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니어] 복지 크리에이터 '뇌병변 커뮤니티센터'를 꿈꾸다...'권영수' 한벗둥지 원장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0.05 12:54
  • 수정 2023.10.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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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세우고 길을 만들어 가는 인생도 있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길인 줄 알고 갔지만, 
길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시 다른 길을 찾아 떠날 수도 있고, 
내가 길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 권영수 원장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가을비가 여름 장맛비처럼 내렸던 추석 연휴를 앞둔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장애인 시설 ‘한벗둥지’를 찾았다. 2층 주택을 개조한 시설이었다. 대문도, 현관문도 활짝 열려있었다. 신발장에 빼곡한 신발들. 그리고 사람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축 늘어지고, 가라앉아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은 완전히 빗나갔다. 마치 대가족이 저녁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주방에서는 식사 준비를 하고, 거실 큰 테이블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장애인 한 명씩 맡아 밥이나 죽을 입에 떠 넣어주고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12명이었다. 

건물 한편에 마련된 작은 사무실서 방금 바닥재 작업을 하느라 바지 단을 둥둥 걷어 올린 맨발의 권영수 원장을 만났다.

 한벗둥지 친구들과 나들이 하는 권영수원장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친구들과 나들이 하는 권영수원장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한벗둥지 제공

Q.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권영수 원장 처음부터 장애인 복지에 큰 뜻을 품거나 사명감을 느껴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저 집과 가까워 자원봉사 하러 온 게 시작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물들었고, 어느덧 인생의 과업이 됐다.

이곳은 중증장애인 시설로, 스스로 동작이 거의 불가능한 1급 뇌병변 장애인들이 80%다. 24시간 365일 장애인의 생활이 가능하게끔 운영돼야 한다. 주중에는 사회복지사에게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며 운영하지만, 주말에는 유급근로자를 채용하면 운영이 불가능한 열악한 상황이다.

권 원장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장애인 시설의 책임을 맡고 있었던 분이 열악한 상황을 전해주면서 주말 자원봉사를 부탁했다. 앞뒤 안 가리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리고 이제 눈물겨운 고난이 찾아왔다. 토요일 8~9시에 출근하면 주중 직원이 근무하는 월요일 아침 9시까지 48시간을 여기에 남아 있어야 했다.

혼자 장애인을 위해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발휘해서 밥과 국을 준비했다. 기저귀도 갈고, 자원봉사자에게 일도 분담시키고, 확인하고, 의사전달이 잘 안되는 뇌병변 친구들과 대화도 나누다 보면, 몸은 금세 초주검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하더라. 권 원장은 2~3년 좋은 마음으로 생활을 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고 책임을 맡게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거창한 뜻'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장애인 복지를 위해 쓰임이 있겠다 싶었다. '제대로 해봐야지' 하는 의지가 한 움큼씩 커갔다.

그러면서 뜻도 점점 더 생기고, 그만큼 크고 작은 어려움도 닥쳐왔다. 작은 어려움은 극복하고 큰 어려움은 온몸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한벗둥지 소풍.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소풍. 사진=한벗둥지 제공

Q. 대부분 장애인 시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안다. 어떤가?

권 원장 가장 큰 부담이 임대료다. 2년마다 계약 기간이 갱신된다. 거의 2년마다 임대료가 인상돼 지금은 월 500만 원이 넘는다. 그나마 사회복지사와 직원 급여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다. 주된 재정 유입 원천은 장애인 입소비와 후원금, 그리고 보조금이다. 그런데 시설 재정 규칙상 보조금으로는 임대료를 지급할 수 없다. 그래서 임대료  등을 지급할 방법은 후원금과 장애인 입소비뿐이다.

다행히 1만 원부터 많게는 10만 원까지 매월 정기 후원자자가 300명 정도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매월 내는 50만 원 내외의 입소비가 주 수입원이다. 입소비는 장애인의 국가장애인 수당 중 일부를 내고, 소수지만 가족이 부담한다.

후원금 덕분으로 월세는 밀린 적이 없다. 만약 후원금이 월세 부담으로만 가지 않는다면, 모두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식단의 질도 높이고 부모가 부담하는 기저귓값도 충당할 수 있다. 부모에게 10만 원 이상 되는 기저귀 비용은  큰 부담이다. 이 모두가 불안정한 임대, 주거의 형태가 원인이다.

