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돌봄의 주체로 성장하다③] 선배시민 ‘건강지킴’이 통합돌봄 선봉에 서다...고선미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9.20 17:27
  • 수정 2023.09.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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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돌봄의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돌봄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선배시민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포럼에서는 노인‧ 환자‧가족의 돌봄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사회 돌봄시스템과 연계하는 “시민, 돌봄의 주체로 성장하다”란 주제로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하여 연재한다.
연재순서 ① 시민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다 ② 선배시민, 공동체를 돌보다 ③ 선배시민 ‘건강지킴’이 통합돌봄 선봉에 서다 ④ 환자와 가족, 돌봄의 주체가 되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선배시민이 지역사회 고령자와 취약계층의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건강지킴이’는 전주형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로 노인일자리 사회서비스형 사업의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인생이모작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건강지킴이 일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고선미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의 발표로 ‘건강지킴’를 중심으로 전주형 지역사회통합돌봄 사례를 살펴보겠다.

고선미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 촬영=김남기 기자
고선미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 촬영=김남기 기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낸다’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전주의료사협)은 2004년도에 창립됐다. 청년, 한의사, 의사 그리고 시민활동가들이 함께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전주의료사협은 전주시민을 대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겨, 나를 돌보고, 우리가 서로 돌보는 건강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전주의료사협이 위치한 곳은 장애인이 전국 최다 밀집 지역이다. 그래서 전주의료사협은 오래전부터 장애인을 현장에서 자주 만나면서, 장애인의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장애인주치의’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어 2019년에는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노인주치의’ 서비스를 실행했고, 2020년부터 건강의료안전망을 위해 지역사회돌봄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거, 의료, 요양, 돌봄 등의 일상생활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그동안 보건의료와 복지돌봄, 주거 등은 서로 분절된 상태로 지원됐고, 이를 통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노인 가정에 노인복지관,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의료기관 등이 어떻게 촘촘하게 연결되어 맞춤형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주의료사협은 그동안 노력해 왔던 통합돌봄사업을 지난 정부 초기에 제안해 받아졌고, 통합돌봄사업이 전국적으로 공모사업으로 인정됐다. 이후 청와대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했다.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통합돌봄사업. 그래픽=전주의료사협 제공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통합돌봄사업. 그래픽=전주의료사협 제공

또 하나의 가족 ‘건강지킴이’

가족이 고령의 어르신을 부양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혈육이 아닌 남이 돌봄을 지역사회에서 이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전주의료사협이 준비한 사업은 또 하나의 가족 ‘건강지킴이’였다. 건강지킴이의 핵심은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용어이지만, 당시만 해도 퇴직한 노인이 사회공헌 일자리로, 동료노인을 돌본다는 발상은 보편적이지 않았다.

60세가 넘은 시니어들은 할 만한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 순간 인생이 허망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들은 노후에 자존감도 높이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전주의료사협에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이들 시니어가 ‘건강지킴이’로 일자리도 얻고,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족으로 노인을 돌보는 일을 마련한 것이다. 전주지역 건강지킴이는 노인일자리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 잡아 지역사회에서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지킴이’ 얕보면 큰코 다쳐

건강지킴이는 2020년 20명 양성을 시작으로, 올해 150명을 양성했다. 수행기관은 전주의료사협, 전주시 의사회, 예수병원 등에서 권역별로 활동하고 있다. 건강지킴이의 선발은 만 60세 이상으로 체력, 기능(스마트폰, 컴퓨터활용능력), 면접을 통해 모집한다.

주요활동 내용은 노인 가정에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안부와 건강을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통합돌봄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강지킴이 활동내용. 사진=전주의료사협 제공
건강지킴이 활동내용. 사진=전주의료사협 제공

건강지킴이는 2인 1조로 노인 가정에 방문한다. 활동 시간은 하루 3시간, 주 5일 근무한다. 한 사람당 1시간 20분 활동, 하루 2명 방문한다. 노인의 가정에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하고 한번 정해진 약속시간은 되도록 지킨다. 노인을 만나기 전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발열 체크 후 활동을 시작한다. 방문 후 활동일지를 자세히 적고, 월 1회 회의에 꼭 참석한다.

