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투어] 나비처럼 날고 싶은 시각장애인 무용 공연 ‘끝...시작을 부르다2’
[컬처투어] 나비처럼 날고 싶은 시각장애인 무용 공연 ‘끝...시작을 부르다2’
  • 이연재 기자
  • 승인 2021.10.1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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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맹학교 초등학생들이 나비처럼 나는 동작을 배우고 있다. 출처=룩스빛 유튜브 캡쳐)

“두 팔이 날개가 되어 나비처럼 날아보세요. 나비는 어떻죠?” 무용선생님이 질문한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이어서 시각적 경험이 없는 초등학생은 “나비는 까칠해요.”라고 답을 한다.
학생은 나비를 만져보았던 모양이다.
그 초등학생은 나비를 본 적은 없었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나비의 날갯짓을 하는 무용수가 되었다.

[이모작뉴스 이연재 기자]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무용수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으로 만든 이들이 있다.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하는 김자형 단장이 이끄는 ‘룩스빛 무용단’과 ‘서울맹학교의 초등학생’들이다.

(룩스빛 무용단과 서울맹학교 초등학생. 사진=룩스빛 제공)

지난 14일 이들의 합동공연 '흰 지팡이의 꿈 끝...시작을 부르다2'을 관람했다.

룩스빛 무용단의 세 번째 정기공연으로 지난 공연과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맹학교 초등학생과 시각장애인 무용단과 함께했다. 비장애인 핼퍼 무용수의 도움을 받았던 장애인 무용수도 이번 공연에서는 장애 아이들을 돕는 핼퍼로 활약을 보였다.

첫 무대는 ‘춤추는 흰 지팡이’란 발레무대였다. 무용수 한 명당 하나의 발레바 (발레동작을 할 때에 손을 지지하거나 스트레칭에 이용되는 기구)로 각자의 동작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무용수들은 각자의 발레바를 스스로 찾아갔으며(아마도 걸음수를 재고 무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핼퍼의 도움 없이 발레의 기본동작인 팔동작, 아라베스크, 삐루엣 등을 스스로 표현했다.

‘홀로서기’를 테마로 한 첫 무대에서는 무용수 각자 아름다운 선율에 맞추어 손끝으로 정성스레 하늘을 가리키기도 하고 발을 우아하게 들었다 놓았다. 첫 무대이다보니 동작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서서히 미소가 띄었다. 그들의 미소에서 내 자신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느끼며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그런 내 스스로가 좋다’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한국무용인 ‘우리도 춤춘다’무대에서는 한 층 성숙한 무용수로 거듭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3년 첫 정기공연에 선보인 작품으로 지난 공연에서 한 박자에 한 동작을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진정한 무용수가 되어 음악에 자신의 몸을 맡기며 내면의 이야기를 몸집으로 표현했다.

‘아리랑’노래가 흘러나왔다. 시각장애인 무용수 정홍화 단원은 한국무용 특유의 간드러지는 손가락 표현을 음악에 맞추어 흘려보냈다.

음악이란 예술은 보지 않았던 동작도 보았던 사람보다 더 감동적이게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5회전을 완성하여 무대를 풍성하게 채웠다. 시각장애인들이 1회전을 완성시키기까지 배꼽을 기준으로 방향을 찾고 360도 회전량을 수백 번 체크해야만 한다. 1회전 완성 후 회전의 어지러움을 극복하기를 수 년 도전하여 5회전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부채꽃을 만드는 룩스빛 단원들. 제공=룩스빛)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부채꽃이였다. 각자의 부채로 한 명의 점이 모여 선이 되었고 서로의 간격을 맞추어 꽃이 되었다. 꽃봉오리에서 시작한 무용수들이 서로의 도움을 받아 이번 무대에서 활짝 핀 꽃으로 완성될 수 있음을 표현했다. 꽃봉오리가 활짝 핀 오늘의 꽃이 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도와주세요! 이렇게 내가 있는 공간에서도 부딪히고 넘어지는데 내가 바깥세상에 나갈 수 있을까? 너무 무서워” 시각장애 무용수의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기에 저렇게 웃는 걸까? 궁금해! 나도 나가고 싶어” 두려움이 많던 시각장애인은 주변의 도움으로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세상을 만끽한다. 무대 위에서 맘껏 달려 나가고 회전한다.

(룩스빛 무용단의 공연모습. 사진=룩스빛 제공)

1시간의 공연을 위해 그들은 1년을 연습했다. “무대 밖으로 떨어지진 않을까? 부딪히지 않을까?”란 두려움으로 시작했다. 서로의 몸짓언어와 숨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느낌을 익히기 위해 기다려주었고, 인내했으며,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다. 열정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없었다. 비장애 무용단원들은 따뜻한 카리스마로 단원들이 더 잘 들을 수 있게 크고 짧게 구령을 하며 장애인을 돕고 이끌었다. 장애인무용수도 더 이상 도움만 받진 않는다. 맹학교 초등학생들을 돕는 리더의 역할까지도 해낸다.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룩스빛 무용단과 서울맹학교 초등학생. 촬영=이연재기자)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룩스빛 무용단과 서울맹학교 초등학생. 촬영=이연재기자) 

“나비는 난다.. 두 팔이 날개가 되어 나비처럼 난다..”
이 두 문장을 맹학교 아이들과 공유하는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사물을 보는 나도, 보지 못하는 너도..
우리는 모두 날지 못한다...
하지만 훨훨 날아서 어디든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양 팔이 날개가 되어 팔을 위아래로 흔들 때마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세상을 향해, 내가 꿈꾸는 곳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흰 지팡이의 꿈 “끝...시작을 부르다2”

함께라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라는 단장의 이야기가 집에 오는 길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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