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돌봄현장@후쿠오카③] 예술, 치매와 만나다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중증치매 데이케어센터 ‘우미가메’ 편

김남기 기자
  • 입력 2023.06.19 17:01
  • 수정 2024.01.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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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곳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한일 교류와 협력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과 초고속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은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한국리빙랩네트워크는 지난 5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행복한 장수사회와 리빙랩’이란 주제로 한일 리빙랩 네트워크 포럼을 마련했다. 이 포럼에 참석한 본 기자는 일본의 포럼 발제와 주요 돌봄기관 견학 등의 내용을 연재한다.

‘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마임연기자가 절구와 떡메를 옮기고, 힘겹게 절구질한다.
이를 본 한 치매노인이 옛 추억을 소환해, 직접 절구질에 참여한다.
그리고 절구도 떡을 만들 재료도 없는 무대에서 연기자와 더불어 절구질한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치매노인과 요양보호사도 모두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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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일본의 나가무라 미아 준교수(규슈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는 한일리빙랩포럼에서 ‘중증치매케어에서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공동창작 아트 워크숍은 치매노인과 아티스트, 요양보호사가 협력하여 만들어 가는 무언극(마임)이다.

공동창작예술 포지셔닝. 그래픽=김남기 기자
공동창작예술 포지셔닝. 그래픽=김남기 기자

예술, 치매와 만나다

예술에는 음악, 연극, 춤, 미술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전통을 잇는 예술도 있으며, 장르를 넘나드는 방식의 예술도 존재한다. 치매노인과 함께하는 예술은 전통적인 방식의 프로가 진행하는 예술이 아닌, ‘나와 우리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예술 작품의 결과는 빙산의 일각처럼 작은 부분이다. 실제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수면 속에 숨겨진 빙산처럼 작가의 내면, 사람과의 관계, 작가의 고민, 제작과정 등을 품고 있다.

나가무라 미아 준교수(규슈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 한일리빙랩포럼에서 발표하고 았다.  촬영=김남기 기자
나가무라 미아 준교수(규슈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 한일리빙랩포럼에서 발표하고 았다.  촬영=김남기 기자

돌봄은 누군가는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로 예술과 비슷한 점이 있다.

돌봄과 예술의 만남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다. 공동창작 예술활동은 2000년부터 영국과 북유럽 국가 등에서 심리적 안정성을 통해, 치매 진행을 늦추고 있다고 연구됐다.

특히 공동창작 예술은 실어증이나 청각장애로 인해 평소 활동하지 않는 치매노인도 비언적인 몸짓언어에 자극되어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했다. 공동창작 연극을 통해 인지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 나가무라 미아 교수(규슈대학원 예술공학연구원)

공동창작 연극의 목표는 바로 상호관계성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자기 의사 표현이나, 감정의 변화를 못 하던 치매노인이 스스로 공동창작 연극에 참여한다. 바로 이 순간 치매노인 아티스트 요양보호사는 웃고, 떠들고, 박수친다.

치매노인이 평상시에는 할 수 없는 발휘할 수 없는 역량을 끌어낸 것이다. 이는 돌봄 종사자가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치매노인의 잠재 능력을 보게 되면, 치매노인을 바로 보는 인식이 바뀌게 되고, 돌봄의 질도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양하고 포용적인사회. 인포그래픽=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다양하고 포용적인사회. 인포그래픽=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공동창작 예술이 다양하고 포용사회를 만든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사회는 주류와 사회적 약자를 서로 아우르는 상호교류와 관계를 만들어 낸다. 사회 주류 구성원은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 제도와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모든 이가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비주류와 주류가 서로 공감하며 다양성을 탐색할 수 있는 작은 커뮤니티들이 많아져야 하다. 이러한 변화들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닌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

예술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치매노인이 갑자기 사회참여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런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제도를 조금씩 바꾸면서 참여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변하게 된다. 공동창작 아트 워크숍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다양한 포용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의 활동내용과 포용사회로의 변화된 모습, 그리고 앞으로 미래 비전을 살펴보겠다.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인지증 치료를 위한 예술창작활동이 만들어진 것은 4개 기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참여기관은 규슈대학, LABORATORIO(치매관한 정책 활동 기관), 컨설팅 농장 도넬모 NPO(시민 활동, 복지, 예술), TABO CLINIC(치매 관리) 등으로, 상호협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참여기관. 그래픽=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참여기관. 그래픽=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후쿠오카시 히가시구의 중증치매 데이케어센터 ‘우미가메’는, 치매가 진행되어도 ‘나답게 삶’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돌봄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규슈대학을 주축으로 개발된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을 잘 수용할 적합지였다.

