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리빙랩교류@후쿠오카④] 일본의 재가 의료‧돌봄 ‘데이호스피스’사례...웰엔딩을 위한 ‘인생회의’사례

김남기 기자
  • 입력 2024.03.18 16:47
  • 수정 2024.03.21 13: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은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후쿠오카 리빙랩 교류회에서 만났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이 주최한 이 행사는 치매와 노인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경험 공유와 협력적 혁신 방안 논의했다.

STEPI, ㈜한국에자이, 돌봄리빙랩네트워크, 한양대LINC3.0사업단, 노원구치매안심센터, ㈜공생, 소이랩, 씨닷 등 참가자들은 일본 후쿠오카시와 함께 '인지증 친화형 도시' 구축을 목표로 한 장기 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포럼에 참여했다.

① 초고령사회 한일 ‘치매‧돌봄’ 솔루션 협력
② ‘치매’를 알면 일상이 보인다...인지증 프렌들리센터 탐방
③ 치매노인도 ‘척 보면 아는’ 인지디자인
④일본의 재가 의료‧돌봄 ‘데이호스피스’사례...웰엔딩을 위한 ‘인생회의’사례

공영주 세이난가쿠인대학의 준교수 인생회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이모작뉴스 김남기 기자] 한국의 초고령화는 요양원,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 등의 요양시설의 부족을 불러올 것이다. 이의 대안으로 재가요양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특히 내가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하는 고령자의 의지와도 일치하지만, 요양시설에서 보여주는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과연 재가요양에서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이에 대안으로 일본의 재가요양의 실험과 과제를 알아보고 한국의 접목 여부를 논하고자 한다. 또한 일본의 웰엔딩의 실천운동인 ‘인생회의’를 통해, 행복한 노년기의 삶에 대해 배워보겠다.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고령자의 생애 말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영주 세이난가쿠인대학의 준교수가 재가 의료‧돌봄 ‘데이호스피스’ 사례와 웰엔딩을 위한 ‘인생회의’라는 주제로 중요한 이슈들을 제기했다. 공 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고령자들이 존엄하고 의미 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영주 세이난가쿠인대학의 준교수 인생회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돌봄리빙랩네트워크 제공

생애말기 존엄한 삶을 위하여

공영주 교수는 생애말기 케어에 대해 의료상의 케어만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본인의 70%가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지만, 실제로는 집에서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병원 이외의 임종 보살핌이 가능한 장소가 부족한 실정이다. 장기요양시설조차도 임종 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초고령화 사회의 일본은 재가의료와 재가요양 활성화를 위한 고령자의 지역요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령자의 생애 말기 '지역포괄케어시스템'

고령자 생애말기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자료=공영주 교수&nbsp;제공<strong></strong>
고령자 생애말기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자료=공영주 교수 제공

고령자는 단순히 신체적 돌봄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관계적, 영적 케어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령자의 생활지원 니즈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케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령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하다. 이 시스템은 의료, 돌봄, 주거, 생활지원, 돌봄 예방을 포괄적으로 제공하여, 고령자가 자기 집 근처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령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는 자기 집에서, 자신다운 방식으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재가 의료‧돌봄 '데이 호스피스' 

야외 연주회 데이 호스피스 활동 모습. 사진=공영주 교수&nbsp;제공
야외 연주회 데이 호스피스 활동 모습. 사진=공영주 교수 제공

재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데이 호스피스'는 병원 홀을 무대로, 월 2회 정도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고 위로하는 장소이다. 유명한 의사의 배려로 제공되는 이 공간에서, 임종을 앞둔 사람부터 1~2년의 시간이 남은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교류한다. 이들 중에는 식사를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들은 음식의 냄새를 맡거나 꽃놀이를 꿈꾸며 사진을 찍는 등의 작은 기쁨을 누린다.

이 활동은 전통적인 돌봄의 범주를 넘어서, 자원봉사자와 참여자의 구분 없이 모두가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공간이다. 월 1회의 활동 보고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 형성의 장이 된다.

재가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에서 발견된 감동적인 사례들이 우리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과 사랑을 유지할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이 활동은 단순히 생의 마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의미 있고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식사와 함께하는 연주회 데이 호스피스 활동 모습. 사진=공영주 교수 제공

'데이 호스피스' 사례

#사례 1.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 소망인 시집을 출판하는 꿈을 이루었다. 이 사람은 평생의 시를 사랑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00부의 시집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 시집은 이후 읽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저자에게는 삶의 마지막 장에서 의미 있는 성취를 선사했다.

