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시민되다②] ‘선배시민’ 성남을 디자인하다...중원노인종합복지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5.16 20:07
  • 수정 2023.05.23 14: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 어르신, 늙은이, 고령자’라는 말이 과연 어떤 의미로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기자가 항상 고민되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 적재적소에 누구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소외당함 없이 부르는 호칭은 무엇일까. 그래서 최근 시니어 혹은 50+세대라는 말이 더 입에 잘 붙는다.

‘어르신’은 몸가짐이 반듯한 타의 모범이 돼야 한다거나, 꼰데 취급받지 않거나, ‘뒷방 늙으니’로 취급받지 않으려면, 어르신은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반기를 든 운동이 있다. 바로 ‘선배시민’이다.

선배시민이란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공동체와 후배시민을 돌보는 노인으로 공동체의 길을 내는 존재이다.'라고 설명한다. 귀에 착 감기는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기자는 선배시민운동의 실천사례로 손꼽히는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선배시민’을 만나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이전까지 선배 시민운동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상상이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이러한 이상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직원들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학습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선배시민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실천이 나타났다. 민주주의가 풀뿌리에서 돋아난 사례이다. 이런 점에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민주주의 실험실이다.

- 유범상 ‘우리는 선배시민의 길을 만든다’ 중에서

중원복지관 탁구 경기에 열중하는 선배시민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중원노인종합복지관 4대 고상진 관장이 2012년도에 ‘선배시민’운동을 도입했다. 노인복지관에 부임하면서 사회적으로 노인에 대한 시각들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에 대해 고민했다. 어르신은 노인복지관에 들어오는 순간 활력이 넘치고, 청년의 모습과도 별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복지관 밖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에 갇힌 노인의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 마침 유범상 교수의 ‘마중물’단체에서 선배시민에 대한 강의를 접하면서, 복지관에 도입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배시민에 대한 기본적인 인문학 교육으로 시작했지만, 직원들은 모두 힘겨워했다. 왜냐하면 노인복지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 여가시설로 노인복지관의 역할과 사업 영역인 6대 사업을 해야만 했다. 직원들은 그 사업을 쳐내는 것만 해도 너무 바쁘고 버거웠다.

‘선배시민? 또 어떤 사업을 더 하라는 건가?’ ‘하루에도 2천5백명이 매일 오고 이분들하고, 응대하는 것만 해도 하루가 너무 버거운데‘ 이렇게 직원들은 매우 힘들어했다.

그래서 잠시 중단됐던 사업이 2015년부터 전 직원 교육을 통해 ‘선배시민’사업으로 재점화했다. 이후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학습동아리 ‘인권 다방’이 운영됐다. 선배 시민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가면서 현장 적용을 시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장 적용을 모색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선배시민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부분은 아직 너무 어렵고 굳이 이걸 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신명희  중원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촬영=김남기 기자

노인은 돌봄을 받으러 오는 대상으로만 봤다. 그래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주고, 시혜적 프로그램도 만들고, 문화‧여가 프로그램을 전달하면, 우리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관점이 팽배했다. 노인 분리론 관점에서 보면, 노인은 신체적으로 허약하고, 사회적으로 관계가 끊어지고, 경제적으로 단절된다. 그래서 노인은 서비스의 대상으로만 본 것이다. 선배시민의 관점은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고, 권리를 가진 존재이고,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신명희  중원노인종합복지관 관장

그래서 신명희 관장은 2020년도에 새롭게 복지관의 미션과 비전을 수립했다. 2007년에 복지관 창립 이후 변화가 없었던 비전에 선배시민의 꿈을 심었다.

중원복지관 비전과 미션 사인물. 촬영=김남기 기자

미션 비전 재설정 작업을 전 직원과 함께 만들어 갔다. 4개월간의 긴 여정 속에서 직원들은 ‘선배 시민과 함께 디자인하는 행복한 지역 공동체’라는 미션에 합의했다. 한마디로 ‘선배 시민이 지역 공동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보통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브랜드회사에 의뢰해서 비전과 미션을 만든다. 그리고 가끔 신입사원 교육에 활용하거나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사내 잘 보이는 벽면에 큰 액자에 넣어 걸어 놓는다.

중원복지관은 전 직원이 오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션과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모든 업무에 실천뱡향으로 반영한다. 그리고 사내 학습동아리에서 꾸준히 토론하며, 배우고 익히고, 선배시민의 의미를 되새긴다.

중원복지관 직원동아리 ‘선배시민’을 디자인하다

중원복지관의 직원들의 학습 동아리는 2016년에 ‘인권다방’을 관리자들 중심으로 시작했다. 2019년에 대리 팀장들이 ‘목요클럽’ 학습동아리를 만들었고, 2020년도 미션과 비전을 합의하고 2021년도부터는 50명의 직원이 6개의 학습 동아리에서 특색 있는 주제로 활동 중이다.

