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가 매우 소중히 여기는 칼을 가지고 배를 탔다. 강 한복판에서 실수로 쥐고 있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란 이 사람은 얼른 주머니칼을 꺼내서 칼을 빠뜨린 부분의 배 밑바닥에 표시해 놓았다. 배가 언덕에 닿자 배 밑바닥에 표시해 놓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칼을 찾았으나 칼은 없었다. - 각주구검(刻舟求劍)삶의 계단[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인생은 계단을 오르는 일이다. 높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평평한 공간을 만난다. 어떤 이는 잠시 쉬어가고, 어떤 이는 힘이 넘쳐 계속 오른다. 인생의 계단 어디쯤 청년과 노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점점 깊고 넓어지는 병이 있다.남자가 조그만 새 한 마리를 집어 넣고 키웠다.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 겠는데그동안 커서 나오지를 않는다.병을 깨뜨려서도새를 다치게 해서도 안 된다.자, 어떻게 하면 새를 꺼낼 수 있을까? - 김성동 '만다라(1978)' 중에서[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김성동 작가가 만다라를 마무리하고 우주로 떠났다. 2022년 9월 25일 일요일 오전 7시 45분. 그의 마지막 생의 정거장 충주에서 생을 거뒀다.네 살 때 처음으로 터진 말 김성동은 1947년, 충남
부모님이 가족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고, 가족은 감당하지 못해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고, 부모님은 가족과 단절된 채 죽음을 기다린다.- 돌봄과 미래 설립선언문 중에서[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전국민돌봄보장’ 실현을 목표로 하는 ‘돌봄과 미래’가 9월 24일 충무로 ‘공간 채비’에서 성황리에 창립했다. 창립식은 실시간 유튜브로도 진행되었으며 100여 명의 현장 참여자와 360여 명의 온라인 참여자가 축하했다. 총회 개최 시 회원은 464명, 모금액은 1억 891만 원이었다.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 전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일 년에 두 번 책가방을 갖고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있었다. 체력장 보는 날이다. 국력이 체력이라고 하던 시절 체력장 점수는 상급학교 진학에 필수였다. 체력장을 준비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평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학력고사가 수능시험으로 바뀌면서 말 많던 체력장은 역사 속에 사라졌다. 체력장의 추억을 간직한 학력고사 세대는 이제 중년이 되었다.체력장의 추억 체력장 시험이 필수인 직업이 있다. 그렇지만 이 직업의 평균연령은 61세다. 날씨가 건조해지는 봄과 가을에 주로 활동한다. 전국에 1만명
인간은 어렸을 땐 가족에 의지해 살아갑니다.어릴 때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가족이란 든든한 후원자가 있습니다.부당한 일, 억울한 일엔 부모라는 명확한 투쟁 주체가 있어 저항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홀로 서야 합니다.노후에 국가의 보호막이 더 절실한 이유입니다.- 노후희망유니온 김국진 위원장[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종로 3가 송해길에 가면 가끔 핸드마이크 소리와 함께 피켓을 든 사람들이 보인다. 팔각정 아래에서는 누군가 열심히 설명하고 누군가는 서명한다. 설명하는 사람도 서명하는 사람도 나이가 지
지난 7월,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했다. 그리고 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축소와 통폐합을 얘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얼마 전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뒤에서는 공공기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기능과 자산을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내놓았다.- 서울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정진술서울시 출연기관 통폐합 이대로 괜찮은가?[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서울시는 공식적으로 서울시 출연기관의 통폐합을 발표한 적이 없다. 소문이 먼저
