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돌봄의 주체로 성장하다④] 환자와 가족, 돌봄의 주체가 되다...심재신 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이사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9.25 18:07
  • 수정 2023.09.25 18: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퍼플라이저’ 사례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돌봄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선배시민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포럼에서는 노인‧ 환자‧가족의 돌봄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사회 돌봄시스템과 연계하는 “시민, 돌봄의 주체로 성장하다”란 주제로 포럼을 마련했다.
포럼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하여 연재한다.
연재순서 ① 시민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다 ② 선배시민, 공동체를 돌보다 ③ 선배시민 ‘건강지킴’이 통합돌봄 선봉에 서다 ④ 환자와 가족, 돌봄의 주체가 되다

심재신 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이사. 촬영=김남기 기자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뇌전증은 간질 혹은 심하게 말하면 지랄병으로 사회적으로 낙인되어져 왔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뇌의 전기신호가 갑자기 과민 흥분하면은 갑자기 발작 경련이 일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주변에 뇌전증 환자를 흔히 볼 수 없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는 37만 명 정도 된다. 뇌전증 환자의 가족을 포함하면 100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있다. 그 누구도 우리 가족이 뇌전증 환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심재신 이사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발작 경련이 있었다. 1~2년에 한 번씩 대발작이 있었고, 꾸준한 약물 치료로 19세 이후 발작이 없었다.

2019년 뇌전증 환우모임 ‘따뜻한 시선’을 시작으로, 심 이사는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퍼플라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심재신 이사가 발표한 ‘환자와 가족, 돌봄의 주체가 되다’를 주제로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을 살펴보겠다.

뇌전증이라는 사실을 병원에서 듣고 나서, 뇌전증이 있는 사람을 학창시절에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누구나 뇌전증은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한 번 발작이 일어나면, 그 누구도 고운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혹여, 그 발작이 누군가에 손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 심재신 이사

‘따뜻한 시선’ 뇌전증 환우모임 활동.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따뜻한 시선’ 외롭고 힘겨운 사람들의 모임

‘따뜻한 시선’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을 사회에서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는 의미이다. ‘따뜻한 시선’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50여 차례 자조모임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나 가족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못 이겨 스스로 고립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주 모임을 통해 스스로 위안과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시기에는 온라인이나 앱을 이용해서 모임을 이어갔다.

‘따뜻한 시선’은 뇌전증 환자만의 모임은 아니다. 지인이나 친구 그리고 뇌전증을 잘 몰라도 참여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 이외에도, 교사,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온다. 뇌전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내게 닥칠 위협에 불안해 한다. 그래서 ‘따뜻한 시선’ 모임에서는 불안감을 매개로 해서, 불안감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림책 만드는 모임, 낭독회 모임 등의 소모임에서는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 간다.

독서모임 따독임은 대학생, 프리랜서, 직장인, 사장님, 취업준비생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점토 조각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독서모임 따독임은 대학생, 프리랜서, 직장인, 사장님, 취업준비생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점토 조각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뇌전증 제대로 알면 불안하지 않다

뇌전증은 불치병도 정신병도 귀신 들린 병도 아니다. 그래서 ‘따뜻한 시선’은 뇌전증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무겁지 않고, 따뜻하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모임에서는 뇌전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기 삶을 잘 개척하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례를 모은다. 이런 사례는 인터뷰를 통해, 잡지, 영상에 담아 여러 미디어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퍼플라이저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퍼플라이저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뇌전증 환자와 가족, 지역으로 나아 가다

뇌전증 당사자가 다양한 사회구성과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 상호 간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는 대체로 오랜 고립생활을 하고, 취업도 어려워지면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협업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의 배움터 지원사업을 통해, 서울 경기 지역 뇌전증과 여러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글과 그림, 마음을 읽다'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주요 프로그램으로, ▲‘2021 삼성꿈장학재단 배움터 지원사업’은 서울, 경기지역에서 뇌전증 및 중복장애 초등학생 대상으로 글 읽고 쓰기, 미술심리치료, 동화 감상 등 수업을 운영했다.

▲‘2021 행정안전부, 대구광역시 청년센터 청년공동체활성화’사업은 뇌전증 청년과 다양한 청년이 모여 서로의 삶을 취재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책을 제작했다.

▲‘2021 공동모금회 후원(지정기탁) 사업’은 대구, 경북 뇌전증 청소년과 다양한 청소년이 모여 뇌전증을 소재로 한 전시회를 기획해 보는 워크숍을 운영했다.