예전에는 사회복지사들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어르신을 모집해서 참여시키고, 어르신의 만족도 조사를 하면 끝났다. 우리의 실적은 오늘 몇 명이 참여했고, 평점이 몇 점인가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선배시민 프로그램은, 개발 단계부터 선배시민이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게 구성한다. 그리고 토론과 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

처음 토론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서로 반목하고, 질타하는 방식의 토론문화로, 반드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존재했다. 그동안 우리는 직장 동료 간에도 어르신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그냥 설명했다. 전달했다. 그리고 안내했다. 어르신들은 늘 서비스의 수혜자이고 대상자이니까. 시간이 되면 오고, 끝나면 가시는 존재였다.

- 신명희 관장

‘존경받는 어르신, 함께하는 지역사회, 모두가 어우러지는 커뮤니티센터’라는 비전이 직원들의 가슴에 새겨지면서, ‘내가 왜 사회복지를 하는가’ ‘왜 복지관에 입사했는지’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서로 했다. 아주 작은 질문에서 서로가 대화하고 공감했다. 우리가 그동안 선배시민을 한다고 말했지만, 한 번도 질문하지 않고 생각들을 서로 나누지 않았다. 이제야 선배시민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었다.

중원복지관의 교육은 질문과 토론중심으로 진행한다.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선배님 이것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하며, 어르신과 대화하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동아리 활동 중에 ‘미세먼지 줄이기’ 환경을 주제 토론을 하면, 스스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서로 공감하며, 실천계획과 정책 아이디어를 찾아간다.

기존은 설명과 안내 중심으로 프로그램화했다면 지금은 대화와 토론 중심으로 가져간다. 선배시민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지역 공동체에 참가하고 디자인한다.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파악해서 교육 프로그램에도 많이 반영한다. 노인일자리 사업교육 등에서는 기존의 감성교육에서 선배시민 교육을 우선시하고 있다. 복지관 신입회원 오리엔테이션에서고 선배시민교육을 받는다. 다양한 복지관의 프로그램을 마치면, 선배시민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선배시민의 길을 만든다’...유범상,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들 著

이 책은 선배시민을 도입하기까지의 고민, 6개의 사회복지사 학습동아리와 19개 선배시민 학습동아리가 중심이 되어 벌이고 있는 구체적인 활동, 실천을 통해 노인 사회복지사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1장에서는 선배시민에 대한 관점을 담았고, 2장은 우리 시대의 노인에 대한 풍경으로, 선배 시민을 우리가 왜 도입했는지 고민을 표현했다. 3장과 4장은 선배시민 프로그램과 변화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와 사례로 꾸몄다. 5장은 커뮤니티센터로서 역할을 담았다. 선배시민은 복지관을 놀이터라 부르며, 삶터라고 부른다. ‘복지관은 일상의 공간이며 또 다른 집이다.'라고 설명한다.

선배시민대학 이야기

선배시민대학 졸업식.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선배시민대학은,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어른으로서 지역과 후배시민을 돌보며,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주체적인 삶을 위해 학습하고,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는 시민교육프로그램이다. 교육과정은 입문, 기초, 심화 과정 등으로 구성했다.

선배 시민대학 초기에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서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선배시민 분야의 강사진이 한계가 있어 섭외에 난항을 겪게 됐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강의를 맡아 진행하는 것을 직원들에게 제안했다. 직원들은 처음에 난색을 보였지만, 우리가 현장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잘 알고, 그동안 선배시민 학습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익힌 능력을 발휘해 보자고 했다.

이후 복지관 직원은 선배시민대학 TF팀을 꾸렸고, 강좌마다 워크숍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워크북을 만들었다. 우리 강좌의 특징은 일방적인 전달보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질문과 토론을 통한 수업을 지향했다.

- 신명희 관장

직원들의 노고로 만든 교육이 시작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완성해 나갔다. 선배시민에게 교육 중에 질문을 하면, 어르신들이 놀랍도록 대답을 잘한다. ‘노인이 돼서 좋은 게 뭐가 있나’라는 질문에 ‘예전에는 아이들에서 키우는 일에 고생이 많았는데, 이제 자유로워졌다.’ ‘애들 교육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제 나를 돌볼 수 있게 됐다’며, 부모로서의 한시름 벗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지금도 매번 강의할 때마다 직원들은 시청각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질문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직원들은 더 공부하고, 강의 준비를 위해 워크숍을 진행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중원복지관 이용하는 선배시민은 키오스크가 생활화 되어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중원복지관 이용하는 선배시민은 키오스크가 생활화 되어있다. 촬영=김남기 기자

‘자 지금부터 김춘수 시인의 ‘꽃’을 낭송해 볼까요?‘ 선배님은 꽃이 아니라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이렇게 복지사들은 선배님의 별명을 스스로 만들게 했다.