#사례 2. 그림을 그리는 것을 취미로 삼았지만,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없었던 한 환자가 병원 홀에서 자기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자원봉사자들의 격려와 지원으로 이 환자는 자기 작품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용기를 얻었고, 전시회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사례 3. 이외에도, 30통 이상의 편지를 동창들에게 써서 오랜 시간 소식을 나눈 사람의 이야기나, 장기와 바둑으로 시간을 보내며 인간관계를 깊게 한 사람의 이야기 등, 자원봉사 활동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삶의 다채로움과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활동은 봉사자들에게도 깊은 의미를 제공한다. 많은 봉사자가 개인적인 상실의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기회를 발견했다. 사망한 이의 가족과의 관계를 이어가며, 가족이 그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이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가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이 단순히 임종의 순간을 돕는 것을 넘어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질을 높이고, 개인의 소망과 욕구를 충족시킬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활동은 죽음과 삶 사이의 경계에서, 존엄과 사랑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재택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활동의 과제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새로운 도전과 한계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아픈 사람이 젤리를 원하는 경우, 자원봉사자는 그 요구가 단순한 대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의 지속 가능성, 죽음의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의료 및 복지 전문가와의 연계 필요성 등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이 활동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이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인생회의란? Advanced Care Planning

인생회의는 만약의 상황(생애 말기, 죽음)에 대비하여 자신이 원하는 의료와 케어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그에 대해서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의료케어팀과 반복해서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는 '인생회의'가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드러나며, 일본어 '인생회의'와 영어 'ACP(Advanced Care Planning)' 사이의 미묘한 의미 차이가 관심을 끈다. ACP는 연명치료에 대한 결정을 미리 준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인생회의는 좀 더 폭넓게 삶의 마지막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생회의, 쉽지 않지만, 해야 할 일

인생회의는 모든 이에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인지 저하를 겪는 사람들, 장애인, 어린이들에게는 이 과정이 더욱 복잡할 수 있다. 또한, 70~90세대의 노인들이 자기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의료팀과의 대화에서는 권력과 힘의 차이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도 인생회의는 중요하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의료와 돌봄을 받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준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인생회의를 진행함으로써, 생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br>
ⓒ게티이미지뱅크

인생회의(ACP) 하는 방법

인생회의를 시작하는 방법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걱정하는지, 어떤 활동이 자신을 나답게 만드는지 등을 고민한다. 이후 이를 들어줄 수 있는 ▲상대를 정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내용을 기록하는 단계가 이어진다.

인생회의는 언제 누구와 하면 되는가?

인생회의는 언제나 가능하다.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생애 말기가 되었을 때, 심지어는 인생에 변화가 있을 때도 이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가치와 생활 방식, 원하는 의료 및 돌봄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지막 단계를 스스로 준비하게 된다.

홀로어르신의 자기돌봄을 실천 '장수노트'. 사진=함안군 제공
홀로어르신의 자기돌봄을 실천 '장수노트'. 사진=함안군 제공

인생회의 사례

# 사례 1. 히로코 씨는 평생을 함께한 친구들과 온라인 모임을 조직해 자신의 생애 말기 의료 및 돌봄에 대한 바람을 공유했다. 히로코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겪은 진단과 예후에 대해 친구들과 터놓고 이야기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치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심지어는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작은 즐거움까지 공유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히로코 씨와 친구들은 서로의 생각과 바람을 적어 서로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히로코 씨는 자신이 원하는 생애 말기의 모습을 더 분명하게 할 수 있었다.

# 사례 2. 중학교 교사인 다케시 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회의 워크숍을 진행한 이야기가 있다. 다케시 씨는 "우리 모두에게 생의 마지막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는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초등학생들조차 이러한 준비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인생회의 의미

이 사례들은 인생회의가 단순히 의료적 결정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가치, 바람, 그리고 삶의 마지막 단계를 어떻게 마주할지에 대한 폭넓은 대화를 포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회의는 팬데믹 동안 더욱 접근하기 쉽게 되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 말기를 보다 의미 있고 존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생회의는 더욱 확장될 수 있다. 시민 강좌, 워크숍, 카드 게임 등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탐색하고, 이를 통해 웰엔딩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작권자 © 이모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