▲‘2020 대구광역시청년센터 청년커뮤니티지원사업 다모디라 시즌9‘는 미술심리치료사, 캘리그라피 등 뇌전증 환우 청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모임 활동을 했다.

▲‘2020 대구콘텐츠코리아랩 Pre-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뇌전증 환우와 세상을 잇는 매거진 ‘따뜻한파도’ 제1호 크라우드 펀딩 자문, 잡지 및 굿즈를 제작했다.

퍼플라이저 1기.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퍼플라이저’ 뇌전증 인식개선사업

‘따뜻한 시선’의 뇌전증 환자와 가족은 KB국민은행과 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모사업에 참여해, ‘퍼플라이저’ 뇌전증 인식개선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퍼플라이저의 의미는 ‘퍼플데이’와 ‘에너자이저’의 합성어로, ‘퍼플데이’는 보라색 옷을 입은 캐나다의 뇌전증 환자가 시민과 함께 펼친 뇌전증 캠페인 활동이다. 퍼플라이저 활동은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 양성과정과 워크숍을 운영하고, 교보재 및 툴킷 개발했다. 이후 퍼플라이저는 뇌전증 당사자 4명, 당사자 가족 2명을 선발하고, 10개 지역에서 활동을 전개했다.

뇌전증 인식개선의 대상이 당사자 및 가족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라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지역별 활동 내용으로, ▲창원 어머니 대상으로 ‘삶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다’ ▲대전 사회적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뇌전증을 시작으로 함께 살고 있는 다양한 이웃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알리기’ ▲수원 공방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뇌전증 119, 갑자기 닥친 코로나, 뇌전증도 같습니다’ ▲대구 마을모임 무지개 회원 대상으로 ‘알고 게신가요? 뇌전증! 진짜? 제대로! ▲세종 교육기관, 기업 관계자 대상으로 ’뇌전증 알고 계신가요?, 뇌전증 인식 현황조사’ 양산, 대구 주민 대상으로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로잡기’ ▲광주 뇌전증 환우 대상 ‘지칠 중 있는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더 나은 우리가 되어보아요’ ▲대구 2030청년 대상으로 ‘퍼핀_퍼플민트_보라색에 맞춰보기 ▲서울 시민대상으로 ’넌지 작가와 함께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가 퍼플라이저 소개‘ 등을 진행했다.

지역에서의 퍼플라이저 활동은 뇌전증과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으로 뇌전증 환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목표로 한다. 뇌전증 환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뇌전증 환자 지원법 제정’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기여한다.

뇌전증 인식개선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상호 이해와 소통으로 사회적 차별, 편견과 같은 부정적 인식 감소를 가져오게 했다.

퍼플라이저 소개 영상

올해 3월에는 퍼플라이저 1기 성과공유회를 가졌고, 7월부터 퍼플라이저 2기 활동이 서울 뇌전증 지원 기관인 한국에자이, 뇌전증지원센터, 한국뇌전증협회 등의 방문 활동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뇌전증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자주모임, 취업, 법률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가 뇌전증을 숨기고, 결혼했다가 배우자에게 이 사실이 발각되어 이혼당하거나, 취업 후 뇌전증을 사유로 해고당하는 등의 사연을 상담하고 있다.

한국뇌전증협회는 의사가 회장으로, 뇌전증 환자가 주 회원이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퍼플라이저는 뇌전증 관련 기관 현장방문을 통해 미래 활동방향 설정에 도움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퍼플라이저 2기. 사진=커뮤니티디자인 내마음은 콩밭 협동조합 제공

어떻게 돌봄 주체로 성장할 것인가?

환자와 가족이 돌봄의 주체로 등장하기 위해, ▲자조모임의 활성화 ▲뇌전증 환자 스스로 돌봄 전문가로 성장해야 한다.

자조모임의 활성화로 뇌전증 당사자들이 다양한 사회구성원과 만나고 대화하고, 자조모임의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사례를 어려운 전문용어, 의학적 접근이 아닌 시민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의 구체적 역할 부여와 돌봄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은 건강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자기돌봄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파하는 전문적인 역량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는 부족하다. 따라서 돌봄역량을 키울 수 있는 뇌전증 당사자와 기업, 자조모임을 매칭해 지원하는 조직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는 뇌전증 질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질병에도 활용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와 가족은 스스로 돌봄의 주체가 되고 있다. 특히 어머니는 엄청난 에너지와 정신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 이런 어머니의 소중한 경험이 뇌전증 가족의 돌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한 돌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 심재신 이사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