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마디] “자네는 아직도 좀생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네”...莊子 曰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1.17 15:06
  • 수정 2023.11.17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 쓰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게 아닌가?
자네는 어찌하여 그 큰 박으로 큰 술통을 만들어 강에 띄워 놓고 즐길 생각을 못 하고, 이래서 저래서 쓸모없다고만 투덜대는가?

자네는 아직도 작은 ‘틀에 갇힌’ ‘쑥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네 그려.

- 소요유(逍遙遊) 편, 莊子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쑥 같은 마음’은 어리석고 좀생이 같은 마음이다. 장자(莊子)는 ‘쓸모없음의 쓸모’의 지혜를 쑥 같은 마음의 혜자(惠子)에게 들려준다.

어느 날 혜자(惠子)는 위(魏)나라 임금에게 큰 박 씨를 받았다. 그것을 심었더니 쌀이 다섯 섬이나 들어갈 수 있는 박이 열렸다. 다섯 섬을 지금의 단위로 환산하면 약 980리터다. 당연히 박을 호리병이나 표주박의 용도로만 생각했던 혜자는 당황스러웠다. 물을 채웠더니 너무 무거워 들 수 없었고, 쪼개어 표주박으로 사용했더니 너무 납작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다. 혜자는 쓸모없는 박을 깨버렸다.

이에 장자는 아주 비범한 ‘약장수’의 이야기를 혜자에게 들려준다. 큰 것을 쓸 줄 모르는 혜자에 대한 타박과 함께.

송나라에는 손이 트지 않은 비법 약의 제조자가 있었다. 이 약을 바르면 손을 물에 오래 넣어도 트지 않는다. 이 사람은 이 약을 손에 바르고 대대로 내려오는 무명 빨래 일을 했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이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약 비방을 금 백냥에 팔 것을 제안했다. 무명 빨래 집안에 회의가 열렸다. 지금까지 빨래 일로 금 몇 냥밖에 만져 보지 못한 그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그네는 오(吳)나라 왕에게 약의 효험을 설명했다. 마침 그때 월(越)나라가 오나라에 선전포고한다. 오나라 왕은 나그네를 수군 대장으로 임명한다. 손이 트지 않은 약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했다. 겨울에 벌어진 해전에서 오나라 수군들은 손이 트지 않았다. 월나라의 대패였다. 왕은 나그네에게 큰 땅을 하사하고 영주로 삼았다.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이야기를 마친 장자는 혜자에게 덧붙여 말한다. 손 트는 것을 막은 약은 한 가지인데, 한쪽은 그것으로 영주가 되고, 다른 쪽은 무명 빠는 일밖에 못 했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 쓰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게 아닌가? 자네는 어찌하여 그 큰 박으로 큰 술통을 만들어 강에 띄워 놓고 즐길 생각을 못 하고, 이래서 저래서 쓸모없다고만 투덜대는가?
자네는 아직도 작은 ‘틀에 갇힌’ ‘쑥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네그려.

장자의 혜안을 들은 혜자는 자기 무릎을 치지 않았을까? 큰 술통이 아니더라고 박을 반으로 가르면 배처럼 물 위에서 놀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 이야기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나온다. 얼마나 멋진 ‘메타포(metaphor)인가. 장자는 분명 탁월한 스토리텔러이다.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기 쉽다. 꼰대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고정관념의 대명사이다. 박을 바가지로만 생각하는 혜자는 꼰대다. 꼰대가 많은 사회는 정체된다. 발상의 전환이 없다. 현재 한국의 정치문화 또한 혜자의 꼰대 문화이기에 발전이 없다.

쓸모없는 것은 없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 있으려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 자유로운 영혼은 세상을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의 세계로 본다.

장자는 절대 자유를 이야기한다. 절대 자유에 다가가려면 매 순간 떠오르는 나의 생각을 관찰해야한다. 그 생각이 대부분 나를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