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엔딩]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노인 76.2% 병원 사망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6.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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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좋은 죽음.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웰엔딩의 다른 표현이다. 웰엔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임종장소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손을 쓸 수 없는 환자의 경우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는 것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누군가 원해서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이다.

대형병원에는 좋은 시설의 장례식장이 있지만, 호스피스병동은 드물다. 촬영=김남기 기자
대형병원에는 좋은 시설의 장례식장이 있지만, 호스피스병동은 드물다. 촬영=김남기 기자

박중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연명치료가 중환자실에 환자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는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갖게 한다. 보호자들은 어려운 수술과 비싼 약값에도 환자를 살릴 수만 있다면,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갖는다. 그래서 가계가 흔들릴 정도로 병원비를 감당하고,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이했을 때, 고인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우리사회에 자리 잡은 죽음의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스템이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일사천리로 자리 잡은 만큼, 죽음의 문화는 그렇게 맞춤옷처럼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일반인과 의사들의 선호 임종장소. 자료='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윤영호, 그래픽=김남기 기자
일반인과 의사들의 선호 임종장소. 자료='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윤영호, 그래픽=김남기 기자

2019년 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의 조사에 따르면, 임종장소로 선호하는 장소가 38%이지만, 실제 자택에서 임종하는 비율은 15.6%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76.2%가 병원에서 사망한다.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 사진=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 사진=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지난 6월 5일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 1등급 대상자를 기준으로 재가요양 서비스 시간이 OECD 국가 평균 주당 41시간에 비해, 우리나라는 21.7시간에 그쳤다.

또한 김 교수에 따르면, 건강과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할 고령층은 2017년 기준 78만 4,775명이었다. 저의료·저요양군 중 57.5%, 고의료·저요양군 중 51.4%는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입원하는 부적절 입원군이었다. 재가요양을 위한 의료, 돌봄서비스 부족이 가져 온 결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은 시설로 향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의 의사와 간호사, 재활 인력,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재택의료센터는 방문 진료와 간호 등 포괄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통합재가센터에서는 기존의 방문 요양이나 주야간보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 교수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와 재원 확대를 제시했다. “시설의 경우 요양병원 장기 입원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체제에 편입해 등급 판정 결과에 따라 입원 등급을 부여하고, 간병비를 급여화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정 내에서 임종을 지원하기 위해 가정 호스피스 이용 대상자를 말기 암 환자에서 비암성질환자까지 확대하고 생애말기 24시간 간병비를 한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사망 1개월 전 월평균 의료비가 403만원인데 가정 내 임종 비율을 50%로 올리면 임종 환자의 진료비 절감으로 재정 중립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자택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가정 호스피스 지원 사업 역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진국의 의료기관 사망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사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요양시설과 응급실을 왕복하는 ‘연명셔틀’과 임종 직전까지 불필요한 치료와 투약을 반복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임종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편한 공간, 사랑하는 가족의 곁에서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존중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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