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돌봄①] 치매 환자‧가족과 함께 만드는 지역사회 돌봄 리빙랩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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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돌봄은 치매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과 보살핌을 제공하는 과정을 말한다. 치매는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그리고 일상생활 능력의 감소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치매환자의 가장 큰 목표는 ‘일상의 유지’이다. 더 나아지기를 희망하지만, 환자와 가족은 더 악화하지 않기만을 고대한다.

‘제1회 치매·돌봄 혁신 리빙랩 포럼’.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치매·돌봄, 리빙랩을 만나다!’란 주제로 ‘제1회 치매·돌봄 혁신 리빙랩 포럼’이 지난해 12월 29일 열렸다. (주)공생, (주)한국에자이, 노원구치매안심센터가 주최하고 과기정책연, 한양대LINC3.0사업단, 돌봄리빙랩네트워크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각 주체가 진행하고 있는 치매·돌봄 리빙랩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연계·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정나나 총괄팀장(노원구치매안심센터)은 ‘치매 당사자 및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 돌봄 실험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을 발췌 정리한다.

‘치매 당사자 및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 돌봄 실험과 과제’...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정나나 노원구치매안심센터 총괄팀장. 촬영=김남기 기자

노원구치매안심센터는 지역 치매환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치매 검진과 어르신의 인지 상태에 따라서 지역의 자원들과 함께 포용적이고 치매 친화적인 안심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족의 부양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행정가적인 시각을 벗어나 좀 더 치매 어르신을 중심으로, 그분들이 실제로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을 좀 더 공감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MCI(Mild Cognitive Impairment)는 경도인지장애를 의미한다. 이 상태는 정상적인 노화과정보다는 더 심각하지만, 치매로 분류되기에는 충분히 심각하지 않은 인지 기능의 저하를 나타낸다.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기억력이나 사고력과 같은 인지 기능에서 약간의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은 진단과정에서 이후에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불안해 한다. 또 부정적인 감정이 결국 치매 질환까지 진행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센터에는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 약 4천 명 정도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진단받은 어르신 중 센터에서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진단 이후에도 내가 어떻게 해야, 중증 치매로 가는 것을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막한 경우가 많다.

정서적 지원 사례 '알로하하하'

훌라춤을 추고 있는 '알로하하하' 어르신. 사진=나우 제공

정서적인 지원이 어떻게 치매 예방 활동하고 연계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에서 ‘알로하하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매환자와 가족이 하와이 전통춤을 배우고, 음악 활동을 통해서 정서적인 지지를 하고, 일상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성숙하면서, ‘나우 패밀리’ 공연과 ‘치매 극복의 날’ 때 ‘알로하하하’ 공연하면서, 지역사회에서 경도인지 장애 어르신에 대한 인식개선과 실제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산활동을 했다.

치매돌봄 리빙랩 활동 사례

'초로기치매' 문제점 

64세 이하 치매환자 현황. 자료=중앙치매안심센터 제공 

초로기치매는 65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된 치매를 말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실제 치매환자 중에 약 10%가 초로기치매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초로기치매 심각성은 한참 일할 나이에 치매진단을 받게 됨으로써 사회활동의 제약을 받게 되어 경제적인 부담을 갖게 된다.

초로기치매환자는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회활동의 단절, 가정에서의 위상과 역할의 변화로, 적응을 못해 심각한 초로기환자와 가족의 붕괴를 가져온다.

초로기치매는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하고 다르게, 유전적 원인이 크다. 악화 속도가 빠르고, 조기진단이 어렵다. 그 이유는 조기 발현으로 인해 정신질환으로 오해하기 쉽다. 따라서 이미 치매가 진행돼서 치매센터나, 병원에 치료받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인해 초로기 치매 환자의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치매 서비스는 노인성 치매 맞춤으로 되어 있다.

'초로기치매' 환자와 가족의 니즈를 찾다

초로기치매 환자와 가족 인터뷰. 사진=유튜브 캡처

센터는 ‘한국에자이’ 등 돌봄 단체들과 협력으로 초로기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돌봄리빙랩을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초로기치매환자의 정서적 심리상태와 욕구를 알기 위해, 환자와 가족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초로기치매환자의 사회적인 인식과 진단 이후 서비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일차적인 목표는 초로기치매환자의 정서 상태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제일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초로기치매환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내가 살고 있던 지역사회에서 앞으로도 지속해서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갖고 싶은 욕망이 이들에게도 표출된 것이다.

