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과의 동행, 에필랩(Epilepsy Living Lab) 도전과 실험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07 13:44
  • 수정 2024.03.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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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뇌전증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큰 변화를 요구한다. 삶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뇌전증과의 동행 사례가 ‘에필랩(Epilepsy Living Lab)’으로 실현됐다.

한국에자이와 커뮤니티 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이 뇌전증 환자 및 가족을 중심으로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뇌전증 리빙랩, <에필랩>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뇌전증 환자와 그 가족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뇌전증, 일상 속으로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직면하는 도전은 단순한 건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사회적 인식, 교육 환경, 치료 접근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에필랩> 시즌1에서는 뇌전증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생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5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5개 팀은 제주, 서울, 대구, 창원, 칠곡 각 지역에서 구성되었다. 각 팀은 뇌전증이 있는 학생을 위한 학교생활 가이드, 뇌전증 인식개선 자료제작, 보호자 자조모임 운영, 쉬운 뇌전증 설명자료, 다양한 발작 증상 알리기 등의 다양한 솔루션 실증을 시도했다.

에필랩 실증 사례

창원에서 구성된 ‘파인’ 팀은 ‘뇌전증과 함께하는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생활 사례집 만들기’를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현직 교사 및 뇌전증을 가진 학생의 학부모들이 팀원이 되어 직접 제작한 해당 사례집의 제목은 ‘에피튜드(Epilepsy+Attitude)’이다. 뇌전증에 대한 정보 전달뿐 아니라 교육공동체가 어떻게 뇌전증을 바라볼지에 대한 태도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대구에서 구성된 ‘어펙션’ 팀은 ‘뇌전증의 다양한 양상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 만들고 홍보하기’를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다. 뇌전증 전문의인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변준철 교수와 함께 인터뷰 및 촬영을 진행하며, 뇌전증 발작에 대해 올바르고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된 ‘와이낫’ 팀은 ‘뇌전증이 처음인 가족을 위한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하고자 실험을 진행했다. 뇌전증 여부가 궁금할 때, 인터넷 검색으로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발견을 바탕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해당 팀은 뇌전증에 대한 정보들을 보다 빠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자료를 구성하여 ‘에필랩이지(easy)’라는 웹사이트에 담아냈다.

제주의 ‘한걸음더’ 팀은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더 나은 제주도를 향한 첫걸음’을 주제로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소아뇌전증 환자에 초점을 맞추어 제주도 내 진료와 치료 환경에 대한 분석 및 현황을 조사했다.

칠곡의 ‘유후’ 팀은 경상북도 장애인 부모회 칠곡군지부 다함센터의 구성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뇌전증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뇌전증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자조모임 및 인식개선 자료제작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아이가 뇌전증을 진단받게 되는 경우 부모가 느끼는 죄책감을 경감시키고, 부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고자 노력했다.

에필랩 성과공유회. 사진=한국에자이 제공
에필랩 성과공유회. 사진=한국에자이 제공

에필랩의 성과와 전망

<에필랩>의 진정한 가치는 참가자들이 단순한 대상이 아닌, 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에 있다. 한국에자이 서정주 이사는 이러한 접근이 뇌전증 환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 프로젝트는 좋은 치료제뿐만 아니라, 제도, 기술, 문화, 인식,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진전을 모색한다.

2023년 11월에 시작된 <에필랩> 시즌1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뇌전증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했다. 2024년 2월에 대구에서 열린 성과 공유회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한국뇌전증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 속에 뇌전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함께 진행되었다.

세계뇌전증의 날, 콩밭의 심재신 대표 및 퍼플라이즈 수상. 사진=한국에자이 제공
세계뇌전증의 날, 콩밭의 심재신 대표 및 퍼플라이즈 수상. 사진=한국에자이 제공

한국에자이와 콩밭은 뇌전증 리빙랩 <에필랩> 사업뿐 아니라, 뇌전증 자조모임 <따뜻한 시선> 및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 양성과정 <퍼플라이저> 운영 등 다양한 사업으로 협력하고 있다.

콩밭의 심재신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뇌전증 환자 및 그 가족 삶의 질 향상과 뇌전증에 포용적인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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