특히 건강지킴이 활동일지는 응급대처를 위해 카톡을 통해 활동일지 이미지를 매일 제출하고, 주 1회 반장이 팀원들의 활동일지 정리하여, 전주의료사협에서 취합하여 시청과 동주민센터 별로 보고한다.

건강지킴이 활동물품. 사진=전주의료사협 제공
건강지킴이 활동물품. 사진=전주의료사협 제공

건강지킴이는 노인 가정에 방문 시 가져가야 할 짐이 많다. 건강북, 활동수첩, 정상수치, 방역물품, 혈압계, 혈당계(알콜솜, 핀셋, 검사지), 체온계, 방역기, 치아모형, 조끼, 명찰, 명함 등이다. 혈당계와 혈압계 등 의료와 관련된 것은 건강지킴이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 노인이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안내한다.

특히 홀몸 노인인 경우 외로움을 많아 ‘말동무’가 되어, 정서적 안정에 기여를 한다.

통합돌봄서포터즈 건강지킴이 후원활동

통합돌봄 서포터즈 건강지킴이는 자원활동가로서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 2022년에는 건강지킴이 53명이 3,375건의 후원 활동을 보였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이 걸을 때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모차를 지원했고, 평소 입맛이 없고 반찬이 없는 노인을 위해 반찬을 만들었다.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란 소리도 들었다. 넘어져 다친 상처를 방치해 상처가 더 커졌는데, 약을 사다가 치료해 드리자 한 말이다. 또한 방에 습기가 많아 바닥에 눕기 어려운 상황의 노인에게 침대를 놓아 드리기도 했다.

건강지킴이의 활동을 하는 시니어들의 삶의 만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에서 조사한 건강지킴이 참여자 건강지수 조사에 따르면, 병원 간 횟수가 줄고, 삶에 대한 의지도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건강지킴이 활동이 스스로를 돌보는 활동으로 연계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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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다독 마음돌봄사업. 사진=전주의료사협 제공

통합돌봄 사례...건강한 마을 복지네트워크회의

건강한 마을 복지네트워크회의는 지역사회에 있는 자원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12개 단체의 모임이다. 12개 단체는 우렁각시, 전주지역자활센터, 김선귀놀이문화연구소, 한울생협, 또바기협동조합, 자연음식문화원, 전북행복한돌봄사회적협동조합, 완산원, 란심신치유센터, (주)아름다운동행, 정보화나눔이, KTCS 등이다.

복지네트워크회의는 통합돌봄 서포터즈의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건강지킴이, 건강주치의, 만성질환관리, 치매안심사업, 다독다독 마음돌봄(생일밥상, 어버이날 효밥상, 명절밥상), 안심생활 및 지원동행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의료사협 통합케어플랫폼. 그래픽=전주의료사협<br>
전주의료사협 통합케어플랫폼. 그래픽=전주의료사협

통합돌봄을 이용한 노인 사례

평화동에 사는 장애인 K씨는 요양병원을 퇴원후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를 보유, 뇌경색을 이력을 갖고 있다. 혈압과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고, 주변에 관리해 주는 사람도 없이 지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족과 단절되어 자녀들이 있으나 서로 왕래가 없이 지내고 있었다.

통합돌봄 선정 전에는 건강 악화 탓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건강 불안증이 심했고, 불편한 몸으로 일상을 힘들게 보낸다.

건강지킴이 배정과 함께 건강주치의 방문진료, 어버이날, 명절나눔, 생일밥상, 당뇨집중관리군, 첩약지원 등 선정과 함께 지원받아 안정됐다.

특히 건강지킴이는 친구처럼, 누나처럼 K씨에 대했고, 방문이 아닌 날에도 전화해 건강을 위한 잔소리로 또 다른 가족이 되어 건강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전주형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은 한 개인에게 자신의 터전에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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