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마디] ‘언젠가’는 위험한 말이에요. 결국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나이트 앤 데이' - 톰 크루즈

이상수 기자
  • 입력 2024.01.26 16:24
  • 수정 2024.01.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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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 항상 생각하곤 해요. 언젠가 마지막 부품을 맞추고 아버지의 GTO에 타 시동을 걸고 남미 땅끝에 닿을 때까지 끝없이 달리는 거죠.
로이 : 케이프 혼이요.
준 : 맞아요.
로이 : 아름다운 섬들이 있죠.
준 : 그래요?
로이 : 해적의 섬들요.
로이 : ‘언젠가’는 위험한 단어예요.
준 : 위험하다고요?
로이 : 결국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산호초에서 스쿠버 다이빙하기. 오리엔트 특급 타기. 배낭만 메고 오토바이로 이탈리아 해안 여행하기. 듀캅 호텔 발코니에서 낯선 여자와 키스하기. -로이 밀러 (나이트앤데이)

'언제가'라는 말이 입에 맴돌고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일을 저지를 때다.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2010년 영화 ‘나이트 앤 데이 (knight and Day)’. 톰 크루즈는 비밀 요원 로이 밀러다. 캐머런 디아즈(Cameron Diaz)는 클래식 자동차 복원가 준 헤이븐스다. 로이와 준은 공항에서 만난다. 영화에는’우연’이 없는 법. 어김없이 영화의 ‘클리셰’가 작동한다. 둘은 두 번이나 부딪친다. 더군다나 준은 비행기표가 취소되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로이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젊은 천재가 무한 사용 배터리를 발명한다. 로이는 그것을 가로채려는 자들로부터 천재와 배터리를 지키려 한다. CIA는 그에게 누명을 씌우고 쫓는다.

준의 표가 취소되었다는 말을 뒤에서 들은 로이는 준에게 알쏭달쏭한 말을 던진다.

안 되는 일은 다 이유가 있어요.

그랬다. 이유가 있었다.

CIA가 승객으로 가장한 암살자만 빼고 모든 탑승을 취소했다. 하지만 ‘되는 일에도 다 이유가 있다.’ CIA는 두 번이나 부딪친 준도 의심한다. 그들은 로이와 준을 같은 비행기에 타게 했다. 둘의 관계도 캐고 제거하려는 목적이었다.

&nbsp;영화 '나잇앤데이(Knight and Day) 캡처<br>
 영화 '나잇앤데이(Knight and Day) 캡처

비밀 요원답게 모든 것을 눈치챈 로이. 그와 달리 준은 오랜만에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 한껏 들떠있다. 준은 여동생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 돌아가신 아빠가 타던 1966년형 폰티악 GTO를 복원하여 여동생에게 선물로 줄 계획이다. ‘언젠가’ 차를 복원하려 했다는 말에 로이는 말한다. 다가오는 위험과 그의 운명을 예감하듯 그의 말은 유언과 같았다.

‘언젠가’는 위험한 말이에요…. 결국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Someday’ is a dangerous word. It is really a code for….‘never’.

곧 암살자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그의 말과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젠가’라는 말로 미뤄두었던 일들이 그의 가슴에 더 사무친듯 보이게 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언젠가’라는 말로 미루어 왔는가?
몸이 안 좋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섰으나 선뜻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하는 말.

"언젠가 시작해야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마음을 전달하고 싶으나 차일피일 기회만 보고 있다. 마음이 타들어 가면서도 늘 하는 말.

"언젠가 해야 하는데…"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뭐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 우물쭈물 하는 말.

"언제 밥 한번 먹자.“

세상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노부모와 그 자식. 더 늦기 전에 "사랑해”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서먹서먹 마음만 졸인다. 그리고 매번 휴대전화 저장 번호에 손가락만 얹었다 뗄 뿐.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이미지생성=DALL.E
이미지생성=DALL.E

우리는 이렇게 지금까지 무수한 '언젠가'를 말하면서 살아왔다. 스스로 하는 희망 고문이다. 그러나 끝내 못하고 만다. 결국 몸에 병이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고, 친구와 밥 한번 못 먹고,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끝내 못한 채 영원한 이별을 한다.

다행히 로이는 준과 함께 ‘언젠가’로 미뤄두었던 버킷리스트를 비워갔다. ‘언제가’ 병은 지나친 생각과 두려움 때문이다.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라면 일단 저지르는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손해 볼 것이 없다. 적어도 경험과 추억이 남는다. 안 하고 끙끙거리다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영화 ‘나 홀로 집에 (Home alone)’에서 맥컬린 컬킨은 (Macaulay Culkin)은 작은 아이다. 그의 옆집에는 괴팍해 보이는 노인이 살고 있다. 노인은 아들과 싸운 뒤 몇 년째 전화도 못 하고 가족을 그리워한다. 아이는 물어본다. ‘왜 전화를 먼저 안 하세요?’ 노인은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지 않는 것이 두려웠다. 그에겐 그것이 더 큰 절망으로 여겨졌다.

아이는 말한다. 전화를 받든 안 받든 일단 하면 ”더 이상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어질 거예요.“

두려움 보존의 법칙이 있다. ‘언젠가’로 계속 미루어둔, 그래서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은 시작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지 않는 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언젠가'이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 채로 세상을 마무리할 테니까.

'언제가'라는 말이 입에 맴돌고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일을 저지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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