마음의 소리를 담다...‘굿즈 제작’

꽃차와 카드를 담은 굿즈. 촬영=김남기 기자

초로기치매환자는 ‘나는 아직도 사회적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센터는 ‘좀 더 마음의 소리를 표현하고, 공감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트온어스’의 도움으로 미술상담 치료프로그램과 연계해서 마음의 소리를 글씨로 나타내고, 또 글씨를 도장화해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냈다.

초로기치매환자 마음의 소리를 담은 글씨. 사진=정나나 제공

널 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
온 세상이 내 것 같아
그냥 살자
하고 싶은 거 해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 초로기치매환자 글귀

초로기치매환자의 목소리가 담긴 굿즈를 제작하고 이 굿즈를 통해서 사회와 소통했다. 그리고 초록기치매환자의 인지상태나 신체활동을 돕는 프로그램들을 이어서 진행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른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우울하고 불안하고 두려울 것 같다. 하지만 초로기치매환자는 자신이 상태를 수용하고, 긍정적이고, 늘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또 내 가족에 대해 감사함과 더불어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다.

‘초대날’ 초로기가 대문을 나서는 날

초대날 간판과, 초로기치매환자의 서빙 모습. 사진=정나나 제공

초로기치매환자의 사회적 활동은 기존의 직업이나 역할들을 유지하면 좋지만, 회사 안에서의 업무 분장을 바꿔주거나, 업무의 난이도를 낮출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지역사회에 있는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 초로기치매환자가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활동처를 MOU로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카페'라는 공간에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기 사회활동 카페의 핵심은 경제활동으로 지역 카페나 마트의 협력을 통해 보상을 제공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활동 프로그램으로 초대날(초록이가 대문을 나서는 날)’은 센터에서 지역의 카페에 간판을 만들어 걸고, 일정 시간 안에 초로기치매환자가 카페에서 주문도 받고, 커피도 서빙도 했다. ‘초대날’은 치매에 대한 정보를 카페 손님에게 공유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초로기 치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확산했다.

D-cafe(Dementia cafe) 우리의 이웃 ‘치매카페’

치매환자 가족의 대화, 노원 D-Cafe  오픈식. 촬영=김남기 기자

치매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 간에 서로 돌보는 ‘D-cafe(치매카페)’는 한국치매가족협회, 한국에자이, 한국리빙랩네트워크에서 만든 치매돌봄리빙랩이다. 치매가 있어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D-cafe’가 만들어졌다.

노원구치매안심센터의 첫 D-Cafe 행사는 지난 7월 24일 ‘노원 더숲 카페 아트시네마’에서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조기현 작가와 치매환자 가족의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행사 후에는 이날 초로기 어르신은 직접 만든 꽃차와 손 글씨 카드를 담은 굿즈 기념품을 나눠주었다.

노원구의 D-cafe는 6곳의 카페에서 월 1회씩 다른 컨셉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카페를 구성하고 있다. 노원구에는 정원 카페, 미술관 카페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카페가 있다. 이런 곳에 치매 어르신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D-cafe 행사 모습. 사진=정나나 제공<br>
D-cafe 행사 모습. 사진=정나나 제공

‘치매가족의 꿈’ 연극공연은 치매 어르신에 대한 돌봄의 형태, 가족들의 어려움, 또 치매를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 정보를 지역주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치매 극복의 날’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 당사자의 경험이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치매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나눴다. ‘초로기 치매 홈커밍데이’는 가족 워크숍을 통해서 미술심리프로그램을 통한 마음을 힐링하고 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밖에도 ‘치매가족 마음돌보기’로 치매가족 간의 유대감 형성을 하거나, 치매 어르신과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페스티벌로 작품전시회와 공연을 진행했다.

치매돌봄,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게티이미지뱅크<br>
ⓒ게티이미지뱅크

지속가능성
돌봄리빙네트워크와 함께 했기 때문에 D-카페나, 초로기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속가능한 치매돌봄은 법의 제도화나, 자치구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체 의식
치매 환자와 가족이 주체가 되는 환경에서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돌봄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행정중심의 서비스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주체적인 돌봄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인식의 전환
사회적으로 치매에 대해서 관심도와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지역사회에서 카페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적극적인 참여가 쉽지 않다. 치매가 일상생활 안에서 수용 단계까지 가야지만, ‘내가 살던 곳에서 일상을 누리는 돌봄’ 이 갈 수 있다.

자원의 연계
치매안심센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원들이 서로 연결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서로의 자원의 연대가 있어야지만 치매 어르신들의 효과적인 돌봄과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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