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삼중수소 정자와 난자, DNA에 영향준다

이지훈 기자
  • 입력 2023.05.03 14:29
  • 수정 2023.05.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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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너지 삼중수소 오염 어패류 섭취시 고에너지 감마선의 2배 이상 내부 피폭 위험”

[이모작뉴스 이지훈 기자] 이르면 7월, 일본이 삼중수소가 섞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가운데,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위험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려 주목을 끌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4월 27일 생물학자인 티머시 무쏘(Timothy Mousseau)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생물학 교수와 원자력 NGO 전문가인 숀 버니(Shaun Burnie)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경고했다.

티머시 무쏘 교수 / 사진=그린피스 제공
티머시 무쏘 교수 / 사진=그린피스 제공

● 생물학자 티머시 무쏘 교수, “삼중수소 피폭되면 생식기 및 유전자 손상”

이 자리에서 티머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무쏘 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삼중수소 논문 70만 건 중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을 다룬 논문 25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삼중수소는 저에너지여서 외부에서는 피부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이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더 강한 이유에 대해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역사적으로 이미 여러 논문에서 “삼중수소는 생물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 감마선의 2~6배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오염수 방류 시설인 해저터널 상부의 기둥 4개가 작게 보인다(사진 중앙). 해저터널은 해수면 보다 약 1km 아래 설치되어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후쿠시마 제1원전 앞바다에 오염수 방류 시설인 해저터널 상부의 기둥 4개가 작게 보인다(사진 중앙). 해저터널은 해수면 보다 약 1km 아래 설치되어 있다. ©Ryohei Kataoka/Greenpeace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에 피폭된 실험쥐에서는 정자와 난자, 그리고 생식기 손상이 관찰됐고, 유전자 고리가 단절되면서 유전인자 변이도 나타났다”며, “심각한 문제는 삼중수소 피폭의 영향이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커지고, 특히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종 유전자 변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무쏘 교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 등을 관찰한 결과, 주변의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정보가 확인됐다”며, 자신이 직접 참여한 연구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에도 주변 생태계에서 많은 생물들의 유전 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무쏘 교수는 저준위의 삼중수소라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와 관련해 살충제 DDT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극미량의 DDT가 물고기와 설치류 등의 체내에 흡수된 뒤, 먹이사슬을 통해 대머리독수리, 물수리, 펠리컨 같은 최상위 포식자에게 옮겨져 축적됨으로써, 이들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일부는 멸종위기를 맞기도 한 것처럼 삼중수소가 어패류 등을 거쳐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이 “도다리와 전복, 해초 3종을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한 뒤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에서 키우며,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 등만을 살펴보는 현재 방식은 과학적 상식에 비춰 보여주기식 연구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하며, “대상을 오염수에 노출될 수백 종의 생물로 확대하고, 주기적으로 유전 정보를 채취해 비교하며, 초국경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생물학 영향 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 / 사진=그린피스 제공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 / 사진=그린피스 제공

● 숀 버니 그린피스 원자력 전문가, “도쿄전력, 원전 폐로 및 오염수 방류 30년내 종료 계획은 허구

이어 발표에 나선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 전문위원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사고원전을 30년 내에 폐로하고, 오염수 방류도 완료하겠다는 도쿄전력의 계획에 대해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하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꼬집었다.

숀 버니 위원은 “지금도 사고 원전 부지로 지하수가 유입되고,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되면서 매일 약 10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원자로 3개에 남아 있는 핵연료에 있고, 이 근본 오염원 제거 없이 폐로는 불가능하며, 오염수 방류도 무기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RPV)를 지지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받침대가 파괴되면서 구멍 난 원자로 바닥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녹아버린 핵연료 파편의 뜨거운 열로 인해 구멍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버니 위원은 “약 37년 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처리의 진행과정을 살펴볼 때 후쿠시마 원전의 재앙은 현재 진행형일 뿐 아니라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염수 탱크 너머로 보이는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왼쪽부터)와 사진 아래쪽은 중간 저장시설의 컨베이어벨트와 오염토 저장시설이 보인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오염수 탱크 너머로 보이는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왼쪽부터)와 사진 아래쪽은 중간 저장시설의 컨베이어벨트와 오염토 저장시설이 보인다. ©Ryohei Kataoka/Greenpeace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제해양법을 비준한 일본 정부는 초국경적으로 미칠 생물학적 환경 영향을 사전에 충실히 검토할 의무가 있다. 일본과 한국, 태평양도서국을 비롯해 해양 환경에 영향을 받는 전 세계 시민 수억 명의 생명 보호를 위해 과학에 기반한 생물학적 안전성 검토가 결여된 오염수 방류 계획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캠페이너는 “ALPS 처리 후 많은 양의 물을 섞어도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전량 바다로 흘러나오고, 나머지 62종 방사성 물질 또한 제대로 처리된다는 객관적 검증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진행된 도쿄전력과 IAEA의 방사선 영향 평가와 그에 대한 검증 조치는 국제해양법이 강조하는 ‘사전 예방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제해양재판소를 통해 방류 계획 중단과 같은 강제적 잠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미칠 영향에 직접 노출된 태평양 도서국과 일본, 한국 시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모아 각국 정부와 도쿄전력 등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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