놀아 본 사람이 놀 줄도 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 노인들은 평생 ‘살기 위해’ 사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외쳤지만 결국 ‘놀기 위해’ 살기보다 ‘살기 위해’ 사셨다. 나이가 들어 ‘살기 위한’ 일을 멈추었을 때 노인들은 당황한다. 평생 놀아본 적이 없다. 놀아 본 적이 없어 놀 줄을 모른다. 무료하다. 일도 없고 놀이도 없으니 하루가 길다. 변화 없는 생활에 자꾸 깜박깜박한다. 가끔 손주들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놀이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놀이는 노인들의 치매 예
자유의 선물인 흡연권이 왜 유독 여자에게만은 마음 졸이며 숨겨야 하는 비밀스러운 행위였을까? 남자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기호품일 뿐인 담배가 왜 여성에게는 무언가 이유와 의미를 대야만 하는 존재로 탈바꿈하는가?차를 마시지 않는 나라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동아시아 가운데 조선은 유일하게 차를 마시지 않는 국가다. 차는 손님을 맞이할 때 중요한 사교의 수단이었는데 조선에 차 문화가 없었고 대신 술을 내왔다 한다. 과연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그러다 담배가 들어왔다. ‘대객초인사 식후제일미’라는 말이 널리 퍼
시간이 흘러가도 그냥 그대로살아서 숨을 쉬는 기억이 있어지금 흔들리는 눈빛속에서 가득담긴 추억이 울고있네내곁에 맴을 도는 이별의 흔적어디에도 시선둘곳 없이 이대로우리 이세상을 등질때까지 서로 다른 인연으로 살겠지...- 이연(異緣), 유익종 작사, 작곡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1970년대와 80년대의 젊은 날 음악다방에서 커피 한잔 마셔본 사람은 안다. ‘해바라기’. 이제는 검색어를 쳐도 단번에 나오지 않는 가수 이름이지만 ‘사랑으로’, ‘행복을 주는 사람’, &l
남자들은 이른바 노예를 갖기 위해 여자와 결혼한다. 여성들은 이름도 없다. 이들은 없는 존재로 치부되며, 이들에게 적용되는 법도 없다.그녀들의 유일한 친구는 담배 파이프인 것처럼 보인다.- 조선, 1894년 여름, 에른스트 폰 헤세 바르텍 (오스트리아). 조선여행기 중에서[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옛날 옛적 호랑이도 담배 먹던 시절은 언제인가? 담배의 원산지 아메리카에는 호랑이가 없으니 한국에 담배가 처음 들어온 때로 어림잡아 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에는 담배가 1618년에 전래하였다고 기록됐다. 호랑이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은총(61) 씨는 17년 차 요양보호사다. 그녀가 요양보호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돌아가신 어머님 때문이다. 가족 요양을 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가족 요양은 부모, 자녀, 형제자매에 한해 가족이 직접 돌볼 경우 돌봄 급여가 인정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는 1일 1시간, 1달 20일을 인정해 주지만 중증이나 치매일 경우 1일 1시간 30분, 1달 30일을 인정해 준다. 그녀처럼 많은 요양보호사들이 이렇게 시작한다. ‘은총’은 어머니 때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서울시는 최근 '도심권 50플러스센터' 업무를 11월 말에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19일에는 인생이모작국을 평생교육국 산하에 평생교육복지팀으로 업무를 이관시켰다. 인생이모작국에 속해 있던 50플러스재단이 축소되어 평생교육국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또한 서울시는 '50플러스 재단 통폐합'에 관한 연구용역을 외부기관에 위탁해 10월 중순이면 결과를 볼수 있다. 50+세대의 일자리, 커뮤니티, 교육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 중장년 사업 1호점 7살이 되면 아이는 학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사도노인(思悼老人)’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노인을 생각하면 슬프다는 뜻이다. ‘사도 세자’를 빗대어 몇 해 전 ‘노인의 날’에 노인이 뒤주에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생긴 말이다. 더 이상 노인을 죽게 하지 말라는 퍼포먼스였다.2022년 10월 1일, UN이 정한 ‘노인의 날’에 종묘공원 앞에서 ‘제1회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다. 그동안 무연고 노인의 사망이나 자살
