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마디]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이정재 曰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1.03 18:08
  • 수정 2023.11.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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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456억 상금에 목숨을 건 인간 군상들이 있다.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에서 이정재가 공중전화에서 말한다. “나는 게임의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쌍문동 사는 성기훈. 구조 조정으로 실직한 그는 사채와 도박판을 전전한다. 이혼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간다. 어머니 돈을 훔쳐 경마장에 갈 만큼 철없는 기훈은 새아빠 따라 미국 간다는 딸과 당뇨가 심각한 어머니의 입원을 위해 큰돈이 절실하다. 지하철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가 건넨 명함을 따라 간곳은 456억원이 걸린 목숨을 거는 게임장이었다.

기훈처럼 돈 때문에 인생길 변방으로 내몰려진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게임을 시작한다. 돈과 목숨이 1:1 교환된다. 공정과 평등이라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단지 게임 설계자의 재미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을과 을의 대립과 갈등, 심지어 그들끼리의 살인도 재미를 위해 방관된다. 을들 대부분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상황의 본질을 모른체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처절히 해 나간다.

오징어 게임은 어찌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단순하면서도 첨예하게 보여준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자본주의 논리에 편입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들은 알게 모르게 내가 선택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돈은 신앙이다. 돈의 숭배는 가진 자를 절대 권력자로 만들고, 없는 자들을 서서히 게임 속 말로 만들어 간다. 누군가가 뒤처지고 그의 것을 뺏어야만 내가 산다.

그런데 극단으로 치닫는 게임에서 누군가가 게임의 규칙을 어기기 시작한다. 뻔히 죽는 줄을 알면서도 게임에 져 준다. 이제 어떤 자는 게임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한다.

기훈에겐 어리숙한 인간미가 있다. 사람을 한 편으로 만들 줄 알고 약자를 포용할 줄 안다. 어리숙한 기훈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가 안아준 사람들로 부터 도움을 받는다. 455명이 죽었고 그만 남았다. 그는 그렇게 바라던 큰 돈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또 다른 게임참가를 제안 받는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쳇바퀴의 다람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이미 각성한 그는 외친다.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인간은 잘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변화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칫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따라 순응해 살아간다.

그러다 다행히도(?) 어느 순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가장 극단적인 위기는 죽음이다. 그때 인간은 변신해야 한다. 살기 위해서 변신하거나, 잘 죽기 위해 변신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죽음을 앞두고 변신하는 군상들이 있다. 착했던 자는 살기 위해 아귀로 변하고, 아귀는 더 아귀로 변한다. 하지만 어떤 자는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게임의 기본 프로토콜인 ’이기적 생명 보존의 법칙’을 어기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변신을 보여주는 자도 등장한다. 비록 게임이 끝나고 나서지만, 그는 드디어 게임의 실체를 알고 '말이 아니라 인간'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돈과 이익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인 권력의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듣고 보고 살아간다. 그 지독한 냄새를 맡으면서도 우리는 기꺼이 그 속에 몸을 던진다.

어쩔 수 없을까? 무인도로 가 혼자 살기 전에는. 하지만 그 속에 살더라도 우리는 정신적 자각과 변신을 해야 한다. 가능한 위기가 오기 전이면 더 좋다. 그래야 우리는 게임 설계자의 소모품이나 말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핏기 없는 장기판의 말이 아니라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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