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마디]“오늘을 즐겨. 특별한 삶을 살아. 우리 모두 언젠가는 숨이 멎고 차갑게 식어 죽는다”...‘죽은 시인의 사회’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2.28 08:57
  • 수정 2024.01.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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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모으라. 웃고 있는 이 꽃도 내일을 다 죽을지니”
“이걸 라틴어로 표현하자면 ‘카르페 디엠’이지” “믿거나 말거나 이 방에 있는 우리가 모두 언젠가는 숨이 멎고 차갑게 식어 죽는다…. 오늘을 즐겨. 특별한 삶을 살아.”

존 키튼 (로빈 윌리엄스 Robin Williams)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미국 입시 명문고, 웰튼 아카데미. 이곳 아이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다. 오로지 목표는 딱 하나.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딱딱한 규율, 억압적인 분위기, 그리고 재미없지만 할 수밖에 없는 공부가 전부인 이곳에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존 키팅 역)’가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첫 시간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졸업생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방. 그는 아이들에게 사진 속에 무엇이 보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그들도 한 때는 너희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들은 사라져갔고 사라져 가고 있다고. 그러니 너희들이 공부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것을.

‘카르페 디엠’은 삶의 방임이 아니다. 언젠가 모두 죽으니 동물적 쾌락을 즐기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주체와 권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남들이 정하고 유도하려는 내 삶의 주권을 찾으라는 것이다

라틴어 속담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있다.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삶의 허무를 일깨우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사랑하고 ’오늘을 잡으라(Seize the day)‘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굳이 남들이 가는 길을 무작정 따라갈 필요가 있는가. ‘매 순간이 죽음‘일 수 있다는 자각은 매 순간을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나만의 삶을‘ 요구한다.

닐 페리는 자신의 꿈을 쫓아 연극무대에 선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br>
닐 페리는 자신의 꿈을 쫓아 연극무대에 선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

존 키팅 선생은 틀에 박혀 있는 아이들의 생각에 ’자유’를 심어준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택해라.

이제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안에 가둬두고 있었던 고유한 자기만의 본능을 알아차린다. 닐 페리는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우등생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는 자기 마음이 향하는 곳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작정이다. 그곳은 의사가 아니라 연극이었다.

토드 헨더슨은 늘 우등생 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형을 닮게 하려는 부모의 압박과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늘 그를 의기소침하게 했다. 각자 써온 시를 낭독하는 날이다. 토드는 시를 써오지 않았다. 쓸 게 없었다.

키팅은 칠판에 월트 휘트먼의 시를 휘갈겨 쓴다. ‘세상의 꼭대기에서 내가 지르는 나만의 야성‘. 토드는 가슴이 터지고 야성을 찾았다.

’길든 자‘ 들의 ’야성‘은 퇴화했다. 그리고 죽음이 늘 가까이 있음에도 그들의 눈은 지금이 아니라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내년만을 쫓는다. 키팅이 아이들에게 알려 주려는 시(詩)도 그런 맥락이었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사람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그렇다. 시와 미, 낭만과 사랑은 자유로운 자들의 전유물이다.

&nbsp;교탁에 올라선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nbsp;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
 교탁에 올라선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

존 키팅은 어느 날 교탁 위에 올라선다.

“이 위에 선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거야. 이 위에서 보면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이지. 믿기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한 번 해봐.” 아이들 모두 그렇게 다른 각도에 올라서 본다.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땐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봐라. 틀리고 바보 같은 일 일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생각만 고려하지 말고 너희들의 생각도 고려해 보도록 해. 너희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해. 늦게 시작할수록 찾기가 더 힘든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 학교, 사회, 국가가 정해준 시선이 아니라 자기의 고유한 시선을 찾아갔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을 간 이유가 무엇인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래서 두 길을 갈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키팅의 아이들도 기꺼이 그 길을 따라가려 했다.

연극을 성황리에 성공한 닐 페리는 아버지에게 집으로 끌려간다. 연극을 계속하면 군사학교에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통보. 그가 찾은 가슴 뜨거운 꿈은 이제 그의 전부였다. 그는 절망했다. 아버지의 총을 몰래 꺼낸 닐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죽은 닐의 노트에 쓰여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를 읽고 있는 키팅. 그는 하염없이 운다.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속으로 갔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떨치고 깊이 파묻혀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면서 살고 싶었다. 삶이 다했을 때 진정으로 살지 못했다는 후회가 없도록.”

닐은 자기의 삶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닐의 아버지는 존 키팅을 아들 죽음의 원흉으로 만들어 간다. 그는 정작의 자기의 탐욕이 아들을 죽게 했음에도 스스로 책임을 외면하고 전가하는 비겁한 아버지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들은 부모와 학교의 회유와 협박으로 키팅을 외면하고 만다. 쓸쓸히 키팅은 학교를 떠나야 했다.

떠나는 캡틴 키팅을 존경심으로 보내는 아이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
떠나는 캡틴 키팅을 존경심으로 보내는 아이들.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영화 캡처

짐을 챙기고 교실을 나서는 키팅. 그때 그 소심했던 토드가 책상 위에 올라선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책상 위에서 그들의 영원한 ‘캡틴’을 존경심으로 떠나보낸다.

인생은 평생학교다. 그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죽음의 수용과 자유의 무한함을 배우는가. 죽음의 외면과 구속을 배우는가. 이 영화는 아이들의 성장드라마이다. 우리도 학생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하루하루 영혼이 성장해야 한다. 언제든지 찾아올 죽음을 친구로 받아들이고 내게 전부일 수 있는 오늘을 맘껏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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