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와 '출산율 꼴찌'의 공통점?...39분 1명 자살, 출산율 0.77

이상수 기자
  • 입력 2023.12.15 17:48
  • 수정 2023.12.15 1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9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나라. 손상사망자 중 사망원인 1위가 자해, 자살인 나라, 남자보다 여자가 자살 시도가 2배나 많은 나라. 70대 이상에서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 이 나라가 한국이다. 출산율은 세계 꼴찌고, 자살률과 노인빈곤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이다. ‘살자’로 가는 방법은 없는가.

[이모작뉴스 이상수 기자] 자살률 1위와 출산율 꼴찌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왜 한국이 좀 산다는 나라 중에서 매년 놓치지 않고 자살률이 1위인가. 남자보다 여자가 왜 더 많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가. 70대 이상에서 왜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은가. 약물중독에 의한 자살이 가장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질병관리청은 14일 ‘13차 국가손상종합통계’를 발표했다.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연간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13,352명(10만 명당 26명)이다. 하루에 36.6명이 자살한다. 39분마다 1명씩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2021년 자해 자살 손상 발생 현황.  인포그래픽=질병청제공
2021년 자해 자살 손상 발생 현황.  인포그래픽=질병청제공

우울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10~49세 손상 사망자의 70% 이상이 자해, 자살로 사망한다. OECD 평균보다 2.3배 높다. OECD 38개 국가 중 1위다. 자살시도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2배나 많다. 70대 이상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중독을 통한 자살시도가 80.7%로 가장 많았다.

자해나 자살이 이루어진 주 장소는 집이나 주거시설이다. 오후 10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 집중되었다. 통계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 선택은 결코 자신에게 해로운 짓을 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80만 명이 자살로 사망한다. 이는 모든 전쟁과 살인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이유가 무엇일까.

자살의 원인

베리웰마인드(VeryWell mind)지는 자살의 원인으로 10가지 정도를 꼽고 있다. 첫째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높은 정서적 고통과 희망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구제 방법을 찾지 못하게끔 만든다. 그 외에도 불안 장애, 양극성 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섭식장애,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도 자살로 이끌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는 보통 일정 시간이 흐르면 우울증을 동반한다. 어린 시절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전쟁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한 사람은 수년이 지난 후에도 자살할 위험이 높다.

약물과 알코올이 자살 충동으로 이끌 수 있다.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항우울제의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역설적으로 자살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항우울제가 청소년에게 특히 치명적이라고 한다. 항우울제 외에도 알레르기약,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치료제, 타미플루, 탈모치료제, 여드름 치료제가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

모두 세계 보건기구, 미국 보건당국, 일본 후생 노동성, 유럽 의약청 등에서 밝힌 내용이다. 2006년 일본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10대 청소년들이 잇달아 투신하는 사건으로 39명이 사망했다. 우울증 및 기타 심리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약물과 알코올 사용 비율이 높다. 이것이 결합 되면 위험은 가중된다.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상실 또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처한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 학업 실패, 체포 또는 수감, 괴롭힘, 수치심 혹은 굴욕감, 재정적 위기, 배우자와의 사별, 실직, 가족으로부터의 배제, 사회적 지위 상실이 이에 해당한다.

절망감이 높을수록 자살 시도와 치사율도 높다. 모든 희망을 잃고 더 이상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긍정적인 면은 모두 가려진다. 선택지에는 자살만 남는다. 외부 관찰자에겐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보이지만 당사자는 비관주의와 절망으로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많은 사람은 고통 자체를 느낄 때가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일 때 자살을 시도한다. 관찰자와 당사자의 관점 차이 때문이다.

만성통증이나 만성질병 환자는 치료의 희망을 잃을 경우 자살로 삶의 존엄성을 되찾거나 통제하려 한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이유로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통증을 겪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이유로 타인에게 짐이 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자살충동을 느낀다. 만성 통증이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가족에게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혼자서는 치료나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나 하나 없으지면...’하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이 낮은 자존감과 만나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친구나 배우자를 잃거나, 별거 혹은 이혼, 신체적, 정신적 질병, 은퇴, 이사 등이 사회적 고립을 가져올 수 있다. 고립이 낮은 자존감과 결합하면 외로움, 우울증, 알코올과 약물 오남용 등 다른 자살 위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서 도움 요청의 신호를 보내려는 자살 시도와 우발적 자살이 있다. 자살할 의도는 없지만, 단순히 도움을 달라는 외침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위험한 이유는 자살시도자가 결과에 대해 오판하기 때문이다. 죽지는 않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망할 위험은 커진다.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자살자의 징후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고립시킨다. 절망감과 구속된 느낌,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찾아보거나 이야기한다. 소유물을 정리하거나 버린다. 약물 사용과 오용이 증가한다. 분노와 짜증이 증가하는 등 기분 변화가 심해진다. 약물이나 기타 자살을 위한 수단에 접근하려고 시도한다. 사람들에게 다시 볼 수 없는 것처럼 작별 인사를 한다.

자기 손으로 죽지 않고 수면 중이나 사고로 죽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살 충동이 덜 심각한 것은 절대 아니다. 자살 충동은 빠르게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런 말을 자주 한다면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언제든지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이 ‘살자’가 되려면

한국의 자살률이 1위인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정치, 사회, 경제적 구조의 급변화이다. 다른 산업화 성공 국가와 달리 한국은 최단기에 산업화에 성공했다. 국내 총생산과 국가의 위상은 선진국에 다가갔지만, 안으로는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 그 결과는 무한 경쟁과 서열화로 인해 누구도 계급이라는 말을 하지 않지만 ‘자본계급사회’였다. 신분계급사회가 단지 자본계급사회로 전환된 것뿐이다. 그 속에서 계급의 사다리로 올라가지 못한 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정신이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 구조가 꾸준히 재편되어가야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기엔 정신적 사망자가 너무 많아진다.

ⓒ게티이미지<br>
ⓒ게티이미지

우선 가족과 함께 혹은 스스로 마음의 병에서 살아 낼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타자화’하는 것이다. 나를 객관화하면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유발 요인을 알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에 휘말린다. 감정은 스스로 힘을 증폭해 주인을 낭떠러지로 밀어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기억하는 것이다. 솔로몬왕이 반지에 새겼다는 이 말은 모든 것의 소멸을 이야기하고 있다. 감정 또한 왔다가 사라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절망과 기분이 우울할 때 이것도 지나갈 것임을 자각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스스로 몸을 관찰하고 살핀다. 감정은 몸의 반응이다. 몸에 더 집중하고 운동하면 기분도 전환된다. 몸이 가벼워져야 마음도 가벼워진다.

옛 습관을 버리려 하지 말고 새로운 작은 습관을 만들어 본다. 습관과 싸우면 백전백패다.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을 쌓아가는 것이 방법이다. 그게 무엇이든 안 해 본 것을 해보는 것은 분명 몸과 마음에 활력소를 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면 어디든 나가야 한다. 작은 마을 커뮤니티라도 잠깐 들르는 것이 접촉과 연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가능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호흡 관찰이 있다. 들어가고 나가는 호흡만 지켜봐도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쯤은 짧은 시간이라도 발에만 주의를 집중하여 걸어본다. 곧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무엇보다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따듯한 공동체 형성이다. 인간의 진화가 성공한 것은 필요할 때마다 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아프면 곧 가족이 아프고, 한 가족이 아프면 곧 한 사회가, 국가가 아픈 것이다.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