선배시민대학이 마무리되면, 스스로 자조모임을 만들거나, 기존 동아리에 편입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한다.

선배시민 동아리 사례

디딤돌 동아리

‘디딤돌’ 동아리는 2014년에 선배시민대학 1기생이 만든 자조 모임이다. 디딤돌이란 누군가에게 첫걸음의 시작이 될 수 있는 낮고 평평한 돌이라고 한다. 선배시민이 후배시민에게 시작의 돋움 역할을 하자는 의미로 ‘디딤돌’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디딤돌은 교육과 토론 활동을 통해 노인의 긍정적인 인식변화 유도와 지역사회 선배 시민으로서 노인 자신의 역할을 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디딤돌동아리 분리수거 활동 모습.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최근 디딤돌 회원들은 지역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펼쳤다. 성남시 소각장을 견학하고, 쓰레기 문제가 단순한 분리수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자신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원들은 돈을 모으고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복지관에 분리수거함부터 설치하고, 손팻말을 만들어서 거리에 나가 분리수거 캠페인도 벌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노인에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선배 시민으로서 후배를 위해 고민할 수 있다는 자체가 고맙다. 공동체와 함께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여러 문제를 가지고 의논해서 해결책을 만드는 적극적인 실천 활동을 하겠다.

- 디딤돌동아리 선배시민

안녕 합창봉사단

‘안녕 합창봉사단’은 1세대 선배시민과 2세대 후배시민이 모여, 노래를 매개로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설된 합창 봉사단이다.

안녕합창봉사단, 성남시의료원 봉사.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안녕합창봉사단, 성남시의료원 봉사.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세대통합 안녕 합창봉사단`은 성남시의료원 의료진, 환자, 가족, 지역사회 주민 등을 대상으로 우정의 노래, 에델바이스 등 여러 곡을 합창했다. 음악으로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앵콜을 받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 한 해도 노래로 즐거운 한 해, 젊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고, 봉사단 여러분들과 함께 그런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 안녕 합창봉사단 선배시민

JWBC 동아리

JWBC 동아리는 복지관 행사 영상을 제작하는 미디어 봉사단으로 시작했다. 작년부터 선배시민의 가치를 담은 JWBC 활동으로 변신했다. 이후 미디어 봉사단원은 후배시민과 함께하는 新모란여지도를 만들고, 지역사회로 나가 문화커뮤니티 발굴하고 취재했다.

JWBC 동아리 방송중 '나도 기자, 나도 앵커'.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후배시민과 함께 활동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길을 걷다가도 ‘이 공간을 조금만 바꾸면 후배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지금은 선배시민 가치가 좋고 후배시민과 토론하는 이 시간이 너무 즐겁다.

- 김종길 선배시민 ‘新모란여지도’ 활동 중

공동체 건강지킴이 ‘건강동아리’

건강동아리 활동으로 경기동수원화성둘레길을 걸으면서 환경 실천에 동참하는 플로깅.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건강동아리’는 2015년부터 자가 건강관리를 뛰어넘어 공동체 건강지킴이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건강동아리는 체육시설, 미세먼지, 흡연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맞는 활동으로 캠페인, 공모전 등에 참여한다.

또한 복지관은 당뇨 고혈압 만성질환 등의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서 물리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지원한다.

먹보시선 동아리

작년에 만들어진 ‘먹보시선’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학습하고 실천하는 동아리이다. 예전에는 가난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들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GMO 등을 먹는다. 또 이 동아리는 먹거리 안에서고 불평등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학습했다.

먹보시선은 먹거리를 매개로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다양한 세대들과 소통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관련 영상을 보고 토론도 하고, 파주의 장단콩 단지에 가서 좋은 먹거리도 견학한다. 최근에는 먹거리를 주제로 한 인형극을 만들어서 소통을 준비하고 있다.

선배시민 지역사회 디자인하다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

선배시민은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정책 제안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이 변화됨에 따라 외식을 줄이고, 배달주문이 많아지면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했다. 이에 건강동아리는 해결방안을 논의하면서 성남형 미세먼지 공모전에 참여했다. 뜻하지 않게 대상을 받자, 기부활동과 지역단체와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도 했다.

성남형 미세먼지 공모전 대상 기념.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우리들의 이야기가 뽑혀서 대상까지 받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80년 넘게 살면서 경험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건강동아리 동료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 가능할 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나는 몰라’에서 ‘뭐든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면할 수 있을 것 같다.