 한벗둥지 연극발표.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연극발표. 사진=한벗둥지 제공

Q. 국가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지원은 어떤가?

권 원장 현재 장애인 정책은 개인이나 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복지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자립해서 자기 가정을 가지거나 독립해서 혼자 사는 장애인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 시설의 주택제공이나 임대 제공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또 문제는 장애인 복지시설 허가가 재단을 통해서 '주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조건으로 승인되고 있다. 이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큰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같은 시설에 대한 지원은 정책 민감도에서 밀려나 애로사항이 많다. 그리고 시급한 것은 인력의 보충이다. 현재 시설 이용 장애인 1인당 사회복지사 한 분이 있지만 적어도 2명 정도가 책임을 맡아야 질적인 수준이 확보된다.

  한벗둥지 나들이.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나들이. 사진=한벗둥지 제공

Q. 기억에 남는 일은?

권 원장 안타까운 일부터 말해 보겠다. 장애인이 퇴소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분도 있고, 행방불명되고 뒤늦게 사망한 경우도 있다. 본인이 희망하면 자유로이 나갈 수 있지만, 대부분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의지가 굳건해 힘든 일을 극복해 가며 살겠다고 나가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한 장애인은 홀로 생활하던 중에 생계가 끊기고,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다 한강에 휠체어를 탄 채로 뛰어들었다. 장례를 치르도록 준비는 되었지만, 찾아오는 문상객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뇌병변 장애인들밖에 없었다.

또 한 장애인은 독립해서 관악구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기 피해를 보았다. 이런 피해 사실을 활동지원사에게 이야기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중간중간 만나서 어려움을 들었더라면, 뭔가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펐다. 

 한벗둥지 바자회.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바자회. 사진=한벗둥지 제공

시설독립후 '활동지원사제도' 강화와 주민센터 모니터링 강화 절실

장애인이 국민기초 생활 수급자라면 주거와 관련된 주거급여의 형태로 현금이 지급되고, 주택을 제공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제공되지는 않는다. 또한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 제도가 있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도 24시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작 필요한 시간에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 한 밤에 배탈이 나거나 갑작스러운 병이 발생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모니터링하는 주민센터의 담당 사회복지사는 담당하는 장애인과 노인이 너무 많아 미처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없다. 

Q. 가슴 아픈 일만 있었는가?

권 원장 1급 최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공무원 준비를 했다. 몇 년을 준비해 결국 9급 세무직 공무원에 합격했고, 세무서에서 잘 근무하고 있다. 자립 생활을 실현한 모델이 되는 청년이다. 그 과정에서 한벗둥지는 혼자서 일상생활을 못 하는 이 청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했다. 높은 필기고사 점수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번번히 떨어지는 불이익을 당해, 국가 인사혁신처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승소했다.

장애인 복지증진으로 시장 표창장 받는 권영수 원장. 사진=한벗둥지  제공
장애인 복지증진으로 시장 표창장 받는 권영수 원장. 사진=한벗둥지  제공

Q. 현재의 삶을 어떤가?

권 원장 주변 상당수 사람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다고 했다. 대기업을 다녔던 터라 예상 밖의 일을 한다고 했다.

뜻을 세우고 길을 만들어 가는 인생도 있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길인 줄 알고 갔지만, 길이 아닌 경우도 있을 거고, 다시 다른 길을 찾아 떠날 수도 있고, 내가 길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2011년 어느 날 이곳 한벗둥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 발길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제 걸어온 길이 더 큰 뜻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의 소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거다. 그렇기에 성공을 얘기하기 보단, 앞으로 이일이 어떻게 될 것 인가가 더 중요하다.

  두물머리 나들이에서. 사진=한벗둥지 제공
  두물머리 나들이에서. 사진=한벗둥지 제공

Q.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권 원장 우선 현실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다. 이것이 복지향상의 지름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사업 등 여러 가지를 병행할 계획이다. 규모는 50억 원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서 '뇌병변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싶다. 커뮤니티 센터는 뇌병변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 건강 관리와 유지를 위한 건강 공간이 주를 이룰 것이다.

