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마디 ] “어떤 새들은 새장에 가둘 수 없어. 그들의 날개는 너무 빛나니까”...‘쇼생크 탈출’, 모건 프리먼의 독백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2.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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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생크 탈출' 영화포스터 캡처
 '쇼생크 탈출' 영화포스터 캡처

“어떤 새들은 새장에 가둬져선 안 된다. 그들의 날개는 너무 빛나니까. 새들이 날아가고 나면,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가두고 좋아하는 건 죄악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들이 떠나가면 그 빈자리는 더더욱 단조롭고 공허해진다.” -‘쇼생크 탈출’, 레드(모건 프리먼)의 독백-

[이모작뉴스 이상수기자] 살인 누명을 쓰고 탈옥률 0%의 쇼생크 감옥에 들어온 앤디. 감옥건물 내벽이 그리 단단하지 않다는 걸 알아챈다. 장기 복역수이자 감옥 내 밀거래업자인 레드를 통해 암석 망치를 구한다. 매일 한 뼘의 벽을 뚫고 한 줌의 흙을 주머니에 넣어 교도소 마당에 버린다. 20년이 걸렸다. 천둥 번개가 치던 날 앤디는 더러운 오수로 가득 찬 500야드를 기어간다. 그 끝에서 그를 반기는 빗줄기. 드디어 지옥에서 탈출해 자유를 되찾는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앤디의 고통을 씻겨주고 그의 자유를 축복한다. 앤디의 절친이었던 레드는 그가 떠난 후 쓸쓸함을 느끼며 그렇게 독백했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쇼생크 탈출’. 원제는 이렇다. ‘The Shawshank Redemption’. ‘Redemption’은 탈출의 의미보다 구원의 의미다. 훤칠한 키의 팀 로빈스(Tim Robbins)가 역할 한 앤디(Andy)는 자유가 구속된 교도소에 구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 메시지는 ‘희망’이었다.

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앤디는 기꺼이 교도소장과 안보과장의 비밀 장부를 관리해 주는 그들의 ‘애완견’이 되어 준다. 그렇게 얻은 기회로 그의 기나긴 탈출의 여정은 시작된다. 한낱 죄수에서 그들의 추악하고 은밀한 부분을 다루는 측근 아닌 측근이 된 앤디. 어느 날 그의 작은 권력을 남용해 온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들려준다. 스피커 앞에 모여든 죄수들. 들려오는 오페라,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음악을 듣는 죄수들 모습은 마치 정지화면 속 같다. 왜? 그들은 잊고 있었던 자유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옥을 벗어나 빗줄기를 맞는 앤디. 쇼생크 탈출 캡처.
감옥을 벗어나 빗줄기를 맞는 앤디. 쇼생크 탈출 캡처.

레드는 독백한다.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숙녀분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으니까.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그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그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을 만큼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그 순간에, 쇼생크의 모든 사람은 자유를 느꼈다.’

앤디가 감옥에 갇힌 자들에게 준 것은 음악이었고 그것은 곧 자유였다. 잠시 쇼생크에 자유를 선물한 대가로 앤디는 독방에 갇힌다. 풀려난 앤디를 위로하는 죄수에게 앤디는 모차르트와 함께해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죄수는 묻는다. “축음기도 함께 넣어줬나?”

“(자기 머리를 가리킨다) 이 안에 있어요. (자기 가슴을 가리킨다) 이 안에도 있죠. 그게 음악의 아름다움이에요. 이걸 뺏어갈 수는 없어요. 음악에 대해 그렇게 느껴본 적 있나요?”

“(감옥 벽처럼) 세상엔 돌로 만들어지지 않은 곳들이 있어요. 거기엔… 놈들이 들어갈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게 있어요. 당신 것이죠.”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묻는 레드에게 앤디는 말한다.

“희망이요.”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레드는 앤디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한다.

“희망? 하나 알려줄까, 친구. 희망은 위험한 거야.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도 있어. 이 안에선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그런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앤디와 레드. 영화캡처
앤디와 레드. 영화캡처

한편, 무기징역에서 가석방으로 풀려난 브룩스라는 늙은 죄수. 그는 석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곳에 길들어 자유와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세상 속으로 나왔지만 브룩스는 고독과 낯섦에 결국 목을 매고 만다.

“저 담벼락(교도소 담)이란 게 참 웃기단 말야. 처음엔 싫어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지. 세월이 흐르고 나면 기대지 않고선 못 살게 돼. 그게 길들어진다는 거야."

쇼생크의 군상들. 감옥에 갇혀 있지 않은 우리는 그 군상들과 다를까.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우리 스스로 만든 새장에 우리를 가둬둔다. 세상이 정해 놓은 규칙에 길들어 더 이상 나의 고유한 자유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희망을 버렸다.

단테의 지옥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희망이 없는 곳이 바로 지옥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노인은 84일째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희망을 버리려 했던 노인은 독백한다. “희망을 버리다니 정말 어리석어. 죄를 짓는 일이라고.” 그리고 85일째 노인은 누구도 잡지 못한 큰 물고기를 잡는다.

‘쇼생크 탈출’에는 두 노인이 등장한다. 레드와 브룩스. 브룩스는 희망을 버렸다. 레드는 자유라는 희망을 위해 20년을 준비한 친구를 믿었다. 서둘러 죽기보다는 바쁘기를 서두르기로 했다. 그는 자유를 찾았다.

“기억하세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아마 가장 좋은 것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이 편지가 당신을 잘 발견하길 바라고, 당신이 평안하길 바랍니다.”

감옥을 벗어 난 앤디가 온몸으로 맞는 빗줄기. 그 빗줄기는 너무 황홀했다.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면 우리도 그 빗줄기를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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