- 건강동아리  선배시민

또한 건강동아리는 지역사회 환경단체와 협업으로 성남 RE100 자원순환 가게에서 활동한다. 자원순환 활동은 분리수거한 재활용품을 가져가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지역화폐로 교환한다. 또 이 활동은 청소년과 소통하면서 자원순환에 대한 안내와 교육도 하고 있다.

또 탄소중립리빙랩 공모전에서 안전관리 앱으로 장려상 받았다. 성남시 일상생활 중에 일어나는 안전과 관련된 상황이 발생하면, 앱에서 안내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남에서 도로가 무너지거나, 엘리베이터 고장 등의 사고 현장을 앱에서 안내해 주는 것이다.

또한 ‘걷기 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앱은 시민은 걷기 활동으로 건강한 삶을 이루고, 지역사회는 탄소를 줄이게 된다. 걷는 양에 따라 포인트가 적립되면, 업사이클링이나, 재활용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앱에 관심 있는 기업이 찾아오기도 했다.

새대 공감 활동...소리통

복지관 텃밭에서 ‘중원 농부’ 동아리활동. 촬영=김남기 기자

복지관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중원 농부’ 선배시민이 가꾸는 텃밭으로 농작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변에 자랑한다. 어쩌면, 농촌에서 자라면서, 옛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수확의 즐거움을 느꼈을지 모른다. 재배된 농작물은 지역 아이들과 함께 주변에 나눠주곤 한다. 이렇게 복지관에는 다양한 세대 공감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소리통’사업은 세대가 함께 토론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활동이다.

1세대 2세대 3세대 가 함께 토론하는 '소리통.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1세대 2세대 3세대 가 함께 토론하는 '소리통'. 사진=중원노인종합복지관 제공

2018년부터 세대별 지역 학습모임으로 ‘인권’을 주제로 1세대 2세대 3세대가 모여 토론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영화나 책 등을 활용하여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의 생각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시민의식을 갖게 됐다.

이후 ‘사회적 차별’을 주제로 선정하여 성(性), 연령, 인종, 학력의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해 접근하여 본인의 생활공간에 적용해 보기도 했다. 1세대는 남녀 차별과 학력 차별이 주로 토의 됐다. 지금은 남녀 간 차별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점을 생각하면, 세대 간의 의식의 차이점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세대별 여러 차례 토론이 이어지고, 세대별 통합 의견이 수렴되면, 전 세대가 모여 종합 발표회를 갖는다.

지역 토론회에서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알게 됐으며, 지역사회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행동한다면, 조금 더 나은 지역사회가 될 것이다. - 1세대 시민

어르신, 지역주민, 청소년과의 토론활동이 각 세대의 생각과 흐름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귀를 열어야겠다. - 2세대 시민

생각 없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토론을 통해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과정에서 더욱 풍성한 의견이 나온다. - 3세대 시민

선배시민위원회에서 각자 동아리소개와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갖던 중 한 어르신이 메모지에 소개할 내용을 적어 와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마이크를 작은 손이 몹시 떨렸다. 누구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한 경험이 없는 것 같았다. 여러 차례 토론과 발표시간이 주어지자 이젠 이분은 메모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씀한다.

우리나라의 여성 선배시민은 사회생활을 안 하셨던 분들이 대부분이고, 남 앞에 서본 적도 없다. 자신의 의견보다, 늘 가족이 앞섰다. 이제 우리 선배시민은 토론문화를 익히고, 자신 생각을 당당히 펼친다.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선배시민 마인드

신명희  중원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촬영=김남기 기자

코로나 때, 복지관이 문을 닫고, 경로식당도 문을 닫았다. 어르신을 위한 대체식으로 도시락을 준비했다. 복지관 앞에서 200명의 어르신이 줄을 지어 도시락을 전달받았다. 줄이 너무 길어 복지관 앞마당에 길게 줄지어 섰다. 이 모습을 본 직원들은 대책회의를 했다.

그리고 복지관 지하식당 앞에서부터 줄을 세우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달했다. 왜 이런 생각을 미처 못 했는지 아쉬웠다. 선배시민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겪었을 낙인감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 신명희 관장

무엇이 부족한지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흡함을 알면, 시정하고 개선하면 된다. 이도 모르면, 늘 기존방식을 고수하게 된다. 중원복지관의 복지사는 우리가 해왔던 익숙한 방식에 탈피하려고 애쓴다.

복지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복지관이 생긴 이후 늘 함께했다고 한다. 그리고 초창기 보다, 지금이 많이 변했다고 한다. 시설도 그렇지만, 나를 대하는 복지사의 말과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진심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꿈꾼다. 케어센터를 넘어 모두가 어우러지는 커뮤니티센터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중에서

내가 ‘선배시민’하고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지역사회를 디자인하는 ‘시민’이 되었다.
- 김남기 ‘꽃’ 패러디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