또한 뇌병변 단체가 일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을 만들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장애를 가진 외국 관광객이 마포 지역의 활기찬 홍대 앞 공간을 여행하고 싶어한다면, 장애로 인해서 엄두를 못 내는 분에게 숙박 공간을 제공하고, 휠체어와 이동 보조 수단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은 자립 생활을 원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정착해서 살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싶다. 외부의 지원이 투명하게 장애인에게 잘 쓰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시설장(원장) 정년이 65세다. 그 안에 커뮤니티를 완성하고 자원봉사를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꿈을 꾸지 않는 것 자체가 아무런 목표가 없다는 거다. 꿈을 꾸고, 기간 목표도 설정했고, 이제 좋은 인재와 인연도 기다려 본다.

 한벚둥지 가족들.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벚둥지 가족들. 사진=한벗둥지 제공

Q. 뇌병변 커뮤니티 센터 준비를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권 원장 현재 작은 규모지만, 효율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는 관련 규칙을 만들어서 생활에 잘 적용하도록 다양한 회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이곳 사회복지사가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도록 격려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팍팍한 살림이지만 최대한 직원 복지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채워보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후원금 규모가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모금 활동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마음과 몸을 다해서 집중하고 있다.

 영원한 동지이자 응원자였던 부인과 함께. 사진=권영수 원장 제공

Q, 대기업과 사업 경험이 있는 데 현재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권 원장 반대는 안 했다. 아이가 둘이다. 시집장가를 가서 독립해서 살고 있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가 아이들은 성장기였다. 큰 소리로 응원하지는 않았다. 그 나이 때는 그러리라 짐작한다. 처는 항상 이런 말을 했다.

뜻을 세우고 소명의식도 느끼고 있으니, 내가 처한 곳이 어디가 됐건 간에 최선을 다하고 큰 소리로 외치고, 큰 소리로 손을 내밀어라. 나는 얼마든지 응원하고 감사해할 것이다.

권 원장은 이 말을 하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일한 그의 응원군이자 내조자였던 그의 부인이 얼마 전 하늘로 떠났기 때문이다.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글썽이는 그의 눈물에 묻어 있었다.

Q.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말들이 있는가?

권 원장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구체적이면 할 수 있고, 하면 된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산다. 최근에 드는 생각 하나가 ‘순간과 영원’이라는 화두다. 살아오면서, 특히 지금 장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순간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순간순간이 곧 영원이다.' 순간은 진리의 순간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의 모습은 수학적으로 친다면, 어떤 특정한 순간의 미분값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 일상의 대부분을 무의식 상태에서 지나버리지만, 똑바로 정신 차리고 순간을 살면, 모두가 진실의 순간이다.

어느 날 뇌병변 친구 입에 밥 한술 떠 넣어주는 그 순간, 나는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그 동작이 나에겐 전부였다. 그 친구도 마찬가지고.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은 곧 영원이다.

생각과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결국은 매 순간순간 그 진실의 미분값을 내가 알게 되지 않을까. 알면 행동하게 될 것이고 행동하면 성취하게 될 것이고.

 한벗둥지 나들이. 사진=한벗둥지 제공
 한벗둥지 나들이. 사진=한벗둥지 제공

조리사가 말하는 '한벗둥지'...채순옥 조리사

채순옥 조리사는 한벗둥지서 일한 지 10년째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 전업주부였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감정상태가 안 좋았을 때, 한벗둥지를 만나게 됐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후 천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년을 여기서 맞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저는 엄마처럼, 누나처럼 근무하고 있어요. 몸이 아파 병원 다니다 많이 말라 오신 분이 제 손으로 만든 밥과 반찬을 먹고 살이 붇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뻐요.

같이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처럼 채 조리사의 역할도 커 보인다. 기자가 근무환경에 관해 묻자,

여기 원장님은 장애인들한테 근엄하지 않아요. 그분들은 언제든지 원장님께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어요, 심지어 화장실 가고 싶다는 부탁도 하죠.

사회복지사 팀장이 말하는 한벗둥지...조성윤 사회복지사

조성윤 사회복지사는 2017년도 3월부터 한벗둥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정신보건 쪽에서 일했던 그는 봉사하러 이곳에 왔다가 인연이 됐다. 이곳이 너무 재밌다고 한다.

