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이슈파이팅] ‘노인학대’ 88% 가정에서 일어나...정부정책 가해자 처벌에만 국한돼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3.30 16:20
  • 수정 2023.06.1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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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5년간 노인 학대 신고건수 81,226건, 학대 인정 건수 28,086건, 재신고 건수 2,700건

아들 부부가 한집에 살면서도 80대 노인이 26시간 동안 의식을 잃은 채 방치되어 숨졌다. 재판부는 이들이 적절한 조치 없이 노인을 방임했다는 이유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부 갈등으로 남편의 폭행에 중상을 입은 할머니, 돌봄을 거부하며 쓰레기 더미에 방치된 채 80대 노인, 술만 먹으면 상습적으로 부모 폭행을 일삼는 아들 등의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주요 지자체는 홀몸 어르신의 건강과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24시간 스마트 돌봄체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의 학대는 주로 가족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가족이 노인학대의 주적인 상황에서, 관련 기관이나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매년 증가하는 노인학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의 품에 있는 어떤 노인들은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노인학대 문제 때문이다.

자료=보건복지부, 2021년 노인학대 현황. 그래픽=김남기 기자
자료=보건복지부, 2021년 노인학대 현황. 그래픽=김남기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노인학대 조사에서 가정에서 발생한 건수가 5,962건(88%)으로 가장 많았으나, 생활시설에서 발생한 건도 536건(7.9%)에 달했다.

지난 5년간(2017년~2021년)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81,226건인데 이 중 학대 인정 건수는 28,086건, 재신고 건수는 2,70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1년 기준 지역별 학대 인정 건수는 경기 지역이 1,431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해 노인 6,774명 중 남성은 1,631명(24.1%), 여성은 5,143명(75.9%)으로 여성의 학대 피해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학대 발생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부처 지방의회 및 국회에서 관련법안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과 대응체계를 강화해 노인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시설이나 가해자의 처벌이나 불이익에 국한 돼있다. 노인학대의 발생처가 88%가 가정에서 일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가족 해체'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대책마련과 정책이 필요로 한다. 

노인학대유형.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 캡쳐
노인학대유형.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 캡쳐

국회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먼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30일 ▲노인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기존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 추가 ▲노인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위반 여부 점검 결과 공개를 의무화 ▲노인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노인학대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유기적 연계 등을 담은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노인학대 관련 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게 10년의 범위에서 노인 관련기관 취업을 제한한다. 하지만, 노인돌봄서비스,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 등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기관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되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 범죄자의 관련 기관 취업 또는 운영 여부를 매년 1회 이상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복지법’은 노인학대 범죄자의 취업 여부 점검만 규정할 뿐 점검 결과는 관련 규정이 없다.

또한 노인학대는 아동학대와 달리 경찰청, 지자체, 노인보호전문기관 간 시스템 연계가 부재해 효율적 업무수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대 행위자에 대한 행정처분, 사법 조치 등의 주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조 의원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륜을 서슴지 않는 노인 학대가 우리 가정에서 버젓이 발생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하다”며, “특히 가족에 의한 노인 학대는 은폐되기 쉽고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그 피해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인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 사진=경기도 제공
경기도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 사진=경기도 제공

지방의회...‘노인학대 예방과 보호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수원시의회

수원시의회가 보호시설을 지정해 운영과 실태조사를 통해 학대받는 노인을 보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 28일 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는 ‘수원시 노인학대 예방과 보호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수원시 인구 12.4%가 65세 이상으로 고령사회(65세 이상 7%) 기준을 넘겼다. 대표로 발의한 김동은 의원은 "노인문제는 노인층을 넘어 모든 연령층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이 노인학대 문제를 사전에 막고, 신고·보호하는 시스템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개정안은 시장이 노인복지시설 중 학대 피해 노인 보호시설을 지정·운영하고, 노인학대 실태조사도 하도록 규정했다. 또 개정안은 노인학대 예방과 신고 의무에 관한 교육을 하고. 교육대상자에게 안내해야 한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노인학대 예방과 보호에 관해 홍보하도록 했다.

이천시의회

지난 2월 '이천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장은 매년 노인 학대 예방 및 보호를 위한 정책과 사업, 교육, 홍보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전문기관이나 단체에 노인 학대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탁해 실시할 수 있다.

시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올해 1월 기준 15.3%로 나타나면서 노인문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노인 학대 문제는 피해자들조차 노출을 꺼리는 실정이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표 발의한 박노희 이천시의원은 “가족이나 친족으로부터 당하는 학대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과 고통이 따른다”며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스스로를 구제하는 것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곳도 요원할 것으로 예상돼 도움을 드리고자 이 조례를 발의했다”고 말했다.

조례가 공포되면 노인학대 예방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노인 인권 보장과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생활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건복지부...장기요양기관에 노인학대 방지 CCTV 설치 의무화

노인학대 방지를 위한 CCTV 설치가 노인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에 의무화된다. 만약 설치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전날 완료했다.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는 장기요양기관 내 CCTV 설치와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요양원과 같이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을 지원하고 간병을 제공하는 기관을 말한다.

시행령 개정안은 CCTV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100만원, 2차 위반 시 20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설치 기준을 위반하거나 영상 정보 보관 의무를 어길 시에도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원, 100만원, 150만원의 과태료를 낸다.

노인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학대 예방 관련 의회와 지자체, 정부기관, 보호 관련 기관 등의 유기적인 활동을 통해 노인학대 감소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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