 ‘무스비키카쿠’ 연극팀의 아티스트. 사진=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무스비키카쿠’ 연극팀의 아티스트. 사진=나가무라 미아 교수 제공

또한 ‘무스비키카쿠’ 연극팀의 아티스트 2명이 참여했다. 이 팀은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하는 표현활동과 커뮤니케이션 학습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인지증과 고령자와 연극워크숍 경험과 실적이 풍부하다.

이렇게 여러 기관이 참여한 워크숍의 진행방식은 ▲치매노인 ▲아티스트 ▲요양보호사가 함께 일상생활 속에 드라마를 즉흥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다. 소재는 일본 전통 떡을 만드는 과정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 등을 무언극 형식으로 진행한다. 연극이 진행되면, 치매노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몸동작을 무대 위에서 스스로 표현했다.

치매증상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심해져서 가족과 요양시설의 종사자도 대처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아트워크숍의 활동이 치매노인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력을 함께 연구했다. 다행히 아트 워크숍이 진행되면서 치매노인의 인지증 개선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다.

‘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스토리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은 대본 없이 무언극(마임)연극방식으로 이뤄진다. 치매노인이 일상에서 경험했던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활용한다. 치매노인은 서로 대화가 어렵기 때문에, 연극적인 즉흥성과 추억과 감정을 자극하고,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워크숍은 약 1시간 진행된다. 처음 10분 동안에는 서로 불리고 싶은 이름을 함께 정하고 이름표를 만든다. 보통 치매노인은 어린 시절 불렸던 이름을 닉네임으로 정한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물건의 이름이 나오기도 한다. 기존 일본 문화에서는 서로 성씨를 정중하게 부르게 되는데, 이러한 예의 바른 호칭은 관계 맺기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별명을 서로 부르게 되면, 어린시절로 돌아가 함께 노는 것 같은 신나는 기분이 된다.

또한 보다 편하게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특히 어린시절 별명을 부르게 되는 경우, 이러한 호칭으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예전 기억이 돌아올 수 있다.

워크숍에서는 주제도 다양하게 설정한다. 특히 운동회, 옛날 놀이, 명절, 축제, 졸업식 등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주제로 정한다.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영상 (50분 부터 마임연극 시작)

 

치매노인과 요양보호사의 변화

공동창작 아트워크숍은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담당의사, 요양보호사를 매우 놀라게 했다. 그동안 치매노인은 자기 의사 표현이나, 행동에 소극적이고, 쉽게 화를 내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회 부적응자로 여겨졌다.

또한 요양시설에서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에서 요양보호사가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띄우거나 애써 반응을 끌어내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공동창작 워크숍은 차분히 반응을 기다리고, 치매노인이 반응하지 않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치매노인의 얼굴을 보면, 호기심과 미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툴지만, 치매노인은 스스로 의자에서 혹은 일어서서 뭔가 소통하려는 몸짓을 한다. 몸짓 중심의 마임으로 진행되기에, 실어증이나 청각장애인 등 평소 참여하지 않던 치매노인도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여기에서 바로 ‘나답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마임연극은 치매노인의 상상력과 기억을 환기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을 선보인다. 치매노인이 보이는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연극무대는 자유롭게 이어져 간다. 아티스트나 요양보호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무대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요양보호사와 치매노인의 즐거운 몸짓 언어 소통,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요양보호사와 치매노인의 즐거운 몸짓 언어 소통, ‘공동창작 아트워크숍’ 중에서. 사진=NPO 도넬모 유튜브 갈무리

치매 환자는 평소 잘 알고 지낸 요양보호사와 연극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을 처음에는 관객으로 경험한다. ‘왜 저런 행동을 하지’라는 의문을 품다가 ‘아! 저건 내가 어렸을 적 좋아하던 놀이네’하고 반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일어난다. 함께 연극무대에 뛰어들어 배우가 된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안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리 의사와 요양보호사는 치매노인의 몸짓 언어에서, 그동안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돌봄의 틀’을 벗어 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 ‘우미가메’ 증증치매센터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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