여기 장애인은 모두 캐릭터가 독특하고 재밌어요. 복지사도 대화하다 보면 재밌어서 일할 자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 졸랐지요

원장님은 늘 장애인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또한 직원이 편안해 하고 발전해야 장애인에게 좋은 서비스가 간다는 마인드죠. 뇌병변 장애인은 수동적이지 않아요. 의사소통이 되면,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크게 말해요. 그럴 때마다 원장은 거절하기 보다는 함게 실현하려 노력하죠. 그렇게 온 식구가 뭔가를 만들어 간다는 게 재밌어요.

어떨 때 가장 보람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 큰 차이가 없어요. 그저 측은지심이 다른 직업보다 1~2% 더 있어요. 장애인에게, 내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자꾸 바꾸려 한다면 상황이 안 좋아 질 수 있어요. 최고의 자세는 장애인을 인정하는 것이죠. 그것이 내 일의 시작이고, 장애인을 도와서 꼭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내 일이 보람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 팀장이 말하는 한벗둥지...신경기 사회복지사

신경기 사회복지사는 재활복지사로 일한 지 10년째다. 그는 주로 행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재활과 이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신경이 많이 가는 것은 화장실 이동과 휠체어로 옮길 때라고 한다. 장애 정도에 따라 몸 상태가 다르다. 뼈와 근육의 상태에 따라 세밀한 케어가 필요하다. 또한 라포(신뢰감과 친밀감 형성)형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한다. 라포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시설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장애인과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가족처럼 지내면, 진짜 관계가 형성돼요. 어디 놀러 가고 싶다고 하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아픈 것도, 가족에 대한 사랑도 털어놔요. 한마디로 자식처럼 속마음을 털어놓고, 부모처럼 그것을 받아요.


신 복지사가 말하는 권영수 원장의 복지사업 모델...복지사업에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신 복지사는 권 원장이 꿈꾸는 복지사업모델을 이곳에서 이미 실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권 원장은 철학적인 마인드와 대기업을 다녔던 경험으로 직원들이 못 따라갈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일 욕심이 많다. 대기업처럼 문서관리는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대규모 복지관처럼 철저히 기획하고 운영한다.

직원 간 팀워크가 잘 맞는 것도 그가 대기업에서 팀원관리나 직원관리와 같은 관리프로젝트를 해보았기 때문이라고 신 팀장은 귀띔한다. 마치 큰 상장회사에서 새내기 직원들을 훈련하듯이 직원 각자가 꿈과 비전을 가지고 일하도록 트레이닝시킨다.

또한 직원의 스타일이나 재능에 맞춰서 업무 배치를 하고, 그 업무 배치에 대해 피드백하고, 다시 토론과 회의를 거쳐 각자의 업무를 재배정한다.

매일 회의가 있다. 깊은 라포형성으로 장애인이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건강과 안전, 그리고 특히 먹는 것과 나들이 계획을 많이 짠다고 한다. 신 팀장은 이런 트레이닝 때문에 이곳에서 일한 복지사는 대규모 복지관에 가도 탑일 것이라고 자랑한다.

 연극대본을 준비하고 있는 진권 씨. 사진=한벗둥지회 제공
 연극대본을 준비하고 있는 진권 씨. 사진=한벗둥지회 제공

시설이용 장애인을 통해서 본 '한벗둥지'...연극준비하는 진권 씨

입구에 들어서면 첫 번째 방 오른쪽 공간이 진권 씨 공간이다. 컴퓨터와 침대가 놓여있다. 그는 이곳에 온 지 15년째다. 컴퓨터 앞에는 성경책이 놓여있었다. 책이 너덜너덜하다. 많이 본 것도 있겠지만,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모두 사용할 수 없어 그렇다.

컴퓨터 키보드를 엄지손가락 두 개로 두드려 대본을 쓰는 중이란다. 성산동 일대 주민을 상대로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힘들여 말하지만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젊은 사회복지사가 통역해 주었다.

불편한 몸으로 공연준비를 하고, 그것을 도와주려는 그의 옆에 있는 모든 사람이 위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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