[이모작뉴스 고석배] 약방문은 처방전이다. 사람이 죽은 후에 약방문(藥方文)을 쓰는 것은 "처방이 늦긴 했으나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면피용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지면 그때야 요란하게 대책을 세운다며 난리를 피운다. 재발 방지 차원에서 사후약방문이라도 쓰는 건 좋다. 그런데 처방이 틀리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죽은 사람으로서는 정확한 처방전이 나올 수 없다.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 묻고 싶어도 망자는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지난 8월 우리 사회에 두 건의 사건이 세상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청소년들에게만 “너의 꿈이 무엇이냐?” 묻는 것보다 70대 노인들에게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웰다잉을 묻는 것도 좋지만 “당신의 꿈이 무엇입니까?”가 아직도 유효합니다.- 윤혁,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히말라야에 샛별이 떴다. 히말라야에 어둠이 걷히고 산 아래 열두 개 부락에선 아침부터 전화벨이 요란하다. “한국에서 ‘새벼리&rsquo
[이모작뉴스 고석배기자] 고대 로마 병정들은 동방 정벌을 나서며 금의환향 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승전군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다뉴브강을 건너 돌아가지 않았다. 그곳에는 사랑에 빠진 여인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다. 무엇보다 금광이 있었다. 실제 루마니아의 건국 스토리다. 루마니아인은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지 않은 로마군의 후손들이다.코로나와의 전쟁 코로나와의 전쟁이 끝나간다. 전선의 최일선에는 방역관리사라는 병사들이 있었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침략한 코로나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병력이 너무도 부족했다. 단 이틀
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보다 그들이 일할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를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진정한 복지이다. 적자생존을 앞세우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단점을 극복하는 데는 복지가 최선의 답이다.-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게' 중에서 [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엘리베이터 앞에 ‘이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용이므로 일반인은 계단을 이용해 주세요.’라고 적힌 문구가 있다. 잘못된 글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힌트를 준다면 잘못된 단어가 하나 들어있다. 셋을 셀 동안 찾아보라!정답은 &lsquo
할머니가 어린 시절, 할머니의 할머니가 떠먹여 주던 노란 참기름 맛이었다는 거예요. 그때는 맷돌을 갈아 나오는 이슬 같은 첫 기름을 큰손주에게 제일 먼저 떠먹여 주었대요. 살아생전 그때의 노란 참기름 맛을 다시 맛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았어요. 할머니의 할머니가 생각나신 듯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어요. - 쿠엔즈버킷 박정용 대표[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참기름은 참깨로 만든다. 당연하다. 그런데 참기름에서는 참깨 맛이 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다. 당연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남의 일 처럼 보고도 못 본 척 지나간다. 세
주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관이 주도하는 ’실적위주의 마을 만들기‘는 마을을 소비할 뿐이다. 이는 마을 활동가의 ’노동‘을 소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마을이 일터인 사람이 있다. 마을주민과 만나고 소통하며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가 같은 생각과 다른 생각을 모아내는 일을 한다. 모아낸 생각을 추진할 모임이 없다면 모임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하는 일도 한다. 그들은 주민센터직원도 통반장도 아니다. 마을활동가다.흥사단 교육운동본부에서는 마을활동가와 마을활동
가끔 곁에서 지켜보는 듯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창이형이 살아 있으면 우리와 같이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운성 조각가[이모작뉴스 고석배 기자] 해마다 8월 15일이 오면 두 개의 태극기를 다는 사람들이 있다. 문 앞에는 광복의 태극기를 달고 가슴에는 조기를 단다. 그 사람들은 중앙대학교 안성교정 동문이다. 조각가 김서경과 김운성도 이날이 오면 가슴앓이한다. 30년 전 가슴에 묻은 한 사람이 생살 돋듯 떠오르기 때문이다.두 개의 태극기를 다는 사람들1989년 8월 15일, 한반도 남쪽 끝 거문도 앞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