길 

아이들은 어울려 놀면서 사람 관계를 배우고 세상을 배웁니다. 요리, 여행을 구실로 아동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놀며 또래 친구들과 규칙, 배려, 갈등, 해결 등을 겪고 성취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중략) 자연스럽게 관계를 배우고 관계 속에서 놀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의 주도성을 살리고 관계를 돕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배움 놀이터, 자연 놀이터 총 14명의 아이와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울려 놀며 더불어 살도록 돕고자 노력했습니다.

-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사회사업 실천이야기, '친구랑 동네 한바퀴' 소개글 중

'친구랑 동네 한 바퀴' 사업. 사진=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 제공 
'친구랑 동네 한 바퀴' 사업. 사진=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제공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의 ‘친구랑 동네 한 바퀴’사업은 지역 아동과 함께 소풍을 가고, 서로 어울리며 ‘놀 수’있도록 지원한다. 친구와 뛰어놀고 있는 사진 속 참여 아동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하다.

어떻게 이런 사업이 ‘방화11복지관’에서는 가능한 것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5대 권순범 관장을 만났다.

복지대상자로부터 시작되는 복지

복지대상자로부터 복지가 시작된다. 대상자의 삶에서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는지를 사회복지사가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복지대상자를 대면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복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 복지대상자를 발굴하고 대상자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 그리고 복지‘거리’를 만들어 온다. 이 원칙은 복지관의 모든 사회복지사가 자부심을 느끼고 지켜나가고 있다.

- 권순범 관장

권순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촬영=심현주 기자
권순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촬영=심현주 기자

권순범 관장은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활동하는 것에 비하면, 본인은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권 관장은 ‘지역 밀착형 사회복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미담이 쏟아졌다. 지역 내 몸이 불편한 고령자를 직접 찾아가는 이야기, 사회복지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사 개최 시 잡일을 도맡아 했던 이야기, 복지 현장에 함께 참여하는 이야기 등이 줄지었다. 권 관장이 ‘관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복지 현장에서 함께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역 주민이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사례 – 엘리베이터 앞, 전 굽기 행사

얼마 전에는 복도식 아파트 각 층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을 구워 나눠 먹는 행사가 있었다. 이 또한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도시 생활에서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급대상자인 경우, 배타성이 더욱 높다. 이번 행사를 하면서, 주민이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주민 간에 ‘관계성’이 생긴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 권순범 관장

권 관장은 지역 주민이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면서 고독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 주민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전 나눔의 행사가 잔잔하고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지역 주민이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사례 – 풀꽃향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장 김치를 담그는 모습, 독거노인에 밥을 제공하는 모습, 새해 떡국떡 나눔 행사 모습, 추석 명절음식 나누기 행사 모습. 사진=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제공

방화11종합복지관에는 지역 주민이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바로, 복지대상자이면서도 동네를 위해 봉사하는 ‘풀꽃향기’의 이야기다. 활동하는 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이자 고령자이다. 하지만, 그 어떤 모임보다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013년, 복지관에서 ‘마을은 학교’라는 주제로 기초과정과 심화 과정을 진행한 적이 있다. 교육 수료 과정을 마친 회원 몇몇이 모여,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주민 스스로 제안했다. 그렇게 ‘풀꽃향기’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도 봉사하고 있다. 풀꽃향기 덕분에, 마치 시골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따뜻한 풍경이 펼쳐진다.

‘풀꽃향기’는 매년 김장철이 되면 김장 김치를 담가 사회적 고립가구에 나눠준다.

풀꽃향기 회원이 가꾸는 텃밭이 복지관 옥상에 있다. 직접 모종을 사 와서 심고 작물을 기른다. 회원끼리 나눠 먹기도 하지만 수확물을 주변 이웃에 나눠주기도 한다.

이사 가구로 인해 커다란 항아리가 생겼을 때는, 그 항아리를 활용해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의견이 풀꽃향기 회원 사이에서 수렴되었다. 그 후 풀꽃향기에서는 매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판매한다. 판매 수익금은 풀꽃향기에서 이웃을 위한 사회사업으로 또다시 사용된다.

- 권순범 관장

가슴 뜨거운 실천가

주민이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모든 사회복지의 이상적인 목표일 것이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은 이미 그 목표를 넘어, 주민이 주변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해 있었다. 전국 각지의 사회복지관에서 이곳의 기관 운영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 견학을 오는 것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는 복지대상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한 지원을 하고 그 사례를 엮어 매해 ‘사회사업 실천 이야기’를 펴낸다.

한편, 방화11복지관의 김수재 과장은, 사회복지가로 활동하며 추가적인 책 편찬 업무에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오히려 책을 펴내면서 활동을 되돌아 보고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가슴 뜨거운 실천가와 주민이 만들어 가는 행복한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을 응원한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의 일꾼들은 지역 안에서 따뜻한 향기를 낼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배움과 실천을 연결하는 가슴 뜨거운 실천가이다.

- 권순범 관장, 2023 'Y복지 제56권 여름호' 중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촬영=심현주 기자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촬영=심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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